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당신의 동기가 10명 이하면 생기는 일

소수 과 대환장 파티 SSUL, 들어볼래...?
대학생은 누구나 웅장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줄 알았다. 바글바글한 동기들 사이에서 시끌벅적하게 술을 마시고, 같이 다니고 싶은 친구가 있으면 시간표도 같이 짜보고. 싫은 사람들과는 거리 두고 폼 나게 마이웨이 하기. 이 모든 게 당연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과 인원이 적은 ‘소수 과’에 들어오게 된 나. 대학 생활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매우 달랐다.  


안 맞아도 탈주 불가

   
과 인원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확률도 낮다는 걸 의미한다. ‘동기사랑 나라사랑’이라는 구호(?) 아래 안 맞는 사람들과 함께 다니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는 입학 후 어쩌다 함께 다니게 된 동기들과 성향이 맞지 않았다. 술자리를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했던 나와 달리, 그들은 술자리도 사람 많은 곳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탈주하고 싶어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시간표도 대부분 비슷하기에 무리에서 혼자 낙오될까봐 그들과 꾸역꾸역 어울렸고, 집에 오면 늘 우울했다. 무모하게 손절했다가는, 졸업할 때까지 사람들과 불편하게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손절한 동기들과 일주일 내내 함께 팀플 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  


유독 살벌한 학점 전쟁


   
어디나 학점 전쟁은 치열하다. 하지만, 인원이 적은 과는 유독 학점 받기가 어렵다. 상대평가라서  A를 받을 수 있는 인원이 한정적인데, 심한 경우 한 학번 중 4명만 A를 받을 수 있다.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는 살벌한 인간관계가 가능하다.  

특히 팀플이 있는 수업은 더욱더 피 말린다. 우리 팀이 과제를 잘해도 팀원 누군가는 A, 누군가는 그 이하의 성적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원이 16명인 수업은 4명까지 A를 받을 수 있는데, 만약 한 팀이 5명이면 한 명은 A를 받을 수 없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서로 눈치를 보게 되고, 기여도를 확실하게 나눌 수 없는 프로젝트일수록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 학점 발표 후에는 이의 제기하기도 뻘쭘하고, 장학금 받기 어려운 건 말할 필요도 없다.  


교수님들이 전부 날 기억해


   
고등학교 때는 선생님이 날 모르면 섭섭하지만, 대학교 때는 교수님이 날 알면 두렵다. 남들은 4년 동안 교수님이 내 이름도 모른다는데, 소수 과는 교수님이 거의 모든 학생의 이름과 얼굴을 외운다. 웬만한 전공 교수님들이 날 알고 있다는 것은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교수님께 잘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겨서 교수님과 말 한마디 하는 게 어렵다.  

강의 평가할 때도 누가 썼는지 알 것 같아서 할 말을 못 한다. 교수님이 학생들 얼굴을 다 아니까, 출튀는 최고 난이도다. 가끔은 제발 날 좀 몰라줬으면 싶기도 하다.  


소문의 주인공은 한 달 안줏거리


   
과 인원이 적으면 소문이 퍼지는 속도가 상상 이상이다.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관계라서, 이야깃거리가 하나 생기면 그날의 주제가 된다. 헛소문일수록, 자극적인 얘기일수록 빨리 퍼지며 한달 술자리 안줏거리가 되기도 한다. 사람 피해 다니기 힘든 소수 과에서는 그 시선과 수군거림, 뒷말을 오롯이 견뎌내야 한다.  

특히 이성 관련 소문은 치명 타율이 높다. 한 성별이 유독 많은 과라면 몇 년 동안 죽어라 고통받을 수 있다. 이야기가 한쪽의 입장에서 가공되어 ‘누가 나쁘고 누가 잘했네’라는 식으로 결론 난다. 나도 모르는 사이, 우리 과의 셀럽, 핵인싸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과 CC는 최소 휴학행


   
소수 과에서의 CC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이 훨씬 많다. 애인과 다니느라 동기들과 소원해져서 나중에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 있고, 이별 후에는 내 친구, 전 애인 친구로 인간관계가 분리된다. 몇 안 되는 동기들이 헤어진 커플들 때문에 분열되어 더 이상 모이지 못하기도 한다.  

가장 치명적인 건, 전 애인과 지속적으로 마주친다는 것. 겹친 시간표와 적은 과 인원은 피하고 싶은 뒷얘기를 자꾸 수면으로 끌어올린다. 나는 20명 정도 되는 과의 CC였다가 이별했는데, 나와 전 애인 때문에 과 모임을 하기 불편하다는 말을 들었다. 결국 전 애인과 나는 둘 다 휴학을 했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전 애인은 자퇴했다고 한다.  

필참과 행사의 늪


   
대학 생활의 메인은 행사다. 축제, 엠티, 체육대회 등 일 년에 진행되는 행사가 생각보다 많다. 다들 성격이 활발하거나, 과 분위기가 좋다면 모두 재밌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성향이 같은 건 아니다. 시끌벅적한 것을 싫어할 수도 있고, 안 맞는 사람들이 있어 참석하기 싫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적은 과에서는 몇 명이 행사에 불참하면 운영이 아예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소수 과는 대부분의 행사를 강제 필참으로 규정한다. 필참 과 행사는 빠지면 눈치가 보이고, 뒷말이 나온다. 울며 겨자 먹기로 참석할 수밖에 없다. 내 등록금 내고 학교 다니는데, 즐겁지 않은 과 행사도 빠지기 힘든 현실. 가끔 이러려고 등록금 내나, 현타가 온다.    

만약 본인이 소수 과인데 크게 공감되지 않는다면 축하한다. 축복받은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니! 대학 생활은 케바케라서 모든 소수 과가 이런 건 아니다. 잘 지내는 사람도 분명 존재할 거다. 하지만, 대학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 “이 또한 결국 지나가리라.”  

Campus Editor 강윤지
Director 백장미
Designer 몽미꾸
#20대고민#고민#대학교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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