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5년의 따돌림… 아직도 친구 사귀기가 두렵다

지옥 같았던 학교 폭력의 터널은 빠져나왔지만
#1. 왜 왕따를 당했느냐고? 나도 그게 궁금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나는 이름 대신 ‘거지’라고 불렸다. 내가 거지처럼 더럽고 냄새가 난다나. 같은 반 아이들은 물론,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다른 반 아이들도 나와 마주칠 때마다 “거지야!”라고 소리쳤다. 애들은 내 책을 바닥에 던지고, 필기 노트를 훔쳐가는가 하면 비 오는 날 우산을 뺏어가기도 했다. 물을 뿌리거나 지우개 가루를 던지는 일도 허다했다.  

한번은 누군가 내 코트에 달린 모자에 과자 부스러기를 한 움큼 넣어 놓은 적도 있었다. 모자를 뒤집어쓰자, 머리 위로 과자 부스러기가 쏟아져 내렸고 아이들은 그 모습을 보며 깔깔댔다. 억울하고 화가 났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화장실로 뛰어가 머리카락에 엉겨 붙은 과자 부스러기를 떼어내는 것뿐이었다.  

왜 이런 괴롭힘을 당했느냐고? 지옥 같았던 지난 5년의 이야기를 용기 내어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늘 이런 질문이 돌아온다. 글쎄… 나도 궁금하다. 내가 못생겨서? 뚱뚱해서? 아니면 소심해서? 사실 이런 질문은 학교 폭력 피해자인 내가 아니라 가해자들에게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대체 아무 잘못 없는 아이를 왜 괴롭혔느냐고 말이다.
사람들이 따돌림의 이유를 내게 물어올 때마다 괴롭힘당할 만한 이유가 있었는지 추궁하는 것만 같아 자책하게 된다.  
    
#2. 플라스틱 수저로 내 손목을 찍은 사연   

아침마다 눈 뜨는 게 고통스러웠다. 학교에 가야 하니까. 하루는 학교 가는 게 너무 끔찍해서 아이스크림을 사면 주는 플라스틱 수저를 부러뜨려 손목을 찍은 적도 있었다. 죽을 만큼 세게 찍진 못해 손목이 부어오르는 정도의 상처만 입고 끝나긴 했지만. 그땐 죽는 것마저 제대로 못 하는 내가 미웠고, 그런 상황이 절망스러웠다.  

더는 견딜 수 없다고 느꼈을 때, 담임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털어놓자, 선생님은 정말 아무것도 몰랐는지 많이 놀라셨다. 그러곤 다음 날, 아침 조회 시간에 반 아이들에게 말씀하셨다. 우리 반에서 따돌림당하는 친구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같은 반 친구끼리 그러면 안 된다고, 하지 말라고. 그 외에 별다른 조치는 없었고, 따돌림은 계속됐다.  

선생님조차 외면한 내가 학교 폭력의 긴 터널을 벗어날 수 있었던 건 중학교 2학년 때 만난 친구 덕분이었다. 번호 순서대로 짝을 정했는데 우연히 그 친구와 짝이 됐고 우리는 친해졌다. 나에게 친구가 생기니 그 후론 누구도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딱 한 명, 내게 손 내밀어줄 친구 딱 한 명만 있다면 해결될 일이었는데…. 내 학창 시절을 괴롭힌 따돌림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3. 장난이라고? 그건 폭력이었어   

5년이 흘렀다. 그사이 대학에 왔고, 친구도 사귀었다. 겉으론 평범한 대학생처럼 보이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학교 폭력의 기억은 아직도 내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나 없이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내 얘기 하나? 혹시 내가 뭘 잘못했나?’ 착각하고 불안에 떤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 주변을 떠나지 않으려 하는, 지나치게 집착하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그때의 기억으로 여전히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가장 어렵고 힘들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가해자들은 잘 살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면 억울하다. SNS를 통해 그들의 소식을 알아볼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잘 살고 있다면 너무 절망스러울 것 같아서. 사과 받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그들로부터 어떤 소식도 듣고 싶지 않다. 내 인생에 다시 나타나지 않는 것, 내가 가해자들에게 바라는 건 오직 이거 하나뿐이다.  

가끔 뉴스에서 학교 폭력 소식을 접한다. 가해자들은 한결같이 “장난으로 한 일”이라고 변명을 한다. 학교 폭력 가해자였던 과거가 밝혀진 연예인들은 사과 한 번으로 그때의 잘못을 너무 쉽게 청산해버린다. 그 ‘장난’으로 인해 누군가는 죽을 만큼 힘든 삶을 살고 있다는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그건 장난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며 자신의 과거를 미화하고 있을 가해자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 학교 폭력 피해자였던 20대와의 인터뷰를 재구성했습니다. 

[901호 -20's story]

 
#20's story#에세이#학교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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