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우리는 각자의 방에 누워 악몽을 꾼다
그러나 그 악몽이 옆방으로 새어나가선 안 된다.
악몽을 꿨다, 오늘도. 고시원 방에 들어온 지 이제 한 달 즈음. 나는 여전히 적응하지 못한 채 매번 악몽을 꾼다. 좁은 방 안에서는 모든 의지를 상실한다. 친구들의 연락에 답장하기도 벅차 핸드폰을 멀리 치워놓고는 넷플릭스 시리즈를 틀어놓는다. 시간이 멈춘다. 가동 범위는 노트북에 꽂아둔 이어폰이 귀에서 빠지지 않을 만큼.
과제와 읽어야 할 책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졸리지 않은 건 아니지만 잠을 자기도 싫다. 본가에서 가져온 반찬도 2주째 한 통을 못 비웠다. 이러면 안 되는데. 엄마 아빠는 조금이라도 내가 편해질까 하고 마련해주신 건데.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면 일어나서 방 청소를 한다. 기껏해야 머리카락을 치우는 정도. 그러곤 다시 진이 빠져 침대에 눕는다. 아, 못 하겠다.
나의 이 작은 방에는 화장실도, 샤워실도 없다. 다행히 외창이 있어 창을 열면 숨이 조금 트인다. 맞은편 아파트에선 가족들이 강아지와 놀아주며 TV를 보고 있다. 단란하구나. 가끔은 이곳에 영영 갇혀버린 느낌이다.
결국 내가 나가지만 않는다면 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도 모를 것 아닌가? 아, 외로워라. 누워서 천장을 바라본다. 풍성한 꽃잎이 그려진 회색빛의 벽지. 머리 위엔 에어컨, 발치엔 기능을 하지 않는 환풍구. 이따금씩 냉장고에서 냉각기 돌아가는 소리가 적막을 깬다. 너무 조용한 건 무섭지만 이런 소음은 짜증이 난다. 고작 나는 소리가 이거라면 차라리 적막이 나아. 우우우웅.
우울이 바닥부터 차오르기 시작한다. 울면 좀 나아질까 싶지만 눈물이 나지 않는다. 사실 이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거란 걸 알고 있다. 다들 이렇게 사는걸. 내 이야기가 뭐 그리 대단한 비극이라고. 모른 척 울어 젖히기엔 나도 세상이 녹록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다만 그게 내 기분을 어찌할 순 없을 뿐이다. 새벽 즈음 알아들을 수 없는 프랑스 드라마가 끝이 났다. 내일 1교신데.
쿵쿵쿵쿵. 눈을 떴다. 얇은 가벽 반대편 옆방에서 두드리는 소리다. 아, 소리를 지른 게 꿈이 아니었구나. 옆방 사람에겐 미안하지만 양심도 없이 고마운 마음이 든다. 덕분에 이 지독한 꿈에서 깨어났다. 익숙한 악몽에 시달린 나보다 이렇게 하루의 시작을 망쳐버린 옆방 사람이 생각나 마음이 무겁다. 죄송해요, 라고 포스트잇이라도 붙여야 할까, 하는 오지랖을 부리려다 이내 사그라든다. 무얼.
부엌을 공유하고, 창문 여닫는 소리가 들리도록 가깝지만 어쨌든 우리는 철저히 남이다. 살갑게 살아 무엇해. 어차피 다들 떠날 사람들인데, 하는 내가 웃긴다. 아까는 외롭다며. 텅 빈 벽 사이 등을 맞대고 지내지만 우리는 분명하게 남이다. 나는 당신을 모르고 당신도 나를 모른다. 외로움과 불안, 두려움이 덮쳐오는 밤 나는 또 악몽을 꾸겠지. 그러나 그 악몽이 옆방으로 새어나가선 안 된다. 그 방은 당신만의 방이기에. 나는 오늘도 나를 가둔다.
하루 종일 방 안에서 지내면 주로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 인간 하나 사는 데 물건이 이렇게나 많이 필요하다니. 사람은 도대체 밥을 얼마나 먹어야 하는 거지. 왜 하루만큼만 하루가 된 걸까. 상념만 넘쳐나고 의욕은 지지부진하다. 답답해서 나가고 싶지만 누구 하나 만나자 부를 사람이 없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면 다들 바쁘고 복작복작하다. 침대에 누워 들어오는 빛으로 시간을 어림짐작해본다. 아, 오늘도 이렇게 가는구나. 올해도 이렇게 가겠구나. 메모장의 가장 최근 메모는 “사랑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외롭다. 자취 햇수가 늘어나도 혼자는 여전히 버겁다. 그렇지만 당신도 어렵다. 차마 타인의 방문을 두드리기엔 겁이 난다. 밤바람이 꽤 차지만 창문은 열어놓은 채 잘 준비를 한다. 첫차가 집 앞 정류장에 멈춰 서고, 나는 오늘도 당신의 노크 소리에 기대어 잠이 든다.
