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내 남자친구는 우리의 연애사를 전부 부모님과 공유했다

남자친구의 가족이랑 같이 데이트하는 기분이 들었다.
[제보] 나의 실패한 연애담 Ep.13 

스물다섯 살 때 만났던 남자친구는 가족을 정말 사랑했다. 그래,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나도 우리 가족을 사랑하니까.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만 내 남자친구가 좀 유별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한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남자친구는 지나가다가 맛있는 거나 예쁜 걸 발견하면 꼭 “맛있겠다. 집에 포장해 가야지” “저거 예쁘다. 우리 엄마 사다 줘야겠다”라고 말했다. 데이트할 때마다 매번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샀는데 이정도야 뭐, 다정한 성격인가 보다 하고 지나갈 수 있었다.  

둘째, 남자친구는 우리의 연애사를 전부 부모님과 공유했다. 한번은 남자친구가 부모님도 다 계신 집에 자꾸 초대하길래, 나를 소개해드리고 싶나보다 해서 놀러 갔는데! 그날 이후로 어머니로부터 자꾸 카톡이 왔다. 어쩌다 싸우기라도 하면, “OO아, 롯X월드 가다가 싸워서 안 갔다며! 서로 배려하면서 연애해야지”라며 나무라시는 것도 모자라, 나에 대한 사소한 정보까지 알고 계셨다. 내가 언제 잘 삐치고, 어떤 음식을 안 먹는지도. 그런 것까지 부모님께 다 말한다니까 기분이 너무 이상해서 그러지 말라고 했더니, “너도 이제 우리 가족인데 뭐 어때”라며 오히려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셋째, 중요한 날에는 꼭 가족이랑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남자친구의 생일에도 당일에 만나지 못하고 전날 미리 만나 축하해줘야 했다. 서운했지만 생일은 가족들에게도 특별한 날일 테니까 이해해야지 싶었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거기서 그치지 않고 “크리스마스는 가족들이랑 보내야 하니 주말에 미리 만나자”며 선수를 치는 게 아닌가. 크리스마스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생각에 남자친구를 설득해보기로 했는데….  
  
크리스마스에 남자친구네 가족과 함께라니? 차라리 내가 포기하는 게 낫지 싶었다. 결국 이번에도 가족한테 밀려 미리 데이트를 했다. 서운한 마음을 뒤로한 채 알바해서 번 돈으로 크리스마스 선물로 커플 목도리를 줬는데… 그다음 날, “엄마가 목도리 너무 예쁘다고 하시네. 이거 엄마 드려도 되지? 우리는 새로 하나 사자~”라고 카톡이 왔다. 그럼 나는 남자친구네 어머니랑 커플 목도리를 하게 되는 건가? 이제 데이트할 때마다 남자친구의 가족이랑 같이 데이트하는 기분까지 들었고, 더는 그를 전처럼 사랑할 수 없었다.

널리 공유하는 연애 오답 노트
         

이 콘텐츠는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911호 - broken love]


#911호 broken love#실패한 연애담#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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