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우리에겐 ‘막례’라는 이름의 희망이 필요했다

"자기 하고 잡픈 거 다 하고 살어"


우리가 알고 있는 막례쓰. 71세에 유튜브 채널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dma’로 데뷔, 현재 구독자 90만 명을 거느린 크리에이터. 호주, 일본, 유럽 등을 누비며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 거침없는 시니어 스타. 유튜브 CEO부터 구글 CEO까지 먼저 만나고 싶다 러브콜을 보내오는 인플루언서. 그러나 이 여정에 이르기까지 거친 자연인 박막례의 역사는 이렇다.


집안의 막내딸이라서 ‘막례’라는 이름을 받았다. 여자라는 이유로 글도 못 배우고 집안일 다 해치우는 일꾼으로 살다가 스무 살에 결혼, 홀로 세 아이들을 키웠다. 막일부터 시작해 과일 장사, 엿 장사, 꽃 장사, 파출부 등을 전전하다 작은 식당을 열고 40년간 매일같이 새벽 4시에 출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치매 위험 진단을 받았고 할머니를 이대로 내버려둘 수 없다고 생각한 손녀 김유라의 제안에 함께 호주로 떠났다. 그리고 그 여행이 그녀의 인생을 뒤집어버렸다. 갓 출간된 에세이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에는 이 영화 같은 이야기가 모두 담겨있다.※ 인터뷰이의 말 맛을 최대한 그대로 살렸으며, 팬들이 부르는 대로 ‘막례쓰’라 칭했음을 밝혀둡니다. 

정말 웃다가 울다가 하면서 본 책이었어요. 게다가 인쇄 들어가기 직전인 2019년 5월,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를 만나며 마지막 에피소드가 완성되다니요. 이런 영화도 없을 것 같아요. 요즘 어떤 기분으로 지내실지 궁금한데요.

기분은 말할 수가 없지. 내가 너무 좋으면 이러다 안 쓰러질랑가 이런 생각도 혔어. 책 나오고 구글 사장도 만나고 막 그래서. 평생 고생한 사람이 갑자기 좋은 일 있으면 “아이구, 조금 살 만하니까 죽는다” 이런 소리도 있잖아. 그런 생각할 정도로. 핳핳핳핳.

 

매일 새벽 4시에 식당에 나갈 때와 요즘은 아침에 눈 뜨는 기분부터 다를 것 같은데 어떠세요? 

식당을 할 적에는 12시에 자도 4시에 일어나야 되고, 10시에 자도 4시에 일어나야 되고 그랬어. 식당 그만두고도 한 2달 동안은 눈 떠보면 오메오메, 큰일 났네. 막 놀래갔고양. 벌떡 일어났다가 가만 정신 차려 보면 ‘아, 나 이제 식당 안 허지.’ 그럼서 진정 됐어양. 예전엔 마음이 항시 오늘은 무슨 반찬 할까, 손님들 뭘 해멕여야 될까, 걱정하믄서 살았거든. 그런 걱정을 안 하니까 마음은 편해.

 

이렇게 ‘동료’가 되기 전 서로에게 어떤 할머니, 어떤 손녀였나요? 유라님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살았다고 알고 있는데 그 시절 얘기가 궁금해요.


유라가 청소 안 하고, 설거지만 안 한다뿐이지 다른 건 시킬 게 없었어. 지가 알아서 공부 다 하지, 지가 인나서 학교 가지, 흉 잡을 것이 없어.

 

유라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같이 살았는데 할머니는 정말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어요. 억척스럽고 강한 사람이다. 그런 이미지였죠.

