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참아야만 사랑받을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나는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는 능력이 탁월하다.
어릴 적부터 사람들의 인정과 사랑을 받으려는 욕구가 강했던 나는 주변 사람들의 눈치 살피는 능력이 탁월하다. 항상 내 의견보다 타인의 의견이 먼저였고, 하루 중 내 목소리보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때가 더 많았다. 나는 소위 말하는 ‘착한아이 콤플렉스’였다. 주변 사람들은 내게 말했다.  

“넌 진짜 착한 것 같아.”
“넌 친구들하고 안 싸우지?”
“누가 널 미워하면 그건 걔가 못된 거야.”  
 

처음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좋게 봐 주는 게 싫지 않았다. 하지만 내게 안 맞는 가면이었는지 부작용이 있었다. 불편했다. 항상 타인에게 맞추며 살다보니 언제부턴가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게 되어버렸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는 사랑받지 못할 것 같아 무서워서 사람들과 거리를 뒀다. 가까워지면 내 추한 모습을 들키게 될까 봐서.  

있는 그대로의 나로는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 속은 점점 꼬여갔다.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는 말에 ‘나에 대해 뭘 안다고’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생겨도 다가가지 못했다. 거절당할까 봐 말 한 마디 못 걸고 미리 포기하기 일쑤였다.  

자주 혼자가 되었다. 혼자 있는 무료한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자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취미를 점점 늘려갔다. 책 읽기, 영화 보기, 드라마 보기, 유튜브 보기 등등. 다양한 취미를 가져도 공허한 마음이 채워지지 않았다. 매일 밤 세상에서 나 혼자라는 기분에 얼굴이 눈물에 젖은 채로 잠들곤 했다.  
  
마음이 병들고 있다고 여겨질 때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용기를 내어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를, 내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매일 조금씩 연습했다. 여럿이 밥 먹을 때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말하고,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내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용기 내기 전까진 그 말 한마디를 뱉기가 무서웠는데, 생각보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매몰차지 않았다. 내 의견을 반겨줬다. 내 의견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차분하고 정중하게 동의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줬다.  

여태껏 나는 참아야만 사랑받고, 행복할 수 있는 줄 알았다. 다른 사람들이 하자는 대로 하고, 그들의 눈치를 살펴야만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그 반대였다.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를 표현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하기 싫은 건 무엇인지 제대로, 정확히 표현할 수 있을 때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거였다.  

용기 내지 않고 가만히 움츠러들어 사는 건 늪과 같다. 내 의지 없이는 아무도 그 늪에서 나를 건져줄 수 없다.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지지와 함께 나의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따뜻하고, 생각보다 세상은 차갑지 않다는 걸. 만약 당신이 혼자라는 기분이 든다면, 나는 언제나 당신을 응원할 테니 기억해주길 바란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을 수 있다는 희망도 포기하지 말길. 지금 이 자리에서 묵묵히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다. 눈치 보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 참지 않아도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다.  


Writer 달님
스무 살. 인생의 목표는 어두운 길을 혼자 걷는 이들의 발밑을 환히 비추어주는 상담사가 되는 것.   
#대학생에세이#눈치#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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