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당신의 애인이 스마트폰 게임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

제가 직접 해 보면서, 그 이유를 밝혀보았습니다.
야, 폰에 얼굴 빨려들어가겠다.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는 친구. 선/후배, 혹은 애인의 스마트폰을 자세히 들여다 본 적 있나요? 대부분 카톡을 하고 있긴 하지만, 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어요. 수업 시간에도, 식당에서도 폰을 가만히 두질 않죠.  

이렇게 게임 때문에 폰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은 사람들은 지하철에서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어린 중고등학생들부터 30-40대 아저씨들까지, 폰을 가로로 들고 있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처음엔 대체 무슨 게임을 하는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화면을 곁눈질로 힐끗 봤는데, 캐릭터들이 치고 받고 싸우는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궁금해졌습니다. 대체 무슨 재미로 하는 걸까. 왜 저렇게 시종일관 폰을 붙들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이 폰 게임이라는 게 그렇게까지 재미있는 것인지, 제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초심자의 운

4성의 기쁨은 나만 누리는 게 아닙니다. 실은 모든 초보들의 혜택이죠.  게임을 시작하면, 랭킹이라는 게 있어요. 제 이름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미 오랫동안 게임을 해 온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죠.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고인물'이라 부릅니다. 랭킹 버튼을 누르자마자 보이는 사람들은 특별히 '쌉고인물'이라고 부르죠.

그렇게 고인물이 많은 게임이면, 초보들은 낄 곳도 없겠다 싶으시겠죠? 하지만 이 게임은 초보가 갓 시작했을 때, 고인물과 바로 싸우는 게임이 아니라 PVE가 더 핵심인 게임입니다. 인공지능(AI) 적을 물리쳐 레벨업을 하며 랭킹 경쟁을 하는 게임이죠. 그러면 "나도 고인물이 되고 싶은데 강한 적들을 어떻게 잡아야 하냐?"는 걱정이 생길 거예요.

그래서 이 게임은 초심자들도 빠르게 레벨업 할 수 있도록 보상을 많이 줘요. 몬스터는 최대 1성부터 6성까지 등급이 나뉘는데, 숫자가 높을 수록 강합니다. 보통 이런 폰 게임에서는 별 표시를 사용한 '성(星)'이라는 단위를 주로 쓰더라고요.

시작하자마자 별이 4개!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작하자마자 초심자들에게 4성짜리 마법 검사를 줍니다. 얘가 4성 중에서도 엄청 쎈 녀석이라던데, 그냥 주더라고요. 흔히 말하는 버스기사예요. 쪼렙 몹을 전부 쓸고 다니죠. 얘가 메인 보컬이고, 나머지 캐릭터들은 백댄서입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에서 서태지를 맡고 있어요. 비유가 좀 올드하죠?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조용필, 강병철과 삼태기의 강병철이랄까요? 죄송합니다.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하지만, 이 4성 몬스터는 초심자에게 주는 일종의 어드밴티지입니다. 교양 과목 교수님이 실수로 신입생 OT 카톡방에 중간고사 시험문제를 뿌린 거예요. 초보들은 이 4성짜리만 믿고 가면 됩니다. 고인물이 많은 게임이고, 아무리 내가 상위 99.9%에 있더라도 게임을 즐겁게 만듭니다. 행운이라는 이름의 초심자 전용 어드밴티지. 이 게임을 계속 붙들게 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계속 퍼주는 혜택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정말 개평 먹고 시작하는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초심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일당백으로 적을 쓸어나가던 나의 캐릭터가 힘겨워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결국 저도 플레이 40분만에 첫 패배를 했어요. 이제는 더 강한 무언가가 필요하겠죠. 그래서 내 몬스터를 강화할 수 있는 '룬'을 장착하라고 합니다. 일종의 아이템 같은 것인데, 사실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어요.

근데 강화하려면 '마나'라는 것이 소모됩니다. 드디어 현질의 타이밍인가...? 싶었는데, 강화 메뉴에 들어가니 마나가 54만개나 쌓여 있더군요. 이거 다 누가 준 거지 싶었는데, 접속하면 주고, 레벨업하면 보상으로 주고, 한 구역을 쓸어도 줍니다. 제가 한 세 구역쯤 쓸었더니 어느새 이런 부를 쌓았더라고요.


우측 상단을 보시면 쪼렙이 2시간 만에 축적한 재산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초심자들은 금수저로 겜생을 시작합니다. 누가 들으면 제 부모님이 컴투스 대주주라도 되는 줄 알겠어요. 뭐 제대로 한 것도 없는데 잘했다면서 자꾸 줘요. 마치 우리 외삼촌처럼요. 즐거운 마음으로 마나를 펑펑 쓰며 룬을 강화하면 잠시 침울해졌던 4성 캐릭터가 다시 날아다니기 시작합니다. 

