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혼자 떠난 여행은 함께 완성된다
나만의 시간을 찾아 떠났지만, 결국 누군가를 만났고
입시 전쟁, 학점 전쟁, 스펙 전쟁……. 온갖 인생 전쟁에 넌더리가 난 나는 22년 인생 처음으로 휴식기를 가지기로 했다. 러시아의 광활한 대륙을 횡단하는 열차에 지친 몸을 싣기로 한 거다. 굴러가는 바퀴의 진동이 온몸을 관통하도록 놔둔 채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좀 쉬어 보려고. 엄마 배 속에서 나와 먹고 자던 시기를 제외하곤, 군말 없이 앞만 보고 긴 시간을 달려왔다. 이젠 나를 잠깐 멈추고, 달리는 기차 안에서 혼자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싶었다.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었기에 주변의 걱정도 샀다. 그러나 나는 혼자 떠난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좋았다. 가끔 혼자 있고 싶은 땐 그냥 (나 자신과의) 약속이 있다고 말하기도 할 정도로 나만의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6일간의 기차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기 위한 적당한 핑곗거리가 되어주었다.
혼자 있고 싶어 떠난 여행이었지만 내내 혼자일 순 없었다. 아침에 눈뜨면 뜨거운 물에 각설탕을 왕창 넣은 차를 타주던 앞 침대 아저씨, 매일 밤 내가 발로 이불을 차면 아빠처럼 이불을 정리해주시던 옆 침대 아저씨와 함께였으니까. 내 발에서 나는 건지 윗 침대 삼촌한테서 나는 건지 모를 냄새도 여행 내내 코끝을 떠나지 않았다.
처음엔 귀찮았지만, 조금 지나니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나쁘지 않았다. 손짓 발짓과 구글 번역기의 도움으로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한껏 감성적일 수 있었기 때문에. 언제 다시 볼지 모를 러시아 사람들과 함께였기에 지평선이 보이는 허허벌판 위, 밤하늘에 박힌 별을 보며 감상에 젖은 말들을 내뱉을 수 있었다. 나중엔 심지어 이런 게 여행의 묘미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이번 만남을 끝으로 다시 만나긴 힘들겠지만, 그 덕에 마음속 이야기를 시원하게 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그렇게 혼자 있기 위해 떠났던 여행은 누군가의 등장과 함께 완성되었다. 나만의 시간을 찾아 떠났지만, 결국 누군가를 만났고 그 만남이 여행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고독과 군중 사이를 줄타기하며 나의 여행은 끝이 났다. 결국 인생은 어느 한쪽으로만 정의 내릴 수 없으며, 내가 원했던 것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그 결과가 꼭 나쁘지만은 않으리라는 깨달음을 남기고서.
횡단 열차를 떠나 현실로 복귀하고 나서도 그때의 깨달음은 내게 영향을 주고 있다. 다시 돌아온 바쁜 일상 역시 꼭 지치고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혼자 떠난 여행이지만 누군가를 만나서 더 좋은 여행이 되었듯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일상을 잘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인생에서 자신의 하루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는 늘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순 없다. 그렇기에, 뜻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의외의 소득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조금 놓인다. 다들 나처럼 생각하며 힘든 현재를 버텼으면 좋겠다. 그래서 일기장에만 간직하던 마음속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놓게 되었다. 나와 함께 힘에 부치는 20대를 살아가는 친구들이 각자 자신만의 버티는 힘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었기에 주변의 걱정도 샀다. 그러나 나는 혼자 떠난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좋았다. 가끔 혼자 있고 싶은 땐 그냥 (나 자신과의) 약속이 있다고 말하기도 할 정도로 나만의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6일간의 기차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기 위한 적당한 핑곗거리가 되어주었다.
혼자 있고 싶어 떠난 여행이었지만 내내 혼자일 순 없었다. 아침에 눈뜨면 뜨거운 물에 각설탕을 왕창 넣은 차를 타주던 앞 침대 아저씨, 매일 밤 내가 발로 이불을 차면 아빠처럼 이불을 정리해주시던 옆 침대 아저씨와 함께였으니까. 내 발에서 나는 건지 윗 침대 삼촌한테서 나는 건지 모를 냄새도 여행 내내 코끝을 떠나지 않았다.
처음엔 귀찮았지만, 조금 지나니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나쁘지 않았다. 손짓 발짓과 구글 번역기의 도움으로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한껏 감성적일 수 있었기 때문에. 언제 다시 볼지 모를 러시아 사람들과 함께였기에 지평선이 보이는 허허벌판 위, 밤하늘에 박힌 별을 보며 감상에 젖은 말들을 내뱉을 수 있었다. 나중엔 심지어 이런 게 여행의 묘미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이번 만남을 끝으로 다시 만나긴 힘들겠지만, 그 덕에 마음속 이야기를 시원하게 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그렇게 혼자 있기 위해 떠났던 여행은 누군가의 등장과 함께 완성되었다. 나만의 시간을 찾아 떠났지만, 결국 누군가를 만났고 그 만남이 여행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고독과 군중 사이를 줄타기하며 나의 여행은 끝이 났다. 결국 인생은 어느 한쪽으로만 정의 내릴 수 없으며, 내가 원했던 것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그 결과가 꼭 나쁘지만은 않으리라는 깨달음을 남기고서.
횡단 열차를 떠나 현실로 복귀하고 나서도 그때의 깨달음은 내게 영향을 주고 있다. 다시 돌아온 바쁜 일상 역시 꼭 지치고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혼자 떠난 여행이지만 누군가를 만나서 더 좋은 여행이 되었듯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일상을 잘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인생에서 자신의 하루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는 늘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순 없다. 그렇기에, 뜻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의외의 소득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조금 놓인다. 다들 나처럼 생각하며 힘든 현재를 버텼으면 좋겠다. 그래서 일기장에만 간직하던 마음속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놓게 되었다. 나와 함께 힘에 부치는 20대를 살아가는 친구들이 각자 자신만의 버티는 힘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910호 - 20's voice]
writer 독자 권진희 genie5429@naver.com
#20's voice#에세이#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