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지금의 나는 엄마가 어떤 대가를 지불한 값일까

엄마는 12년 전 이혼을 했다.
돈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쓰는 것은 아빠의 외로움의 대가 

SBS <영재발굴단>이란 프로그램에서 기러기 아빠가 보내주는 돈으로 유학생활을 하는 아이가 한 말이다. 지금의 나는 엄마가 어떤 대가를 지불한 값일까.

엄마는 12년 전 이혼을 했다. 동시에 나와 동생을 데리고 환갑이 넘은 할머니의 집으로 들어왔다. 그때 당시 엄마의 나이는 마흔 살. 젊다. 최근에 결혼한 지인이 39살인 걸 보면 정말 젊은 나이였다. 마흔의 엄마는 오로지 혼자 그 슬픔과 괴로움을 감당해야 했다.  

멘탈이 강한 그녀는 어떤 일에도 끄떡없는 줄 알았다. 공부로 먹고사는 직업이지만 또 끊임없이 공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분야에서, 힘들어 하면서도 자격증을 따고 나이 쉰에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 사업을 일궈냈다. 이렇게 강한 그녀도 이혼한 당시만큼은 죽고 싶었다고 한다. 그 마음이 상상이 안 간다.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자신이 선택한 사람의 잘못으로 빚 2억을 떠안고 홀로 남겨졌으니. 무슨 마음이었을까.  

이혼 직후엔 오빠와 나도 많이 힘들었다. 하필 그 시기는 나의 사춘기와 겹쳤다. 집에 들어가는 게 너무 싫었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대면 벨소리에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집에 없는 척 하고 싶었다. 결국 가출을 해서 아빠 집에 갔다. 얹혀사는 신세니 나름 잘 보이려고 하지도 않던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하며 칭찬을 기대했는데, 그는 정말 일언반구 하지 않았다. 사흘이 지난 후 “집에 갈래?” 하는 말에 냉큼 다시 돌아와 버렸다. 나는 우리 집안에서 유일하게 가출한 사람이라 그 일은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어쨌든 이혼 당시 돈은커녕 빚더미에 사춘기 아들 딸 둘을 둔 마흔 넘은 사람이 엄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다시 일어섰다. 세상을 밝고 즐겁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그녀답게, 그녀만의 방식으로. 자식과의 관계에도 충실하려고 애썼다. 고등학교 때 힘든 일이 많았던 나와 매일 밤 30분씩 이야기하며 내 마음을 진정시켜주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꿈과 사랑에 대한 진한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소울메이트가 되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면, 가끔 엄마가 되는 게 두려워지기도 한다. 나도 저럴 수 있을까. 저렇게 조건 없이 무한대의 애정을 줄 수 있을까. 나는 언제나 내가 더 우선인 사람인데, 그녀처럼 자식에게 해줄 수 있을까. 그러다 보면 한없이 감사해진다. 그녀의 애정이 무한해서.   내가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그녀가 지불한 값이 얼마일지 가늠도 안 된다. 아마 평생 갚아도 모자랄 값일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남은 생애 동안 충분히 감사하고, 힘들 때 곁에 있어주고, 즐거울 때 함께 웃어주는 거겠지. 그러니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행복하자, 엄마.  


Writer 고다  
24살, 여행가서 글쓰기를 좋아해요.
#대학생에세이#엄마#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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