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헤어진 사람을 잊기 위해 한 달 동안 열 번의 소개팅을 했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 거’, 믿어보기로 했다.
[제보] 나의 실패한 연애담 Ep.05   

2년 넘게 만난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는 완전히 길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같은 동네에 살았고 내가 다니는 학교와 남자친구의 직장이 가까웠기 때문에 2년 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공유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일상에 집중해보려고 해도, 눈에 닿는 곳마다 남자친구와의 추억투성이라서 그 사람을 잊을 틈도 없이 그리움만 잔뜩 밀려왔다. 긴 연애 끝에 찾아온 이별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난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 거’라는 상투적인 말을 믿어보기로 했고, 전 남자친구에게 보란 듯이 다음 연애를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내 인스타그램 피드의 반을 차지했던 럽스타그램을 다 지웠으니 내가 헤어졌다는 사실을 모르는 친구들이 없었거니와, 괜찮은 척하느라 동네방네 이별을 떠들고 다녔더니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나서서 소개팅을 주선해주었다.  

일주일에 서너 개씩 소개팅 일정을 잡고, 어떤 때는 점심, 저녁으로 나누어 하루에 두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스케줄을 가득 채우고 여러 사람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공허한 마음이 조금은 채워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정말로 ‘잠시’뿐이었다. 여러 명과 연락하다 보니 대화에 집중할 수 없었고, 누가 어떤 이야기를 말해준 것인지도 헷갈렸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소개팅을 하고 난 후에는 어떻게 거절할지 고민해야 했고, 거절한 후에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무의미한 만남이 반복됐다.

  그렇게 열 번째 소개팅을 했는데… 드디어 꽤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다. ‘아, 이 사람이라면 충분히 전 남자친구를 잊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데이트를 거듭할수록 하나부터 열까지 전 남자친구와 소개팅남을 비교하는 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은 건지, 전 남자친구와 닮은 대체품을 찾고 있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상대방도 내 마음을 눈치 챈 듯 했다.  
  
결국 전 남자친구도 잊지 못했고, 새로 만나게 된 사람에게도 미안했다. 무엇보다도 실망스러웠던 건 내 자신이었다. 내 일상을 전부 내려놓고 다음 연애만 기다리는 내 자신이 너무 불쌍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예정되어 있던 소개팅을 모두 정리하고 더는 소개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널리 공유하는 연애 오답 노트
             
  이 콘텐츠는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902호 - special]

     
#902호 broken love#소개팅#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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