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다이어트 강요하는 남자친구를 만나고 내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아침저녁 체중계에 올라 몸무게를 재는 게 일상이 됐다.
[제보] 나의 실패한 연애담 Ep.09   

내가 스물두 살 때 만난 남자친구는 꽤 마른 편이었다. 여자 중에서도 마른 편이었던 나와 손목 둘레가 비슷했던 정도…. 연애를 시작할 당시에는 꿈에도 몰랐다. ‘마름’의 정도가 연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거라고는. 우리가 자주 다투기 시작했던 건 정확히 내 몸무게가 3kg 정도 늘기 시작한 순간부터였다.
    
3kg 정도는 쪘다가도 금방 빠지는 몸무게였기 때문에 한 번도 신경 써본 적 없었는데, 남자친구는 귀신같이 알아챘다. 그동안 전 남자친구들한테 살 좀 찌우라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대놓고 살 빼라는 소리를 들은 건 처음이었다. 충격적이긴 했지만 한창 연애하던 초반이라 ‘이 기회에 운동도 하고 다이어트도 하자’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다행히 몸무게는 다시 줄었고 그만큼 우리 사이도 다시 좋아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시험 기간에 야식을 먹으면서 밤새는 날이 반복되자 또다시 살이 찌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남자친구는 데이트할 때마다 “요즘 다시 살찐 것 같은데”라며 눈치를 주거나, 자기는 밥을 다 먹었는데 내가 계속 먹고 있으면 “더 먹게? 다이어트 한다고 하지 않았어?”라며 핀잔을 주었다.  

그때마다 나는 “아, 맞다. 나 다이어트 하기로 했지. 너무 맛있어서 생각 없이 계속 먹었네”라며 무안한 상황을 웃어넘기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자꾸 살쪘다는 소리를 듣다 보니 나도 점점 자존감이 낮아졌다. 남자친구랑 같이 사진을 찍을 때면 내가 더 통통하게 나오는 것 같아서 사진 찍는 것도 피하게 됐고, 아침저녁으로 체중계에 올라가 몸무게를 재는 게 일상이 됐다.  

내 몸무게에 따라 남자친구의 사랑이 결정되니까, 살찌면 남자친구가 싫어하니까, 살빼라고 강요하는 남자친구보다 살찐 내가 더 싫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취업 준비에 바쁜 남자친구를 위해 무한 리필 고깃집에 갔는데…. 맛있게 먹는 내 모습을 보고 남자친구가 정색하며 “그만 먹어, 이제.”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잘 익은 고기를 집어 올렸는데, 그 순간 남자친구가 내 젓가락을 툭 치며 “지금부터 내가 먹으라는 만큼만 먹어”라고 말했다. 그 순간, 이건 잘못된 연애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그날이 우리의 마지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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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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