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환승 이별만 했던 내가 환승 이별을 당했다

환승 당하면 이런 기분이구나.
[제보] 나의 실패한 연애담 Ep.07 

내 나이 스물다섯. 총 일곱 번의 연애를 했다. 그중 다섯 번은 소위 ‘환승 이별’ 후 시작된 연애였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헤어진 지 한 달도 채 안 됐는데 금방 새 남자친구가 생기거나, 남자친구와 사이가 안 좋을 때 새로운 이성이 마음에 들어오면 얼른 헤어지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연애 공백기가… 정말 짧았다.  

친구들이 “전 남친을 제대로 정리하지도 않고 다음 사람을 만나는 게 가능하냐”고 의아해하거나, “전에 만났던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쓴소리를 해도 개의치 않았다. 뭐 어때? 어차피 헤어지면 남이고, 앞으로의 인연에 집중하겠다는데. 게다가 환승을 하면 새 연애의 달콤함에 취해 이별에 대한 아픔을 덜 느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이별을 피할 수 없다면 이별의 아픔을 최소화하고 싶었고, 내 딴에는 환승 이별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렇게 또 한 번의 환승 이별 후 일곱 번째 남자친구를 만났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새 남자친구 덕분에 이전 사람과의 이별 후유증을 금방 극복할 수 있었다. 행복한 연애를 하며 반년이 흘렀고, 그러다가 크게 다투면서 결국 헤어지게 됐다. ‘어차피 또 금방 다른 남자친구가 생기겠지’ 하면서 이별의 아픔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며칠 후 전 남자친구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모르는 여자의 사진이 올라왔다. 낯이 익다 싶더니 같이 일한다고 했던 여자분이라 나도 얼굴을 아는 사람이었다. 설마 했는데, 인스타그램 아이디까지 그 여자와 비슷하게 바꾼 것을 보고 확신이 들었다.
    
지금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배신감이었다. 이별은 같이 했는데 나 혼자 감내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바람난 건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아직 이별에 아파하고 있는데, 전 남자친구는 벌써 나를 싹 다 지우고 새 출발을 했다는 것. 나랑 사귈 때 이미 새로운 사랑을 키울 준비를 했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환승 당하면 이런 기분이구나. 나야말로 지금껏 진짜 최악의 연애를 해왔다는 걸 깨달아서 더 따질 수도 없었다. 뭐가 찔렸는지 계속 변명하려는 전 남자친구에게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그 사람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 지워버렸다.  

널리 공유하는 연애 오답 노트
    
이 콘텐츠는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905호 - broken love]


#905호 broken love#환승이별#실패한 연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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