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안녕하세요, 핵인싸입니다

궁금했다. ‘이런 내가 어떻게 인싸라는 걸까?’
‘핵인싸’의 뜻을 검색해보면 오픈사전에 “아주 커다랗다는 뜻의 ‘핵’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의미하는 ‘인사이더(insider)’의 합성어”로 사람들과 아주 잘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처음 핵인싸라는 단어를 알게 된 것은 한 친구의 말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전국에서 공학 분야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모여 4박 5일 동안 합숙하는 캠프에 참여했던 적 있다. 나흘째 되는 날 밤, 친구들과 숙소에 모여 개인적으로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다양한 게임을 했다. 그중 ‘첫인상 말하기 게임’이 있었다. 진행방식은 기억나지 않지만, 한 친구가 내 첫인상에 대해 언급한 내용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너? 핵인싸.”

중고등학교 내내 얕고 넓게 친구를 사귀었다. 인간관계가 어려웠다. “어떻게 해야 친구들한테 미움 받지 않을 수 있을까?”를 신경 썼다. 미움 받지 않는 모습을 찾아 가면을 썼다. 가면은 너무 무거워서 불편했다. 그래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보다 혼자서 책을 읽는 시간이 더 좋았다. 내 모습 그대로 존재할 수 있었으니까. 궁금했다. ‘이런 내가 어떻게 인싸라는 걸까?’

생애 첫 아르바이트로 드라이브 스루까지 운영하는 꽤 큰 매장에서 일할 때였다. 아르바이트생들이 꽤 많았는데 처음에는 텃세가 심했다. 갓 들어와 일을 잘하지 못하니 무시도 받았다. 계속 주눅 들어 있다가 어느 순간 ‘내가 겨우 이것 때문에 무시 받아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일을 잘하기 위해 노력했다. 시간이 지나 나를 무시하던 사람들만큼 일하게 되었다. 하나둘 내게 말을 걸어주었고 비로소 함께 어울릴 수 있었다. 그 후 누군가는 퇴사하고 누군가는 새로 들어왔다.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하고 마지막 근무를 하던 날, 이미 퇴사한 친구들을 불렀는데 다들 와주었다. 나의 끝과 시작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또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새로운 환경으로 뛰어들어 낯선 사람들을 만났다. 이번엔 금방 적응해서 함께 어울렸다. 예전의 나는 내 첫인상이 별로라서 사람들이 다가와주지 않는 줄 알았다. 계속 누군가 먼저 다가와 주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내가 용기를 내어 먼저 다가가면 더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그걸 알고 난 후로는 먼저 다가가려 했다. 모두들 같은 생각이었던 것일까? 그들은 기다린 것처럼 나를 반겨주었다.

잠깐이라도 어울렸던 사람들과 지속해서 연락을 주고받고 약속을 잡아 만났다. 같이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근황이나 사소한 고민 같은 것들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공감도 되고 영감도 얻었다. 재밌는 에세이 한 권을 읽은 느낌이었다. 점점 더 궁금해졌다. 내 친구가 어제는 뭘 먹고 그걸 먹는 기분은 어땠는지, 어떤 일이 있었고 그 일이 있은 후에는 어떤 감정이나 결과가 남았는지, 저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방향을 향해 살아가고 있을지.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그들 스스로 말을 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나름의 대화법을 습득했다. 나 좋자고 익힌 대화법인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내 화법을 편안하게 여기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면 나는 또 그들을 향해 뛰어갔다.  

문득 그때 그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사람들을 만나 어울리기 좋아하는 외향형, 인사이더(insider).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고 혼자 있으면 외로움을 타는 사람, 존재 자체가 핵인싸. 그 사람이 바로 나다. 평생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건 불가능한 것임을 알고 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대화 상대가 없어도 할 수 있는 대화이기도 하고, 글을 공개한다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내 글에 반응해줄 것임을 알기에 더 좋다. 기왕이면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공개하고 싶다. 그리고 나를 더 섬세하고 또렷하게 표현해내고 싶다. 오늘도 내면을 들여다보며 글을 쓰는 중이다. 이건 나의 첫 공개 에세이다. 멋있는 자기소개를 해야지. “안녕하세요. 21살 최지은입니다. 핵인싸고요, 사람을 만나는 시간 외에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Writer 최지은
19학번 최지은입니다. 공대생이면서 에세이스트입니다.  
#에세이#핵인싸#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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