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살아보니 어때요? 핀란드로 간 20대
교환학생
권지윤
인스타그램 hei._.jiyuni
기간 18년 8월부터 19년 6월까지 거주
한 달 생활비 약 6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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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mj_image_
기간 18년 8월부터 12월까지 거주
한 달 생활비 약 100만원
우리가 핀란드로 간 이유
•핀란드의 교육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서
•사진으로만 접한 오로라가 기대돼서
•북유럽은 갈 일이 없는 곳이라서
•핀란드 사람들은 영어를 잘한다기에
01. 물가 비싸고, 춥지만 모두가 행복한 복지국가?
권 손 떨리는 북유럽 물가? 지출하기 나름이에요. 외식비가 비싸고 교통비가 편도 2,600원에 환승이 안 되긴 해요. 하지만 학생식당은 한 끼에 2,600원 정도이고 식료품비가 싸요! 기숙사비도 월 27만원꼴이어서 부담은 없었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복지국가? 보통 그렇게들 생각하죠. 그런데 1990년대엔 핀란드가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였다는 거 아시나요?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나라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네요. 누구나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주는 곳이에요.
이 핀란드 날씨가 별로이긴 하죠. 8월엔 밤 10시까지 해가 안 지더니 11월 되자마자 오후 3~4시면 해가 져요. 비타민D 꼭 챙겨 가는 걸 추천드립니다. 겨울엔 영하 30도를 육박하지만 눈썰매나 스케이트 같은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흐리고 비가 자주 오는 11월만 잘 버티면 괜찮습니다.
02. 핀란드에서 보내는 보통의 하루
권 아침을 챙겨 먹은 뒤 20~30분 정도 자전거 타고 학교에 갑니다. 수업을 듣고 장을 본 뒤 저녁을 해 먹는 것이 보통의 하루 일과였어요. 한국과 비슷하죠? 대신 과제와 시험이 모두 절대평가였고 어느 누구도 제 일에 간섭하지 않고 함부로 조언하지 않는 문화가 정신적으로 정말 여유롭게 만들어줬어요. 자전거를 타면서 만끽하는 풍경과 맑은 공기도 제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줬죠. 수업이 없는 날엔 종종 가까운 해변에 가서 놀았어요. 과자와 맥주를 가져가서 먹고 놀던 게 기억나네요.
이 수업이 있는 날의 하루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예전처럼 공부, 대외활동, 취미 생활 같은 모든 일에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이 바뀌었어요. 항상 여유 없다고 생각하던 것도 다 제가 만들어냈던 일들 때문이더라고요. 앞으로는 스스로 여유를 만드는 방식으로 살아보려고요. “할 땐 하고, 쉴 땐 쉬자.”
03. 핀란드가 한국 사회보다 좋은 점은?
권 교육과 관련된 복지요.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무상교육이라서 학비 걱정을 안 해도 되거든요. 그래서 대학교를 두 번 가는 사람도 꽤 봤습니다. 초등학교 학생들도 정부에서 보급해준 아이패드를 하나씩 가지고 다니고요. 핀란드인들 입장에서는 복지를 위한 세금이 과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배우는 데 금전적인 부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정말 부러웠어요!
이 공기가 미세먼지 한 톨 없이 진짜 깨끗해요. 자연도 환상이죠. 핀란드 북부의 라플란드라는 곳에 가면 지구에 이런 곳이 또 있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워요. 북극해 근처에서 핀란드 전통 사우나를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또 사람들이 대체로 친절해서 좋아요. 다들 영어도 잘해서 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인종차별도 거의 없었고요. 사람들이 순수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04. 핀란드의 교육은 뭐가 다르던가요?
권 전공이 교육학이어서 초등학교 수업을 관찰한 적이 많았어요. 가장 놀라웠던 건 학생들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환경이었죠. 교실 안에 소파나 쿠션을 마련해둬서 바닥에 앉거나 누워서 수업을 들어도 괜찮아요. 쉬는 시간도 15분~30분이라 충분히 밖에 나가서 뛰어놀 수 있습니다. 수업 과목마다 조력자 혹은 교수자로 선생님의 역할도 달라져요. 만들기 수업에선 어떤 걸 어떻게 만들지 전부 학생들이 정하고 선생님은 도와주죠. 수학이나 영어 수업은 직접 가르치고요.
이 자유롭다는 거요. 듣고 싶은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자유, 맞지 않는 것 같으면 그만둘 수 있는 자유, 다시 공부가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대학에서 새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돼 있어요. 100% 팀플을 통해 토론하면서 해결책을 찾아가는 수업도 인상 깊었어요. 토너먼트로 선정된 팀들은 사업으로 연계시킬 수도 있었고요.
05. 5년 뒤 당신이 살 곳은? 핀란드 VS 한국
권 제 목표는 ‘퇴직 후 핀란드에서 살기’입니다. 핀란드에서 평생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서 일단은 한국에 돌아오기로 결정했습니다. 60대 초반까지는 한국에서 일을 하다가 퇴직 후엔 핀란드에서 힐링 라이프를 즐길 거예요. ‘핀란드 내 집 마련’도 하나의 인생 목표가 됐네요. 퇴직하기 전에도 힐링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핀란드를 찾을 계획이에요.
이 한국에 살되 다양한 국가에서 한 달 살기를 해보고 싶어요. 핀란드에 살면서 외국에서 사는 게 정말 색다른 경험이라는 걸 느꼈거든요. 하지만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한국에서 더욱더 마음의 안정을 느낄 수 있긴 해요. 언어를 모두 이해할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요. 생각해보니 어떤 나라의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다면 그 나라에서 사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해볼 것 같네요.
[895호 - glob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