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취업과 연애 둘 다 잡으려다가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앞으로는 다를 거라는 약속도 해줄 수 없었다.
[제보] 나의 실패한 연애담 Ep.06   

그녀를 처음 만난 건 3학년 2학기, 봉사 연합동아리에서였다. 주말마다 같이 봉사하고 뒤풀이에 참여하면서 우린 금방 친해졌다. 따뜻한 일을 함께해서인지 동아리 내에 많은 커플들이 탄생했고, 학기가 끝날 쯤 우리도 동아리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연애를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학이 됐기 때문에 우리는 자주 만날 수 있었다.   |

일주일에 적게는 사흘, 많게는 매일 데이트하기도 했다. 나도, 그녀도 서로에게‘만’ 집중하며 행복을 만끽했다. 이대로만 지내면 우리 사이엔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학기가 시작되자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나는 4학년 1학기. 이제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시작해야 할 시기였다. 마지막 학기를 여유롭게 보내기 위해 학점도 꽉 채워 들어야 했고, 남들 다 하는 인턴도 지원해야 했다.  

반면 여자친구는 이제 막 2학년이었다. 공부보다는 추억 만드는 게 더 중요하고 남자친구랑 하고 싶은 게 많은, 평범한 스물한 살 여학생이었다. 나도 이렇게까지 바빠질 줄 몰랐는데 여자친구에게 미안할 틈도 없이 과제가 쏟아졌다.  

여기에 졸업 작품 프로젝트와 공모전 준비까지 하면서 몸이 열 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당연히 이 모든 스케줄을 소화하는 동안 여자친구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그렇다고 내 마음이 식은 것도 아니고 여자친구도 내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착각이었다.
    
한 학기가 다 지나가는 동안 여자친구는 생각보다 많이 지쳐 있었다. 돌이켜 보니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제대로 대화도 못 한 채 잠드는 날도 많았고, 일주일에 한 번 얼굴 보는 것도 힘들었다. 수업 일찍 끝나는 날 한강 가기로 했던 것, 같이 축제 보기로 했던 것, 주말에 여행 가기로 했던 것… 지킨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더 슬펐던 건, 여자친구에게 앞으로는 다를 거라는 약속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공채가 시작되면, 전형이 다 끝날 때까지 지금보다 더 바쁠 테니까…. 취업 준비에 올인한답시고 알바도 그만두고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생활했기 때문에 좋은 선물을 사줄 자신도 없었다. 취준과 연애를 병행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반드시 취뽀해서 그녀에게 다시 연락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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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당신의 실패한 연애담을 들려주세요.

[903호 - broken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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