대학내일
거기 살아보니 어때요? 스페인으로 간 20대
정열과 플라멩고의 나라, 스페인에서 살면 어떨까?

유학생 김수지
인스타그램 @sooji_02
기간 19년 1월부터 5개월 째 거주 중
한 달 생활비 약 70만원
교환학생 이화진
인스타그램 @leeerin_j
기간 19년 1월부터 5개월 째 거주 중
한 달 생활비 약 80만원
우리가 스페인으로 간 이유
•치안 좋고 정 많은 한국과 비슷해서
•맛있는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곳이라서
•온화하고 따뜻한 지중해 기후니까
•물가가 저렴해서

# 열정·춤·수다·게으름의 나라 스페인?
김 열정, 춤, 수다스러움 다 맞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수다스러운 만큼 재밌고, 특히 놀 때 열정적이에요. 굉장히 정 많고 친절하기도 하죠. 같이 있으면 즐거워요. 근데 게으르다는 건 편견입니다. 보통 ‘유럽은 일 처리가 늦다. 이유는 그들이 게을러서.’라고 단정 짓는데 오해라고 생각해요. 그냥 문화와 시스템의 차이죠. 모든 게 빠른 한국에 적응됐기 때문에 스페인의 문화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거라고 생각하면 좋겠네요.
이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고정적인 이미지는 대부분 남쪽의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만들어졌어요. 그쪽 사람들이 플라멩고를 즐겨 추고 다소 거친 사투리를 쓰거든요. 일부 지방에서 출발한 이미지인 만큼 스페인 전체를 대표할 순 없겠죠? 하지만 확실한 건 스페인 사람들은 정말 열정적이에요. 어떤 축제를 가도 남녀노소 거리로 나와서 새벽 늦게까지 즐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 스페인에서 보내는 보통의 하루
김 유학생 신분이라서 수업 듣고 과제 하고 가끔 쉬는 일정은 한국과 다르지 않아요. 다만 스페인에선 마음의 여유가 있어요. 한국 수업은 보통 자잘한 과제와 시험을 매 주 준비해야 하잖아요. 이와 달리 제가 듣고 있는 스페인의 수업은 하나의 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커리큘럼이에요. 한국에서처럼 매일 시험과 과제에 허덕이지 않아서 좋습니다!
이 수업 끝나면 햇볕 좋은 마드리드 거리를 걷는 소소한 여유를 즐기고 있어요.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의 낮잠 타임 ‘시에스타’예요. 이 시간에는 상점과 관공서 대부분이 문을 닫아요.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이젠 이 시간에 한숨 자거나 차·맥주를 마시며 쉬는 게 습관이 됐어요. 또 다른 점을 꼽자면 테라스에 앉는 게 습관이 됐다는 거? 미세먼지 없는 나라라서 카페테리아에 가면 항상 햇볕을 느낄 수 있는 테라스 자리에 앉아요.

# 편견 없고 잔정 많은 나라
김 스페인은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자랑합니다. LGBT, 이민자, 페미니즘 등의 이슈에 관심이 많고 그들을 지지하고 격려해주려 해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려 하죠. 저렴한 물가도 좋아요! 외식비는 비싸긴 하지만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고 마켓은 정말 싸요. 게다가 의료 복지가 잘 돼 있어서 병원비와 약값까지 저렴합니다. 거주 증명서만 보여주면 간단한 진료비는 무료, 약도 천원 꼴이에요.
이 편견 없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정신이 좋아요. 스페인 사회는 가족 중심적이면서 동시에 지역 소속감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주말은 가족이랑 함께 보내는 사람들이 많고요. 지역별로 수많은 전통과 축제가 있는데 나이, 성별 그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함께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나이는 친분을 쌓을 때 아무 문제가 안 돼요. 22살인 친구의 베프가 37살일 정도로요.

# 이런 사람에게 스페인 살이를 추천합니다
김 두 성향으로 나눌 수 있겠네요. 우선 사람들과 만날 때 에너지를 얻는 활동적인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스페인 사람들은 야외 활동을 많이 하고, 해가 늦게 져서 밤늦게까지 노는 것도 좋아해요. 당연히 사람들과 어울릴 시간이 많죠. 또 다른 성향은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요. 명화를 보유하고 있는 유명 갤러리들도 많고 무엇보다 거리 예술이 발달해 있거든요.
이 ‘햇볕, 대화, 술, 축제’ 네 가지 중 하나라도 좋아하신다면 스페인으로 오세요. 하나씩 설명을 드리자면 일 년 내내 볕이 좋고요. 펍에 앉아있다 보면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거리낌 없이 대화하는 걸 자주 봐요. 게다가 샹그리아와 맛 좋은 와인을 저렴하게 마실 수 있죠. 마지막으로 스페인은 축제에 미친 나라입니다. 모든 도시에 축제가 있고 그 기간에는 학교도 휴교할 정도예요.


# 5년 뒤 살 곳은? 스페인 VS 한국
김 딱 어디라고 장담은 못 하겠어요. 기회가 오는 곳으로 갈 것 같아요. 스페인이 아니더라도 외국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고, 한국은 익숙해서 좋아요. 특히 한국에는 소중한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는 게 커요. 어느 곳을 선택하든 장단점이 있겠네요. 기회가 되면 외국에서 살고 싶어요. 물론 한국의 편리함을 따라갈 나라는 없죠. 배달문화, 24시간 편의점, 빠른 행정 처리가 정말 편하잖아요.
이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빠른 시스템을 위해서 누군가는 일상의 여유 없이 일하고 있을 거예요. 조금 느리더라도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유럽을 택하고 싶어요. 많은 유럽 국가들이 ‘워라밸’을 중요하게 여기고 지켜나가는 걸 옆에서 봐왔거든요. 덧붙이자면 어떤 의견도 존중받는 분위여서 제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가 명확해지더라고요. 고질병이라고 생각했던 결정 장애가 나아졌어요.
[893호 - global]
#893호 global#스페인#유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