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개나 소나 유튜브 한다고?

5개월 동안 초보 유튜버로 살면서 느낀 것들
지인 중에 유튜브 하는 사람 1명쯤은 꼭 있는 요즘. 유튜브 시장은 어느새 레드오션이 되어 버렸다. 영상 제작과 콘텐츠 기획을 좋아해서 전공까지 관련된 곳으로 진학한 나는, 유튜브를 보면서 ‘내가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239번 하다가, 충만한 ‘관종끼’를 살려 유튜브를 시작했다. 자유롭고 재밌어 보이던 유튜버는 환상 속의 느낌과 조금 어긋났다. 초보 유튜버 생활 5개월째, 그동안 느낀 점을 적어본다.  

1. 화면에 비치는 내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좌우반전이 안 되어 얼굴 비대칭과 짝눈이 심해보였고, 렌즈 왜곡으로 얼굴이 더 커보였다. 피부 잡티와 요철까지 모든 결점이 화면에 대놓고 담겼다. ‘헉!’ 했으나, ‘그래도 보정하면 괜찮겠지’ 하면서 색감 필터를 씌웠다. 칙칙함은 어느 정도 보완됐지만, 소다 캠으로 익숙한 내 얼굴과는 여전히 형태가 달라보였다. 이걸 진짜 올려도 되는 것인가… 고민하다가 ‘이게 나인데 뭐 어때.’ 하면서 충동적으로 올려버린 날 이후, 점점 촬영 스킬을 익히게 되었고 편집하다보니 내 얼굴에 익숙해졌다. 지금은 오히려 좌우반전 시킨 얼굴이 어색할 정도로, 필터에 집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얼굴을 인정하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자존감 상승!  
 
2. 본격적 관종이 된 기분 
‘지인들의 시선’. 유튜브를 시작할 때 가장 큰 진입장벽이었다.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밀고, 내 이야기를 하고, 구독자들에게 인사하고, ‘좋아요’를 눌러달라고 하는 나의 모습(실제로 이 멘트를 한 적은 없지만). 지인들이 내 채널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무서웠다. 요즘 아무리 유튜브를 많이들 한다고 해도 “나 유튜버야”라고 소개하기는 꽤나 쑥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첫 영상을 올리고, 인스타그램에 홍보 글을 올렸을 때 심장이 매우 빨리 뛰었다. 그동안 은근한 관종으로 살아왔다면, 이제부터 본격적 관종이 된 기분이 들었기에…. 그러나 이후 친한 지인들은 응원과 댓글을, 다소 먼 지인들은 가끔 만났을 때 ‘영상 잘보고 있다’는 말 한마디를 턱 건네주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으니 뭘 하든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점점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가 만들고 싶은 영상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3.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생겼다, 소재 고갈! 
처음의 계획은 흔하디흔한 콘텐츠 말고, 나만 할 수 있는 뭔가를 올리자는 것이었다. 샘솟는 의욕 덕에 해보고 싶은 콘텐츠들이 마구 생각났다. 나만 할 수 있는 콘텐츠, 속초에 혼자 다녀온 여행 브이로그, 투 블럭에서 단발까지 길러본 후기 등, 생각나는 대로 신나서 열심히 찍어 올렸고, 실행의 속도가 아이디어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러나 영상을 10개쯤 올렸을 때부터였을까, 위기가 찾아왔다. 더 이상 만들 만한 콘텐츠가 생각나지 않았다. 뷰티, 요리, IT 같은 전문 주제가 아닌 ‘나’로부터 나오는 모든 콘텐츠를 주제로 잡았기에, 평범한 대학생인 내게 흔치않은 소재가 10개 이상 나오긴 힘들었던 것이다. 자연스레 제작에 흥미가 떨어지고, 유튜브는 다시 남들 영상 구경하는 심심풀이용 앱이 되어버렸다.  

현재는 예전만큼 열정적으로 영상을 만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휴식기까지는 아닌, 애매한 생활을 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취미로 시작했으므로, 구독자나 업로드 주기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쭉 유지해나가기 위해서다.  

개나 소나 하는 유튜브라지만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 고충 아닌 고충들. 그래서 이 글을 썼다. 5개월 전의 나처럼, 못나보이는 자신의 모습과 신경 쓰이는 주변의 시선, 소재 고갈로 어딘가에서 쩔쩔 매고 있을 초보 유튜버들을 응원하며!  


Writer 정채린 
19학번. 솔직함이 제 무기입니다   
#대학생에세이#유튜브#대학생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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