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재개봉 강력히 원하는 띵작 영화 4

영화관에서 커다란 스크린으로 다시 보고픈 영화들


색감 천재의 작품은 큰 화면으로 


MOVIE 로얄 테넌바움(2001)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 중 다시 보고 싶은 영화로 모두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꼽을 때, 난 혼자 <로얄 테넌바움>을 외쳤다. 꽤 무거운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소재를 세상에서 가장 위트 있게 담았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테넌바움 가의 가족들. 그들은 모두 천재적인 능력을 하나씩 지닌 대신, 뭔가가 결여되어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족들은 각자가 지닌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데, 감독은 그걸 섬세한 색채 표현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뻔한 성장 영화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인물의 감정이 결여된 느낌을 주고 싶을 땐 화면의 화려한 색을 죽인다거나, 모두 모노톤의 옷을 입고 있을 때 특정 인물에게만 빨간색 옷을 입혀 완벽한 타자로 만들어 버린다는 것. 이렇게 세련된 시각적 요소가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리고 그걸 또 대놓고 드러내지도 않아서 집중하지 않으면 놓칠 수 있다는 게 이 영화의 매력이다. 1초라도 놓치고 싶지 않거든! 그뿐인가? 감독 특유의 좌우대칭 구도는 바로 이때부터 엿볼 수 있다. 정말 이런 건 다시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데. 이시은


     

히어로가 아니어도 멋진 그녀들 


Movie 바그다드 카페(1987)

 
<캡틴 마블>부터 <오션스8>, <걸캅스>까지. 최근 영화계에는 여성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여자가 다 하는 영화’를 너무 재밌게 지켜보고 있는 1인이지만, 딱 한술만 더 바라고 싶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악당들을 깨부수는 ‘히어로’ 말고 친근한 동네 언니나 아줌마가 주인공이 되는 작품도 보고 싶다. 사실 그런 이야기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영화 <바그다드 카페>에는 내가 보고 싶던 친근한 두 여자가 나온다. 그녀들의 사정은 주변의 언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인공 1 야스민의 남편은 여행 중 캐리어 하나만 던져 둔 채 혼자 차를 끌고 떠나버렸고, 주인공 2 브렌다는 무능력한 남편을 집에서 내쫓아버렸다. <바그다드 카페>는 영화의 배경인 황량한 사막에서, 평범한 두 사람이, 마술과 음악 그리고 그림으로, 무료한 시간을 채워가는 이야기다. 108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은 남자 주인공(남편)이 없어도 허전한 구석이 전혀 없다. <바그다드 카페>가 지금 재개봉된다면 <걸캅스>와 <캡틴 마블>을 뛰어넘는 인기를 끌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해본다. 정지우


     

웃기는 건 다 같이 봐야 더 재밌으므로 


MOVIE 비카인드 리와인드(2007)

 
‘혼영’을 좋아한다. 누가 옆에서 “뭔데? 뭔데? 저 사람 왜 저러는 건데?” 속삭이며 스토리를 물어보는 것도 싫고, 팝콘을 나눠 먹기 위해 팝콘 통을 내 쪽에 한 번, 저쪽에 한 번 주고받는 것도 귀찮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혼영의 편리함을 포기하고 굳이 동행을 구해 영화를 보러 갈 때가 있다. 바로 코미디 영화를 볼 때! 웃음은 전염성이 있다고, 확실히 옆 사람과 손뼉 치며 봐야 배로 재밌다.

<비카인드 리와인드>를 본 순간, 재개봉을 간절히 원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어느 날 집에서 혼자 이 영화를 다운 받아 보다 무릎을 쳤다. 이거 영화관에서 다 같이 봐야 더 재밌겠구만! 잭 블랙 주연에 미셸 공드리 연출. 이 사실만으로도 영화에서 ‘병맛’ 스멜이 폴폴 나는데다, 스토리도 골 때린다. 우연한 사고로 비디오 가게에서 비디오를 망가뜨린 주인공 제리가 주인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B급, 아니 거의 F급 비디오를 제작해 동네 사람들에게 대여해 준다는 내용인데, 더 웃긴 건 그게 대박 나서…. 음, 스포는 여기까지만. 이거 영화관에서 같이 보면 진짜 웃길 것 같은데, 관계자님들 어떻게 안 될까요? 재개봉 소취! 서재경


     

명작은 영화관에서, 걸맞은 화질로! 


MOVIE 바닐라 스카이(2001) 

 
시간이 아주 많았던 어느 방학, 넷플릭스를 뒤지다 우연히 보게 된 영화 <바닐라 스카이>에 나는 완전히 빠져버렸다. 반전 스릴러에 환장하는 내 취향에 딱 맞는 영화였다. 불의의 사고 이후 절망에 빠진 주인공과 사고를 둘러싼 거대한 비밀. 줄거리 특성상 결말을 암시하는 떡밥이 많이 등장하는데, 영화는 이 떡밥들을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성실하게 회수한다. 무책임하게 떡밥만 뿌려놓고 정작 결말은 산으로 가는 영화를 유독 못 견디는 터라, 모든 의문이 깔끔하게 풀린 채 마무리되는 <바닐라 스카이>의 결말에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모두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인생 영화에 딱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화질’이었다. 한 번도 리마스터링되지 않은 18년 전 화면은 미세먼지에 가려진 롯데타워 꼭대기 층을 보듯 답답했다. 특히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톰 크루즈의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이 제대로 안 보인다는 건, 화가 날 정도였다. 하루빨리 <바닐라 스카이>가 재개봉해서, 모두가 큰 스크린을 통해 제대로 감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마 결말이 주는 강력한 여운 탓에 영화가 끝나도 자리에서 쉽사리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김종혁


[893호 - pick up]

#명작#외국영화#영화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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