 

그렇게 억척스럽지 않았으면 못 살았지. 진짜 못 살았어. 지금은 인건비도 비싸니까 파출부 해도 혼자믄 충분히 살 것더만. 나 일헐 때는 하루 종일 넘의 집 가서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해도 하루 일당이 7천원씩이었어. 근데 지금은 하루 일당이 10만원씩이여.(웃음)

 

영상 보면 가족들끼리 정말 유쾌해 보여요. 모이기만 해도 박장대소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유라 곰곰이 생각해봤는데요. 저희는 가족이기 때문에 당연시 되는 의무를 다 하지 않아서 그렇게 지낼 수 있는 거 같아요. 흔히 효녀병, 효자병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게 없어요. 그치, 할머니? 할머니 자식들이 솔직히 효녀 효자는 아니잖아?

 

그치!(재빠른 수긍) 우리 식구들 모이면 약점 잽히면 큰일 나.(좌중 웃음) 그거 가지고 계속 물고 늘어져서 골리고 해서. 흐핫핫! 최근엔 손자한테 그랬지. 요새는 무슨 돈 넣고 노래하는 노래방도 있데? 거기 모였는디, 고놈 새키가 운동을 많이 하고 와서 발 냄새가 나갔고양. 아이고, 발 내 난다고 나가라고 해도 나가지도 않고. 그랑께 계속 놀린 거야, 온 가족이.

 

유라 정말 끝장을 봐요. 한 사람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식구들이 물고 늘어지거든요.(웃음) 저흰 나이도 안 따져요. 손자라고 ‘아이구, 내 손자~’ 하거나 ‘할머니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이런 분위기 절대 없고요.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주어지는 의무나 기대가 없으니까 실망할 필요가 없는 관계인 것 같아요.

 

듣다 보니 가족의 화목을 위한 굉장한 팁이네요.

유라 네. 서로에게 효를 기대하지 말고, 의무를 다하지 않고요. 그런 거 같지 않아, 할머니?

 

응. 너는 왜 나한테 이런 걸 안 해주냐, 섭섭하다. 우린 그런 게 없어. 특히 우리 딸이 나를 계속 물고 늘어져. 내가 말하는 게 항시 똑똑 안 떨어지거든. 발음 한번 틀리면 그렇게 물고 늘어지는 거여. 저번에 한 번은 혀를 손으로 한번 집어봤어. 혀가 두꺼워서 안 되나 싶어서.(좌중 웃음)

 

영상 중에 ‘내가 나왔지만 솔직히 진짜 웃겼다!’ 하는 게 있다면요?

얘가 편집을 잘해서 그러겠지마는 편(팬)들이 다들 재밌다 그러대. 외국 나가서 여행하고 노는 것도 재밌지만, 나는 우리나라 연예인들 만난 게 젤로 재밌었어. <하나뿐인 내편> 촬영장 갔을 때! 그땐 진짜 행복했어.(웃음)

 

막례쓰도 역시 덕질이 최고군요.(웃음)

진짜로 그랴! 나는 촬영장 들어가면 막 그런 말 들을 줄 알았어. 무슨 할미가 이런 데 와서 얼쩡거리냐고. 그런데 엄청 반가워해주더라고. 들어가자마자 막례 할머니 왔다고 사진 찍자고 하고. 내가 아주 날개만 있으면 훨훨훨 날아가겄더라고. 너무 좋아가지고.(웃음)

 

유라님은요?

유라 편집으로는 할리갈리 편이요. 그건 편집을 잘해서 더 재밌었던 거 같고. 편집 외의 최애는… (갑자기 분위기 수줍) 이제훈 만난 거.

 

아니, 두 분 다 너무… 영상하고 별 상관없는 답이잖아요?! (좌중 웃음)

유라 하하하. 그러게요. 구글 이런 얘기 안 하고, 둘 다 그저 최수종! 이제훈!(웃음) 근데 저는 그런 게 좋더라고요. 저랑 할머니 둘이 찍는 건 언제나 할 수 있는 건데, 유튜브 덕분에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이나 할 수 있었던 경험들이 있잖아요. 그런 게 PD 입장에서는 더 특별해요. 저 혼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 상황이 뒷받침돼야 만들 수 있는 콘텐츠라서. 특히 유튜브에서 볼 수 없는 분들이 저희 채널에는 많이 나오시거든요. 그런 분들이 우리 채널에 나오고 싶어 하고 실제로 나올 때면, 우리가 그럴 수 있는 환경을 잘 만들어둔 거 같아 정말 뿌듯해요.

