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이말삼초라면 한번쯤 해봤을 고민들 6
5. 이 전공으로 밥 벌어먹고 살 수 있을까?
사회적으로는 어린 나이지만 대학교 안에서는 고학년에 접어드는 시기. 취업이 코앞은 아니지만 마냥 놀기도 찜찜한 시기. 군대, 휴학, 교환학생 등 대학을 다니며 처음으로 굵직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시기. 2학년과 3학년 사이, 이말삼초를 지나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고민이 무엇인지 물었다.

“도대체 2년 동안 뭘 배운 거지?”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오는 인턴 공고를 보면 대부분 학부생 3학년 이상부터 지원이 가능하다. “3학년 정도면 실무를 배울 정도로 전공 지식을 쌓았다”는 뜻 같아서 부담감이 커졌다. 고학년이 되면 저절로 전공 분야의 전문가가 될 줄 알았는데 막상 3학년이 되니까 할 줄 아는 게 없더라.
1, 2학년 때는 시간표에 필수 교양과 기초 전공이 대부분이라 고민이 별로 심하지 않았다. 3학년 때 심화 전공을 수강하면서 ‘내가 사회에 나가서 전문성을 가졌다고 할 만한 능력이 뭘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지금 4학년 선배들 보면 다들 척척학사 같은데 내년에 내가 4학년이 된다니. 상상이 안 된다.
국어국문학과 이은비

“군대……”
1, 2학년 때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갈 줄 몰랐다. 친구들이 어느덧 모두 제대하고, 심지어 나보다 훨씬 동생들도 입대하는 걸 보고 ‘이제 나도 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졌다. 남들보다 늦게 입대하다 보니 그만큼 복학 시기도 늦어져서 고민이 크다.
일단은 나에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입대 날짜는 정해졌고, 그전까지 사람들에게 나의 모습을 좋게 남겨두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 계획없이 한 학기 휴학을 했다. 약 14년간 학업을 위해 달려온 나에게 주는 포상으로.
문화관광콘텐츠학과 윤경준

“자꾸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다들 어엿한 대학생 같은데 나는 아직도 새내기처럼 어리바리 할 때마다 조급함을 느낀다. 수능을 망치고 왔더니 약한 우울증이 와서 1학년 내내 상담을 다녔다. 결국 한동안 휴학했다가 뒤늦게 복학했다. 남들은 대학 2년 다니면서 노는 거 하나는 제대로 놀았다든지, 전공 공부를 해서 진로를 정했다든지 나름 자기만의 이뤄 놓은 게 있는데 나는 아무것도 없더라.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나보다 잘난 친구의 SNS를 보면서 스펙을 하나하나 비교하게 된다. “얘는 명문대, 나는 OO대. 쟤는 토익 몇 점에 동아리도 하고 대외활동도 하고…” 평소엔 아무렇지 않게 살다가 가끔 우울한 마음이 훅 수면 위로 떠 오를 때가 있다. 이말삼초 되면 다들 이러나?
익명

“가장 큰 목표? 모.쏠.탈.출.”
1학년 때부터 “이말삼초에 애인 안 생기면 4년 내내 솔로”라는 말을 하도 들었더니 이말삼초 되면 맘에 드는 사람이 뾰로롱 나타날 줄 알았다. 그러던 중 어느 비 오는 날… 지하철역 출구에서 겉옷을 뒤집어쓰고 나가려는데 옆에 있는 여자분도 우산이 없었다. 오지랖을 부리려던 찰나 그분의 남친이 우산을 들고 걸어오더라. 그때 처음 고독이 뭔지 깨달았다. “나에겐 우산을 들고 데리러 올 사람이 없구나!”
내년이면 모태솔로가 된 지 7777일이다. 이젠 “생기려면 생기고 아님 말지, 뭐.” 같은 상태가 됐다. 어디가 모자라서 연애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좋은 사람 만나려다 보니 오래 기다리는 거겠지. 나름 자존감은 높아서 다행이다 ^^
익명

“이 전공으로 밥 벌어 먹고살 수 있을까?”
고등학교 땐 배우고 싶은 분야를 깊게 공부하는 곳이 대학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관심 있는 분야를 전공으로 선택했는데 막상 대학에 오니까 내 전공은 취업이 안 된다네? 친구들은 벌써 자기 진로에 도움되는 대외활동, 인턴을 척척 해내는데 나는 진로 목표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대외활동 하나를 하려고 해도 ‘경영 전공 우대, 마케팅 경험자 우대’ 같은 나랑 전혀 관련 없는 자격요건만 쓰여 있더라. 3학년이 되니까 당장 내년에 졸업해야 한다는 사실이 큰 충격으로 다가와서 일단 휴학을 했다. 다양한 경험을 쌓다 보면 내 적성에 맞는 진로를 하나쯤은 발견하지 않을까 싶어서.
사학과 박상아

“대학교 친구는 불편하고 고등학교 친구와는 멀어져가”
대학교에서는 갈수록 비즈니스적인 관계가 많아져서 대인관계가 가장 고민이다. 내가 먼저 다가가려 해도 상대방이 벽을 치는 것 같고, 별로 안 친한 동기가 나에게 다가오면 선뜻 마음을 열기가 어렵다.
반대로,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제각기 다른 학교로 뿔뿔이 흩어지니까 자연스럽게 연락이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속마음도 쉽게 털어놨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우울한 고민 얘기 꺼내기 눈치 보이니까 계속 옛날얘기만 하게 된다. “우리 그때 재밌었는데.” 같은 얘기만 하니까 관계가 머물러 있는 느낌? 고등학교 때는 인간관계가 전혀 계산적이지 않고 순수했는데…
익명
#20대인터뷰#2말3초#대학생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