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남자친구가 송년회 스케줄 꽉 찼다고 내년에 만나재요

남친이랑 약속 잡는 게 선착순으로 수강 신청하는 수준
[제보] 나의 실패한 연애담 Ep.14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난 내 남친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인싸’였음. 그냥 인싸도 아니고 핵인싸. 알바 끝나고 술자리를 주도하는 것을 보고 조금은 예상했는데, 생각한 것 이상이었음. 저녁 시간이면 술자리에 있어서 연락도 잘 안 되고, 약속도 일주일에 간신히 한 번 잡을 수 있었음. 굳이 고르자면 아싸에 가까웠던 나는, 남자친구의 그런 성격이 부럽기도 했고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것도 나름 적당하다고 생각했음. 그렇게 내게 닥쳐올 한 치 앞 시련을 못 보고, 이 기막힌 연애가 시작됐음.  

일단 남친은 소속된 모임이 많았음. 현재 활동 중인 축구 모임, 러닝 크루, 봉사 동아리, 영어 스터디 등등…. 이 모든 모임이 ‘남친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음. 매주 고정적으로 모이는 활동만으로도 평일 저녁이 빽빽한데 주말엔 아르바이트하니 정말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할 시간이 없었음. 모임 중에는 모임 하느라, 모임이 끝나면 뒤풀이하느라 연락이 안 됐음. 그렇다고 술자리가 끝나면 연락이 잘 되냐? 그것도 아니었음. 사람들 챙긴답시고 꼭 취한 친구들을 자취방에 데려갔음. 그러면 다음 날 아침까지 연락이 안 왔음. 유일하게 답장이 잘 오는 시간은 수업 시간뿐이었을 정도임.^^  

그래도 2주에 한 번은 데이트하곤 했는데, 12월을 앞두고 대환장 파티가 시작됐음. 언제 데이트할까 물었더니 캘린더 앱을 켜고선 “이번 달은 좀 힘들 것 같은데?”라고 대답했음.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연예인급 스케줄이었음. 지금 활동 중인 모임은 그거대로 모이고, 거기에 더해 군 동기 모임, 공모전 모임, 대외활동에서 만난 동갑내기 모임, 고등학교 동창회 등 과거부터 이어져 온 온갖 모임의 송년회가 잡혀 있었음. 그에겐 모임을 주도하는 능력과 함께 오래된 모임도 부활시키는 재능까지 있다는 걸 깨달았음.  

한 명 빠진다고 모임이 망하는 것도 아닌데 빠져도 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모임 에서 한 자리씩 맡고 있기 때문에 절!대! 빠지면 안 된다는 거임. 그래, 저렇게 중요하다는데… 12월은 포기하기로 했음. 모임 다 끝나고 말일에 만나야지 싶어 카톡을 보냈음.
  
남친이랑 약속 잡는 게 무슨 선착순으로 수강 신청하는 수준이었음. 특별한 날은 애인이랑 보내야 한다고 생각해주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그냥 나한테 먼저 물어봐줄 순 있는 거 아닌가? 너무 큰 걸 바라는 걸까? 이렇게 되니 나와의 데이트도 그에겐 별로 특별한 게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음. 나도 그저 스케줄 속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일뿐이었는지도.

널리 공유하는 연애 오답 노트

이 콘텐츠는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912호 - broken love]


#912호 broken love#실패한 연애담#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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