 

그야말로 1년에 딱 한 번 명절 빼고는 쉬지 않고 밥 장사만 했다. 그러다 일흔 살이 넘으니까 낫고 싶은 생각도 없고 이냥저냥 살다 죽는 거구나 했다. 포기했다는 말이 맞다. 어느 순간 내 인생이라는 것을 포기. […] 그런데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구먼. 일흔한 살에 이런 행복이 나한테 올 줄 알았는감?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중


책 속에서 “열심히 살아야 해서 열심히 살았는데도 그게 꼭 잘 산 게 아닌 것 같은 상황이 너무 쉽게 벌어진다.” 이 문장이 정말 와닿았어요. 죽기 살기로 열심히 살았는데도 나아지지 않던 시절을 어떤 마음으로 버티셨을지 짐작이 안 가요.  

그때 고생한 건 생각하고 싶지가 않어요. 아휴, 내 대에 이렇게 못살면 자식들이라도 잘살겠지. 그랑께 내가 죄 짓지 말고 항시 넘한테 서운하게 하지 말고, 내가 손해 보더라도 그렇게 살아야지 싶었고. 내가 못살믄 느그라도 잘살아야는데 못 살믄 어뜨카나 싶어 걱정되고 그랬지. 나이가 60, 70이 되니까 어따 기대를 하겄어. 인생에 기대를 할 데가 없잖아. 근디 내 인생이 이렇게 터질 줄 누가 알았겠냐고.  

맞아요, 막례쓰 표현대로 인생이 부침개처럼 확 뒤집혔죠?  

이런 부침개가 진짜 어디 있겄어. 뒤집어져도 끊어지지도 않고 탁!(손뼉 치며) 뒤집어졌잖아. 내가 못한 것은 새끼들이 다 했음 좋겠다 싶었는디 내 인생이 이케 발딱 뒤집어져버렸네. 옛날엔 장사 끝나고 집에 가만히 누워서 생각을 하믄 뭐 하다 나이가 60이 돼가지고, 이대로는 죽을 수가 없는데 싶어 너무 억울하고 분하고. 내 인생이 항시 왜 이렇게 쪼그라질까 했는데…. 지금은 나한테도 이런 행운이 오는구나 싶고 그래. 내가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눈요그 하고, 유라하고 웃으면 진짜 행복도 그런 행복이 없어. 난 여그서 더 바랄 게 없어. 내가 여기서 더 바라믄 진짜 부처님도 너 양심 없다 그러겠지.  

처음으로 호주에 간 막례쓰를 보며 같이 여행하는 기분이었어요. 용인의 열 평도 안 되는 작은 식당 안에서만 살다가 호주에서 너른 세상을 처음 보았을 때 감회가 남다르셨을 것 같아요.  

외국을 첨 가봤으니까. 호주에 갔더니 눈앞에 세상이 진짜 하늘에서 뚝 내렸다 할까, 진짜 이런 세상이 다 있구나 싶었지. 근데 거그서 바닷속에 한번 빠졌었어. 디디니까 땅이 없더구먼. 무서버 갖고. 유라야! 하는데 물이 막 코로 입으로 들어가니까 정신이 없더만. 세 사람이 나를 건져내갖고 오는데 건져냈으면 물을 빼줘야 되잖아, 염병!(좌중 웃음) 눕혀놓고만 가니까 코로 입으로 물이 팍 쏟아지더라고. 아니 그랬는디 유라 이것이 물속에 또 들어가래. 가이드도 여기는 안 들어가면 후회하니까 잡고 들어가보라고. 그래서 또 들어가니까 큰 고기 밥도 주고 사진 찍고 신나가지고 그새 잊고 막 유라야! 이것 봐라! 했지.(웃음)  

죽다 살아난 경험을 하고 금방 다시 물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으셨을 텐데요. 대체 여행을 할 때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오나 싶어요. 막례쓰만의 마음가짐이 있나요?  

