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남의 행복도 불행도 달갑지 않을 때

사람을 ‘안 만날 핑계’를 만들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종강하면 뭐 할 거야?”
“시험기간 동안 너무 힘들었으니까 일단 좀 쉴래.”  
 

이렇게 웃으면서 대답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답답했다. 학기 중에는 공부, 과외, 팀플, 대외활동 등으로 정신이 없어서 미래에 대한 걱정을 잠시 유보할 수 있었다. 피곤함이 내가 잘 살고 있다는 걸 증명해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학만은 예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중고등학교 때처럼 시기마다 해야 할 ‘행동요령’을 알려주는 조언자는 없었다.  

종강하고 하루가 지나자 금세 불안했다. ‘이번 방학에는 뭘 해야 하지?’ 친구들은 하나둘 학회 활동이며 인턴 생활을 시작했고, ‘취업 준비를 위한 준비’를 시작하는 것 같았다. ‘난 뭘 하고 싶지’라는 고민으로 새벽까지 잠도 오지 않았다. 그 와중에 욕심은 참 많아서, 대학원도 가고 싶고, 돈도 많이 벌고 싶고, 사회적인 인정도 받고 싶어 하는 내가 참 웃겼다.  

대학 동기들 단톡방도 예전 같지 않았다. 움짤을 주고받으면서 깔깔 웃고, 점심 때 만나서 뭐 먹을지 얘기하던 친구들이 하나 둘 학회에서, 직장에서 힘들었던 점을 말하기 시작했다. 단톡방은 넋두리를 할 때가 아니면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고생하는 친구들이 안타까웠다. 누군가 힘듦을 털어놓을 때면 우리 다 잘 될 거야, 하는 응원하는 말을 보내곤 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자 마냥 기분이 편치 않았다.
    
‘나도 힘든데…….’   

그런 마음이 자라나서였을 것이다. 내가 불안정하니까 친구들의 고민에도 어려움에도 공감해주기 어려웠다. 자신이 힘든 걸 왜 저렇게 다 말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친구의 행복도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하고, 불행에도 공감해주지 못하는 나 자신이 참 별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굳이 사람들을 ‘안 만날 핑계’를 만들지 않아도 되어서 편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친구들도 나처럼 불안했던 게 아닐까? 하고. 자기가 잘하고 있는 건지, 이 길이 맞는 건지 그저 확인 받고 싶었던 건 아닐까. 어딘가에 쏟아내고 싶은 감정이 있어서 그랬던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  

사회로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모두 미숙하기에 불안정하다. 지금은 초라한 마음을 안고 살지만 그 마음도 서서히 단단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때 즈음이면 서로의 행복도, 불행도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언젠가 단단해질 마음을 품고 다만 ‘지금’을 잘 통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도 하니까.  


Writer 말차크림라떼
스물세 살 대학생. 정돈된 글로 보다 솔직해지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생에세이#인간관계#단단해질마음
댓글 0
닉네임
비슷한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