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인생에도 성적표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누구는 어디 취업했대, 얼마 번다더라’
대학생일 땐 학기가 끝나면 늘 성적표가 나왔다. ‘세상에. 출석도 빠진 적 없는 내가 왜 C+인가, 교수님의 사랑둥이는 내가 아니었나!’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뿌듯했고 내가 잘하고 있구나, 혹은 지금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구나 가늠할 수 있었다.  

졸업해서 사회에 나와 보니 인생엔 성적표가 없었다.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고, 잘하고 있는지 어느 누구도 나에게 피드백을 주지 않았다. 하루하루를 표류하며 흘려보내도 그다지 문제가 될 건 없었다. 그래서 항상 위기감이 느껴졌다. ‘나 지금 잘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직장 계속 다녀도 되는 걸까’, ‘나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라고 스스로 되묻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남들과 나를 비교하게 됐던 게. ‘걔보단 내가 돈을 더 잘 벌어’, ‘누구보단 괜찮은 직장에 취업했어’, ‘조금 더 잘 꾸민 집에 살아’ 같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조건들로 말이다. 조금이나마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기 위해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유치하기 짝이 없다. 인생의 출발점에 선 20대가 지금의 상황을 놓고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위안 삼다니. 47.195㎞를 뛰는 마라토너가 3㎞ 지점에서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위안 삼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자존감을 계속 채워줄 거라 생각한 비교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세상엔 나보다 잘난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누구는 어디 취업했대, 얼마 번다더라’ 하는 한마디에도 나는 내 선택을 의심하고 후회했다. 결국 비교로 흥한 자는 비교로 망하게 되는 것이다. 그제야 나를 돌아보게 됐다. 나의 선택, 나의 행복, 나의 삶을 말이다.  

자신과 주변을 비교할수록 행복해지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방어기제로 인해 순간적인 안심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건 우리가 잘못했다기보다 이 사회에 만연한 습성을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가 자라면서 보고 배운 게 그런 것들이지 않은가. <스카이 캐슬> 같은 소재의 드라마가 끊임없이 흥할 수 있는 이유도 동일한 맥락이라 생각한다.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을 때 해야 하는 건 비교가 아니라 성찰이다. 오늘 하루도 뿌듯했는지, 기분 좋은 일들이 있었는지, 어제의 나보다 한 발짝이라도 발전했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어제보단 나아진 것 같다. 꽤나 괜찮은 기획서도 만들었고, 점심도 제때 챙겨먹었고, 좋아하는 전시회도 다녀왔다. 이 글을 보는 당신도 남을 보며 위안 삼기보다는 자신을 보며 확신하기를. ‘비교’하기보다는 ‘성찰’하기를 택했으면 좋겠다.  


Writer 흰
직업 탐험 중인 26살. 3개월차 신입 에디터입니다.    
#대학생에세이#취업#자존감
댓글 0
닉네임
비슷한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