없어. 그냥 하는 거여. 호기심에도 해보고. 거그는 또 가이드 그 사람이 안 들어가면 후회한다고 하니까 들어가고 그랬지. 내가 좀 귀가 얇아. 흐핫핫핫! 통도 크고. 넘들은 아마 못 들어갔을 거야.  

“젊음이 소통이라면 우리 할머닌 갓 태어난 수준.” 책 속에 이런 문장도 나오잖아요. 편들은 이렇게 여행지에서 도전하고, 용기 내고, 거리낌 없이 소통하는 모습에 감탄하는 것 같아요.  

말 거는 것에 대해서는 무섭고 저기허들 안 허요. 똑같은 사람인데 뭐. 내가 한번 말 걸고 본다! 하는 거지. 여행 다니면 잘 하든 못 하든 내가 갔다 와서 후회는 안 해야 쓰겄다 싶어요. 그러니까 잘 하든 못 하든 무조건 저 사람한테 말은 한번 건네봐야 쓰겄다, 이런 자신감이 생기드라고? 거기서 또 바보 취급당하면 어때야. 모르는 사람한테 잠깐 바보 되는 건데. 뭐 타는 것도 그래. 우리 유라는 할머니 이거 타겄어? 하는데 나는 응, 나 한번 타볼란다, 하고 타. 우리나라에선 자연농원(에버랜드) 가면 노인들은 절대 못 타게 하는데 외국은 타게 하더라고. 내가 그거 옛날부터 엄청 타고 싶었거든. 그럼 그냥 해보는 거지.  

호주에서 막례쓰가 입고 간 등산복을 벗고 처음으로 민소매 원피스를 입게 되는 부분도 짜릿하더라고요. 예전 영상에서 “옛날엔 화장하고 시장 가면 숭 봤다” 하신 것처럼, 우린 뭘 하고 싶어도 남의 눈치 보느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많은 것 같은데요. 여행하며 그런 부분에서 더 자유로워지셨을까요?  

그런 거는 더 자유로워진 게 사실이지. 호주가 엄청 덥드만. 나라는 다 똑같은 줄 알았는데 더 덥고 춥고 그런 나라가 있더라고. 할머니 덥다고 유라 이것이 원피스를 사줬었어. 그 속에 브라자를 했는데 영 이상하고 그래. 그래서 내가 “아이고, 내 물건이 너한테 가냐, 니 눈이 나한테 오지, 에라 모르것다!” 하고 벗었지.(좌중 폭소) 그런 거 따지면 여행 못한다, 그러고는 그냥 해야지. 아이구, 이런 걸 어떻게 입고 나가 그럼 안 돼. 과감하게 해봐야지.  

한국에서도 남 눈치는 별로 안 보는 편이세요?  

난 어디 가도 남 눈치는 안 봐요. 뭣 허러 눈치를 봐. 내가 뭐 도둑질을 했어, 넘의 남자를 봤어. 그런 거만 아니면 눈치 볼 거 없어. 떳떳한데 뭐. 다들 쓸데없는 눈치 보지 말고 살어.  

여행이 지금의 막례쓰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나이 먹으면 놀러를 못 간다 하잖아요. 나는 그것이 아니고, 여행 댕기면 더 젊어질 거 같더라고. 나이 먹었다고 해서 여행 안 가면 안 되겄더라고요. 우리도 그래. 다리 아프니까 올해만 가고 내년에는 넘한테 피해 주니까 가지 말자 그래도 또 막상 여행 가면 ‘야, 이렇게 와서 또 마음이 더 젊어진다. 그렁게 여행은 댕겨야 쓰것다’ 싶어. 안 가면 생전 안 가고 싶어. 집 문 앞에서만 뱅뱅 돌지. 근데 막상 가보면,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세상 밖을 본 사람이 더 잘 보지. 나는 여행 댕기는 것 좋다고 생각해. 마음도 젊어지고.
 

