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독립적인 내가 연애를 시작하고 의존적인 사람이 됐다

나는 집착하고 있었다. 이건 건강한 연애가 아니었다.
[제보] 나의 실패한 연애담 Ep.08   

맞벌이하는 부모님 밑에서 첫째 딸로 자란 나는 뭐든지 다 스스로 해내야 했다. 학원을 알아보러 다니는 것도, 하교 후 집에서 밥을 먹는 것도, 동생을 챙기는 것도….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하는구나’라는 칭찬이 나로 하여금 도와달란 말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아무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고, 일부러 더 ‘독립적’인 이미지 속에 나를 가뒀다.   

그런 내게 남자친구라는 존재는 ‘숨구멍’과 같았다. 남자친구 앞에서만큼은 내 솔직한 감정을 드러낼 수 있었다. 남자친구는 내 밑바닥까지 사랑해줄 거라고 믿었으니까. 그래서 남자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좋아했고 몸도 마음도 남자친구에게 많이 기댔던 것 같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그저 남자친구를 많이 믿고 의지하게 된 것쯤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남자친구가 ‘내 인생의 전부’가 됐다. 

  나는 거의 모든 시간을 남자친구에게 쏟았고,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남자친구에게 도움을 받았다. 내 일거수일투족을 남자친구가 챙겨주길 바랐다. 거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남자친구에게 바쁜 일이 생겨 데이트할 수 없는 날이나 남자친구의 카톡 답장이 늦는 때면,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도 오빠가 보고 싶어서 죽을 것 같은데 오빠는 내가 안 보고 싶나? 혹시 이제 내가 싫어진 건가?’라며 극단적으로 해석했다.  

친구와 함께 있을 때도 온통 정신은 남자친구와의 연락에 쏠렸다. 무엇보다 학업을 비롯해 내가 해야 할 일에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혼자 사는 법을 완전히 잊어버린 듯했다. 처음엔 애처럼 구는 나를 달래주던 남자친구도 지치기 시작했다.  
 

 나도 남자친구 신경 안 쓰고 내 일에 집중하고 싶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는 더 악화됐고, 남자친구의 사랑을 의심하고, 시험하고, 실망하는 날들이 반복됐다. 그러던 어느 날, 되는 게 하나도 없는 힘든 하루를 보내고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피곤한 나머지 먼저 잠든 남자친구가 전화를 받지 못했다.  

나는 밤새 울며 남자친구를 원망하는 카톡을 보냈다. 다음 날, 지친 표정으로 전화 못 받아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남자친구를 보고, 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내가 봐도 나는 집착하고 있었다. 이건 건강한 연애가 아니었다. 남자친구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이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널리 공유하는 연애 오답 노트 
  
이 콘텐츠는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906호 - broken love]

 
#906호 broken love#연애#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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