과제와 읽어야 할 책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졸리지 않은 건 아니지만 잠을 자기도 싫다. 본가에서 가져온 반찬도 2주째 한 통을 못 비웠다. 이러면 안 되는데. 엄마 아빠는 조금이라도 내가 편해질까 하고 마련해주신 건데.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면 일어나서 방 청소를 한다. 기껏해야 머리카락을 치우는 정도. 그러곤 다시 진이 빠져 침대에 눕는다. 아, 못 하겠다.
나의 이 작은 방에는 화장실도, 샤워실도 없다. 다행히 외창이 있어 창을 열면 숨이 조금 트인다. 맞은편 아파트에선 가족들이 강아지와 놀아주며 TV를 보고 있다. 단란하구나. 가끔은 이곳에 영영 갇혀버린 느낌이다.
결국 내가 나가지만 않는다면 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도 모를 것 아닌가? 아, 외로워라. 누워서 천장을 바라본다. 풍성한 꽃잎이 그려진 회색빛의 벽지. 머리 위엔 에어컨, 발치엔 기능을 하지 않는 환풍구. 이따금씩 냉장고에서 냉각기 돌아가는 소리가 적막을 깬다. 너무 조용한 건 무섭지만 이런 소음은 짜증이 난다. 고작 나는 소리가 이거라면 차라리 적막이 나아. 우우우웅.

우울이 바닥부터 차오르기 시작한다. 울면 좀 나아질까 싶지만 눈물이 나지 않는다. 사실 이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거란 걸 알고 있다. 다들 이렇게 사는걸. 내 이야기가 뭐 그리 대단한 비극이라고. 모른 척 울어 젖히기엔 나도 세상이 녹록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다만 그게 내 기분을 어찌할 순 없을 뿐이다. 새벽 즈음 알아들을 수 없는 프랑스 드라마가 끝이 났다. 내일 1교신데.
쿵쿵쿵쿵. 눈을 떴다. 얇은 가벽 반대편 옆방에서 두드리는 소리다. 아, 소리를 지른 게 꿈이 아니었구나. 옆방 사람에겐 미안하지만 양심도 없이 고마운 마음이 든다. 덕분에 이 지독한 꿈에서 깨어났다. 익숙한 악몽에 시달린 나보다 이렇게 하루의 시작을 망쳐버린 옆방 사람이 생각나 마음이 무겁다. 죄송해요, 라고 포스트잇이라도 붙여야 할까, 하는 오지랖을 부리려다 이내 사그라든다. 무얼.
부엌을 공유하고, 창문 여닫는 소리가 들리도록 가깝지만 어쨌든 우리는 철저히 남이다. 살갑게 살아 무엇해. 어차피 다들 떠날 사람들인데, 하는 내가 웃긴다. 아까는 외롭다며. 텅 빈 벽 사이 등을 맞대고 지내지만 우리는 분명하게 남이다. 나는 당신을 모르고 당신도 나를 모른다. 외로움과 불안, 두려움이 덮쳐오는 밤 나는 또 악몽을 꾸겠지. 그러나 그 악몽이 옆방으로 새어나가선 안 된다. 그 방은 당신만의 방이기에. 나는 오늘도 나를 가둔다.
하루 종일 방 안에서 지내면 주로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 인간 하나 사는 데 물건이 이렇게나 많이 필요하다니. 사람은 도대체 밥을 얼마나 먹어야 하는 거지. 왜 하루만큼만 하루가 된 걸까. 상념만 넘쳐나고 의욕은 지지부진하다. 답답해서 나가고 싶지만 누구 하나 만나자 부를 사람이 없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면 다들 바쁘고 복작복작하다. 침대에 누워 들어오는 빛으로 시간을 어림짐작해본다. 아, 오늘도 이렇게 가는구나. 올해도 이렇게 가겠구나. 메모장의 가장 최근 메모는 “사랑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외롭다. 자취 햇수가 늘어나도 혼자는 여전히 버겁다. 그렇지만 당신도 어렵다. 차마 타인의 방문을 두드리기엔 겁이 난다. 밤바람이 꽤 차지만 창문은 열어놓은 채 잘 준비를 한다. 첫차가 집 앞 정류장에 멈춰 서고, 나는 오늘도 당신의 노크 소리에 기대어 잠이 든다.
[908호 - 20's voice]
writer 독자 한아름 especiallyhan@gmail.com
#20's voice#에세이#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