일상을 벗어나면 매순간이 도전이 된다. 첫 시도에 잘되지 않을지라도 할머니는 물 한 모금 들이켜고 벌떡 일어나 다시 도전한다. […] 여행이 거듭될수록 할머니는 잊고 살던 자기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긍정으로 가득 찼던, 지금의 나보다 어렸던 그 시절의 자신을.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중

책을 보고 유라님이 호주 여행 영상을 올리기 전까지 유튜브를 전혀 몰랐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막례쓰의 캐릭터를 세상에 소개하고 이젠 많은 20대가 롤 모델로 생각하는 PD가 되셨잖아요.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유라 롤 모델까진 아니고 제가 연예인들 많이 만나서, 성공한 덕후가 되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저는 일단 자기가 제일 잘하는 분야를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덕질을 되게 잘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뭐 하나에 꽂히면 끝장을 보는데, 제 최근 덕질이 할머니였던 것뿐이고, 할머니에 대해 기록을 남기고 공부를 하다 보니까 채널이 이렇게 커진 거예요. 처음엔 강연 나가면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해라, 조회 수에 연연하지 마라, 이런 얘길 했는데 그건 누가 와도 해줄 수 있는 말이더라고요. 저는 성공할 수 있는 사람과 그냥 시도해보는 사람의 차이는 한 가지를 얼마나 집요하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느냐 같아요. 덕후와 전문가의 차이는 딱 하나예요. 덕후는 전문가보다 한 가지를 더 아는 거예요. 전문적인 지식이 아니라, 애정에서 나온 무언가요. 내가 덕질을 해서 찾아낸 1% 다른 것을 콘텐츠에 녹인다면, 같은 주제를 다루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게 바로 채널의 개성이 될 거라 생각해요. 그 1%가 뭔지를 찾는 게 가장 먼저겠죠. 남들도 같이 좋아하는 것에서 내가 그 사람들보다 더 잘 아는 무언가요. 찾아낸 다음엔 꾸준하게 채널에 녹이는 게 중요하고요. 덕질을 하면 사실 누구나 그렇게 되잖아요.   

아니에요, 덕질을 그렇게 깊고 끈덕지게 못하는 사람도 많죠. 

유라 그런가요? 저는 아주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거든요.(웃음) 연예인 덕질을 하더라도 SNS에 나 혼자 좋아하는 걸 올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저는 그 연예인이 제 존재를 알 때까지 해야 돼요. 그래야 덕질이 완성되어 끝나고요. 얼마 전까지 잔나비도 그랬고, 크러쉬도 정말 꾸준히 좋아했었는데 최근에 만났고. 요즘 덕질은 정해인….(또 수줍)   

하하. 영상에서 막례쓰는 정해인 매력을 끝까지 거부하시던데요? 

유라 할머니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래요.    

막례쓰 스타일은 역시 나훈아인가요?  

그러치. 역시 그런 맛이 있어야 하는데. 나랑 나이도 같지, 생일도 한 날이지. 오매, 웬일이야? (웃음)  

유라 나훈아 선생님 출연하시는 게 요즘 저희 채널의 목표 중 하나예요. 근데 너무 베일에 싸여있는 분이라.   

그렇게 된다면야 정말 덕질의 정점을 찍는 콘텐츠일 것 같아요.(웃음) 얘기 나온 김에 연애 고민하는 편들에게 좋은 남자 알아보는 법 좀 알려주세요.  