 흔한 모바일 게임 탈출불가의 굴레

 

참고로 제가 이 게임을 시작한 게 지난주였는데, 4/1부터 매일 '6주년 기념 코인'이라는 걸 줍니다. 이제 막 시작한 저 같은 쪼렙 유저에게는 기존 고인물보다 2~3배 많이 주더라고요. 6년 사귄 여자친구보다 더 자애롭죠. 코인 하나로 3-5성짜리 몬스터를 소환하는 신비의 소환서로 교환하거나, 모아서 6성짜리 룬을 제작할 수도 있어요. 5/24까지는 코인을 제한 없이 벌 수 있기 때문에 둘 다 할 수도 있고요.

 이상한 상평통보 같은 걸 주는데, 이건 어디에 쓰는 물건인가 싶었는데요

 코인 하나로 이런 아이템을 줍니다. 남는 장사는 아닌 것 같아요. 

 

받은 소환서로 계속 내 몬스터를 소환하다 보면, 결국 쓸만한 4성짜리 하나쯤을 더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이제 제 4성은 혼자가 아니에요. 백댄서를 낀 플라이 투 더 스카이 같은 느낌이 되었습니다. 환희 혼자 책임지던 스테이지에 브라이언이 등장해, 완전체로 무대를 이끌어 갈 수 있게 된 거예요.  

'슬슬 포기해야겠다' 싶을 때 쯤 손을 붙잡고 끌고 가는 게 요즘 폰 게임의 특징인가 봅니다. 이것이 폰을 놓지 못하게 되는 두 번째 이유였습니다. 그만하겠다고 해 놓고 네시간을 더 붙잡고 있었어요.  


끊임없는 알림

애인과의 식사 자리에서는 가급적 알림을 꺼 두고 곁눈질로 봅시다

 

헤어진 연인에게 연락이 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반응하시나요?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새벽 2시 반에 "자니...?"라는 카톡이 와 있었다 칩시다. 보통은 미리보기만 읽고, 안읽씹한 상태로 '차단'을 누르는 게 미덕이라는 건 저도 알고 있는데요.

하지만 만약 그 메시지가 "나... 전공필수 중간고사 족보 구했는데, 혹시 자니?"였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분명 갈등하게 될 겁니다. 결국 우리는 손가락을 떨며 메시지를 읽게 되겠죠.

저도 그랬습니다. 자고 일어나 보니 알림이 떠 있더라고요. "마나의 샘에 마나석이 가득 차 있습니다." "새로운 비밀 던전을 발견했습니다." "지금 접속하면..." 등등 끊임없는 유혹의 알람이 저를 자극하죠. 다경의 카톡을 읽은 태오의 마음이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정말 눌러보고 싶은 메시지들만 가득 와 있습니다

 

결국 저는 여자친구와의 밥상머리에서 게임을 실행해버렸습니다. 여자친구는 "또 게임이냐. 나이 서른 넘어서 언제 정신 차릴래"라고 핀잔을 주었지만, 저는 "너도 해 봐. 본능은 남자한테만 있는 게 아냐"라며 일축해버리고 바쁘게 손을 놀리기 시작했죠. 그 날, 저는 무수한 잔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2,000개의 마나석과 바람의 소환석을 획득했습니다.  

게임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은 돈도, 재미도 아닌 '희망'이었습니다. 그 희망이 비록 알고 보면 희망고문이었을지언정, 저는 (아직은) 그 희망에 제 시간을 투자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에필로그 - 성장의 욕구

게임이 충족시키는 인간의 욕구는 분명 고차원적인 욕구입니다

 

분명 저는 모바일 게임의 중독의 심각성과, 그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5성 몬스터 하나와 수많은 4성 몬스터를 거느린 소환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시작은 분명 서태지와 아이들, 메인 보컬과 백댄서였지만 지금 제 멤버들은 어엿한 BTS가 되어 있습니다. 방시혁이 된 기분이에요. 솔직히 돈을 펑펑 쓰거나, 밤을 새운 것도 아닌데 제 계정과 모든 캐릭터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게임 시작한 지 3일 만에 별천지 계정이 되었습니다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에 의하면, 기본적인 생리 욕구와 애정, 안전의 욕구를 넘어서 최종 단계에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고 합니다. 모바일 게임은 본능, 생존의 욕구를 넘어선 메타 욕구, 즉 '성장의 욕구'를 자극하며 자기를 계속 발전하게 만들죠. 자동 전투와 강화, 뽑기가 전부일 것 같은, 무척 단순해 보이는 게임 속에서도 이런 욕구의 충족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플레이한 게임이 무엇인가 궁금하신 여러분을 위해 알려드리자면,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라는 게임이었습니다. 다운로드는 여기에서 받을 수 있어요. 나온 지 6년이나 되었다는데, 이제 처음 해 보네요. 과도한 게임 몰입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에너지를 떨어뜨립니다. 저는 게임 에너지가 떨어져서 게임을 돌리기 버거운 관계로 하트 날려 줄 친구 추천 받습니다.  

■ 추가로 6주년 이벤트로 저가 코스프레 이벤트중이라고 합니다. 그 유명한 LOWCOST COSPLAY가 직접 참여한 눈갱코스프레를 감상해 보시고, 용기가 있다면 직접 참여해보세요. 자세히 보기
 
#게임#게임중독#모바일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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