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헌내기가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들
1. 소소한 일탈에 점점 무감각해질 때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지만 새내기는 영원할 수 없다. 새내기가 새내기일 수 있는 시기는 입학 후부터 2학기 종강, 딱 그때까지. 이 시기를 지난 이후엔 새로운 새내기를 맞이해야 하는 ‘헌내기’로 신분이 전환된다. (어쩌면 신분 하락일 수도 있다) 허나 실제 새내기 생활은 이러한 시기적인 정의보다 더 일찍 끝나곤 한다. 예비 새내기가 생겨나기도 한참 전부터, 어느샌가 우리는 이미 헌내기가 되어있다. 헌내기가 되었다는 신호를 정리해봤다. 이것들에 공감한다면, 학번과 관계 없이 당신은 이미 헌내기가 된 것 일지도.
1. 소소한 일탈에 점점 무감각해질 때
늘 새로워, 일탈이 최고야 - 라는 생각이 더이상 들지 않는다면. 새내기들은 불과 4달 전만 해도 화장실도 허락을 받아야만 갈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수업에 빠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며 심지어는 스터디 플래너도 빼곡히 작성하던, 꽤 성실한 사람들이었다.
대학에 오고 나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출튀를 하든 수업을 빠지고 낮술을 조지든 모든 것이 전적으로 본인 자유다. 이러한 자유에서 오는 일탈의 짜릿함을 마음껏 누리는 것은 오직 새내기에게만 허용된 특권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에 설레는 것도 한순간. 일탈에서 느끼는 짜릿함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그 강도가 약해진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수업을 제낄 때도, 시험 기간에 술을 마실 때도, 더는 예전처럼 설레지 않게 되는 시기가 찾아온다. 짜릿했던 일탈이 당연해지기 시작하는 순간, 헌내기의 삶 시작이다.
2. 싫은 사람이 생길 때
싶은 사람이 하나 둘 늘어간다. 새내기 시절엔 모든사람들이 착하고 친절한 교양인으로 보인다. “대학교에는 좋은 사람밖에 없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싫은 사람을 찾기 어려운 시기다. 하지만 학교 활동을 하거나 술자리를 겪다 보면 이내 그것이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좋은 사람’인 줄 알았던 몇몇이 ‘좋은 가면을 쓰고 있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아프게 알아간다. 심하면 자기 인생에서 제일 쓰레기 같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 맞지 않는 사람, 싫은 사람, 피하고 싶은 사람이 늘어간다. 더 이상 모든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인간관계를 깊이 고민하는 헌내기가 된다.
3. 점점 흩어지는 무리를 볼 때
더이상의 무리 활동은 무리라구 대학교를 들어가기 전 가장 큰 로망 중 하나는 동기들과 과잠을 입고 무리를 지어 급식이 아닌 학교 근처의 맛집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소소한 삶이다. 실제로 학기 초가 되면 단체복을 입고 무리를 지어 다니는 무리를 삼보에 한 번씩 볼 수 있고, 그 무리의 구성은 수시로 바뀐다. 그 시기는 소울 메이트를 찾기 위한 탐색을 위한 것이었는지 한두 달 정도 지나면 그 무리의 결속력은 급격히 약해진다. 넷 이상의 무리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심지어는 혼자가 편해질 때도 있다. 무리의 물리적 무게가 점점 심리적 무게로 다가오고 피하고 싶다는 것, 헌내기가 되고 있다는 신호다.
4. 과잠이 패션 아이템이 아닌 생존 아이템이 될 때
싶을 때 과잠이 떠오른다면 당신은 이미 헌내기 과잠은 새내기가 되기 전 가장 큰 로망 중 하나이자 대학생의 심볼이기도 하다. 교과서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단체복은 집단의 소속감 및 개인의 자부심을 고취하는 역할로 크게 작용한다. 또한 새내기에겐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과잠에 원피스, 과잠에 후드티, 과잠에 청바지 등등... 각종 매체를 통해 많이 보았던 모습을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잠은 새내기에게 존재만으로 설레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이러한 설렘도 잠시, 어느새 과잠은 밤에 편의점을 갈 때 러닝 위에 입는 깔깔이 같은 존재가 되거나 시험 기간 옷을 갈아입기 귀찮을 때 커버링을 위한 방패로 신세가 전락한다. 거울에 비친 과잠을 입은 나의 모습이 이를 처음 입었을 때와 오버랩이 될 때, 비로소 과잠의 설렘은 빛을 잃어간다.
5. 군대 가는 친구들을 지켜볼 때
남자든 여자든 동기가 군대에 가는 것은 착잡한 일이다. 새내기 때 군인은 그저 아저씨 혹은 형, 오빠였는데 남자 동기 한 명이라도 군대에 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군인 아저씨가 아닌 군인 친구로 인식이 바뀌어버린다.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술잔을 기울이던 동기가 어느새 훈련소에서 빡빡머리로 쓴웃음을 짓고 있는 사진에 나타날 때면 내 일이 아님에도(곧 내 일이 되긴 하지만) 괜히 씁쓸하고 병역의 의무를 직접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스무 살의 경계선을 넘었다는 걸 느끼게 된다.
6. 현재보다 미래를 생각하게 될 때
1년 뒤엔? 5년 뒤엔?어제도 설렜고, 오늘도 설레고, 내일도 설렐 수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이 새내기 말고 또 있을까? 입학 후 대학의 공기는 무엇보다도 달콤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 아쉬울 만큼 대학은 재밌는 일이 많은 곳이었다. 그러나 좋은 시간은 그 정도에 비례해 빨리 지나간다.
한 학기가 지나 흩어지는 무리를 보고, 군대로 떠나는 동기를 보다 보면 사소한 일상에도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시기가 찾아온다. 내가 지금 즐기는 술자리가 내 미래를 망치는 것은 아닌지, 동아리, 학생회 등 학교 활동이 취업에 있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미래를 향한 의심과 고민으로 현재의 일상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은 천진난만하던 새내기 시절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렇게 우리는 헌내기가 된다.

대학에 오고 나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출튀를 하든 수업을 빠지고 낮술을 조지든 모든 것이 전적으로 본인 자유다. 이러한 자유에서 오는 일탈의 짜릿함을 마음껏 누리는 것은 오직 새내기에게만 허용된 특권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에 설레는 것도 한순간. 일탈에서 느끼는 짜릿함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그 강도가 약해진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수업을 제낄 때도, 시험 기간에 술을 마실 때도, 더는 예전처럼 설레지 않게 되는 시기가 찾아온다. 짜릿했던 일탈이 당연해지기 시작하는 순간, 헌내기의 삶 시작이다.
2. 싫은 사람이 생길 때

3. 점점 흩어지는 무리를 볼 때

4. 과잠이 패션 아이템이 아닌 생존 아이템이 될 때

5. 군대 가는 친구들을 지켜볼 때

6. 현재보다 미래를 생각하게 될 때

한 학기가 지나 흩어지는 무리를 보고, 군대로 떠나는 동기를 보다 보면 사소한 일상에도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시기가 찾아온다. 내가 지금 즐기는 술자리가 내 미래를 망치는 것은 아닌지, 동아리, 학생회 등 학교 활동이 취업에 있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미래를 향한 의심과 고민으로 현재의 일상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은 천진난만하던 새내기 시절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렇게 우리는 헌내기가 된다.
Campus Editor 윤경준
Director 김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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