마음을 봐야지, 뭘 보것어. 첨에 볼 때는 인물이지만, 인물 뜯어 밥 먹것어? 내가 첫발을 잘못 들여서 그렁가 어쩐가. 인물 보고 결혼했는데, 가서 살아보니까 인물 보고는 배가 안 부르더라고.(좌중 웃음) 밥을 먹어야 살지. 긍게 똑똑하니 종합적으로 잘 보고 판단혀.    

막례쓰처럼 홀로 서기 잘할 수 있는 방법 좀 알려달라는 편들도 있었어요. 나는 진짜 혼자 있어도 외롭고 그런 건 한 번도 안 느껴봤어요.  

내 친구는 혼자 있으면 외로워서 못 산다 그러는디. 나는 어떤 것이 외로운 것인지 잘 모르것어. 나한테 애순이 친구라고 있어요, 박애순이. 속에 있는 말은 항시 그거한테 말허고 그것도 나한테 하고 하니까 괜찮아.  

그럼 속 얘기를 다 할 수 있는 친구 하나만 있으면 되겠네요.  

왜 친한 친구 셋만 있으면 그 사람 인생 잘 살았다 한다고 하대? 그런데 셋이 있어도 두 사람한테는 속 얘기 다 못 허지. 딱 한 사람한테는 할 수 있어도. 그런 사람 하나만 있으면 돼야.  

소심해서 해야 할 말을 못 하는 편들은 항상 속 시원하게 말하는 막례쓰를 보며 대리 만족도 하는데요. 어떻게 하면 막례쓰처럼 사이다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속에다 담아놓으면 나한테 병만 생기지. 왜 말을 안 해, 다 해버려야지. 바른말 너무 해도 사람들이 싫어할 때 있는데,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난 다 해버려. 암만 친한 친구도 경우 없는 소리 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해버려. 그렁게 나는 스트레스를 안 받아. 말로 다 풀고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니까. 나쁜 것은 내 몸에 꽁꽁 안 담아놓고 무시해뻔져.  

막례쓰는 20대로 돌아가면 무얼 하고 싶으세요?  

20대로 돌아가면 학교 가서 공부하는 것이 소원이야. 다른 건 아무것도 없어. 그거면 돼.  

마지막으로 오늘도 고된 하루를 보내고 돌아왔을 편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항시 희망을 버리지 말고, 힘냈으믄 좋겄어.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혼자 집에 가만히 안저있지 말고 친구도 만나고, 얘기하고 싶은 거 다 하고. 그라믄 돼. 인생 살면서, 자기 하고 잡픈 거 다 하고 살아. 참지 말고 다 하고 살아. 그럼 된겨.  
    
“희망을 버리면 절대 안 돼요. 희망을 버렸으면 다시 주서 담으세요. 희망은 남의 게 아니고 내 거예요. 여러분이 버렸으면 도로 주서 담으세요. 인생은 끝까지 모르는 거야.” 책의 맨 앞 장에 쓰인 막례쓰의 이 말에서 ‘희망’을 ‘인생’으로 고쳐 읽어도 다르지 않다. ‘이생망’을 습관처럼 말하는 우리는 어쩌면 너무 쉽게 속단하는 게 아닐까. 남의 게 아니라 내 것인 인생을 한 번도 끝까지 믿어본 적 없는 게 아닐까.  

꿈은 멀고 현실은 가까워 자주 좌절하는 우리에게 그녀는 말한다. 버텨보길 잘했다고. ‘행운도 애초에 잘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것 같은 이 세상에서’ 내 인생이 이렇게 뒤집힐 줄 누가 알았냐고. 그리하여 글이 배우고 싶어 논두렁을 걸어오며 엉엉 울던 어린 막례는 71살의 희망으로 와서 우리에게 말한다. 늘 내일을 걱정했다면, 이제는 기대도 해보라고.


[894호 - Interview]

Photographer 배승빈
Stylist 김아영
HAIR & MAKEUP 한주영 blacklip 
#894호 interview#유튜버#박막례
댓글 0
닉네임
비슷한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