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질투하지 않는 것’은 나의 힘!
좋아하는 일을 동경으로만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 중.
자기계발서에서 또는 주변에서 ‘질투’와 ‘열등감’을 동력으로 목표를 이룬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한다. 특히 작가를 포함한 예술가들 중에 그런 사람이 유독 많은 것 같다. 이런 얘길 들으면 문득 걱정이 된다. 나는 작가 지망생인데, 작가를 꿈꾸는 것치고 질투가 없는 편이기 때문이다. ‘행복은 오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라는 내 오랜 좌우명 역시 ‘소확행’을 누리기에는 적합할지 몰라도 성취를 이루기엔 마땅치 않은 것 같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예술 계통의 자기계발서인데, 토익 책을 제쳐뒀을 만큼 몰두해서 봤다. 그중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는데, 저자 줄리아 카메론이 ‘질투는 지도’라고 말한 부분이다. 그녀는 “질투심은, 나도 하고 싶지만 행동으로 옮길 용기가 없는 어떤 것에 대한 두려움의 가면”이라고 했다.
이 부분을 읽는 순간 몇 년 전에 읽었던 배우 김태리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연극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것에 경제적 어려움을 감수하겠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느냐는 질문에 김태리는 이렇게 답했다. “당시에는 그런 고민조차 없었다.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지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버스비가 없어도 자전거 타고 다닐 수도 있고, 집에서 밥도 먹여주시고, 갖고 싶은 건 나중에 돈 생겼을 때 사면 되니까.”
처음 인터뷰를 읽을 때나 지금이나 김태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다. 하지만 그녀가 일말의 고민조차 없이 연극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이 인터뷰를 읽고는, 얄미울 만큼 샘나고 속이 쓰렸다.

수도권에 집이 있고, 부모님이 해주시는 밥을 먹으며 하고 싶은 예술을 할 수 있는 그녀의 상황도, 돈에 초연할 수 있는 담대함과 뚜렷한 주관도 부러웠다. 인터뷰 기사 댓글엔 이래서 ‘김태리가 좋다’는 칭찬 내지 찬양이 줄을 이었다. “나도 그런 환경이었다면 고민 없이 하고 싶은 일 했을 텐데.” 옆에 있던 친구에게 내가 느낀 열패감을 푸념처럼 털어놓았다. 그렇게 수다를 떨며 실컷 합리화를 해버리곤 곧 그 일을 잊었다.
몇 년이 지나고, 문득 그때 그 인터뷰가 떠올랐다. 그리고 이제야 내가 느꼈던 질투심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꿈은 나중에 좇고 일단 생계를 위해서 남들처럼 취업해야겠다고 깊은 고민 없이 현실을 받아들였던 나와 달리, 가고자 하는 길을 택했기 때문에 그녀에게 질투가 났던 것이다. 단순히 돈이 많거나, 예쁘거나, 인기가 많은 사람을 봤을 때는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벼랑 끝에 가서야 날 수 있는 새처럼, 졸업을 목전에 두고서야 진짜 원하는 것이 뭔지 마주할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질투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한 거다. 혼자 한계를 만들어 놓고, 지레 겁먹은 채 도전하지 못하고 있던 ‘글쓰기’라는 영역은 막상 발을 들이니 그렇게 신비화할 대상도 아니었다. 마감 없인 글을 못 쓰는 게으름뱅이인 것은 여전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동경으로만 남겨두지 않으려고 오늘도 노력 중이다. 누군가를 질투하지 않기 위해. ‘질투는 나의 힘’을 외치는 사람도 있지만, 나에겐 ‘질투하지 않는 것이 나의 힘’이다.
[906호 - 20's voice]
writer 독자 장아연 anwlro2683@naver.com
#20's voice#에세이#좋아하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