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인스타 친구’라는 얇은 실
그 날 나는 인스타그램 앱을 삭제했다.
우연히 참여한 원데이 쿠킹 클래스에서 마음이 맞는 친구를 알게 되었다. 관객 수가 너무 적어서 도저히 수익과는 연관이 없어 보이는 작고 소중한 속칭 ‘다양성영화’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맞장구쳐줄 수 있다는 점 덕분에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그날로 인스타그램 맞팔로우를 하고 다이렉트 메시지(DM)을 통해 서로의 스토리에 답장을 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의 교류와 온라인에서의 교류는 곧장 현격한 차이를 드러냈다. 서로가 바쁜 일상을 이어나가는 통에 주고받는 메시지는 하루에 몇 건밖에 되지 않았다. 오프라인에서의 교류는 한정된 시간과 장소 속에서 대화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상대방과 언어적·비언어적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풍부한 이해와 공감을 나눌 수 있다. 반면 온라인에서는 각자 여유 있는 때 대화를 할 수 있고, 메시지를 읽고 답장을 전송할 시간대를 자신이 의도적으로 설정할 수 있어 편리하다.
문제는 답장을 보낸 뒤 상대방이 내 답장을 읽지 않는 긴 시간 사이를 쓸데없는 상상이 채운다는 것이다. 나는 이 사람과 더 친해지고 싶은데 이 사람은 그렇지 않은 걸까? 특히나 긴 텀이 지나고 상대가 보내는 친절하고 내용이 제법 긴, 글자를 꾹꾹 눌러쓴 답장은 나의 마음을 무언가 불편하게 했다. 배려하는 마음이 묻어나는 텍스트 속에서 정작 친밀함은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DM을 주고받다가 지역 커뮤니티에서 진행하는 작은 영화제에 초대 받았다. 그 친구가 프로그래머로 참여하는 영화제여서 열정을 갖고 임하는 것이 엿보였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짬을 내어 직접 진행하는 섹션에 관객으로 참여했다. 멀리서 그 친구가 입구에 서있는 것이 보여 서로 가볍게 고갯짓으로 인사를 했는데, 그러면서 그 친구가 옆에 있던 동료에게 나를 가리켜 “인스타 친구”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렇구나…. 두 단어로 관계가 정립되는 기분을 느꼈다. 나는 이 관계를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고 싶어서 이번에도, 그리고 그전에도 노력했지만 상대방은 나를 그저 인스타 친구라고 생각하는구나. 사실 우리는 인스타 친구가 맞고, 어디에도 틀린 구석이 없는 정의지만 그 말에서 느껴지는 쌀쌀함이 서운함을 한가득 몰고 왔다. 결국 해당 영화 섹션이 끝나고 나는 그 친구와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은 뒤 도망치듯 황급히 자리를 떴다. 그 후로 더 이상의 DM은 주고받지 않게 되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손쉽게 각자의 근황을 확인할 수 있고,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과도 스토리 답장을 통해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인맥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영역을 내어주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두며 다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걸 여태껏 장점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 장점은 내가 아쉽지 않은 관계에만 해당되는 것이었다. 내가 아쉬워하는, 더 가까워지고 싶은 관계가 생기자 이 지점은 선명한 단점이 되어버렸다. 덕분에 인스타그램에도 정이 떨어져서 앱을 삭제했다. 하지만 무서운 점은 서로의 일상을 노출하고 관음하는 일에 길들여진 내가 머지않아 앱을 다시 설치하고 인스타그램 속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Writer 가을밤
마음속에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는 INFJ
하지만 오프라인에서의 교류와 온라인에서의 교류는 곧장 현격한 차이를 드러냈다. 서로가 바쁜 일상을 이어나가는 통에 주고받는 메시지는 하루에 몇 건밖에 되지 않았다. 오프라인에서의 교류는 한정된 시간과 장소 속에서 대화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상대방과 언어적·비언어적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풍부한 이해와 공감을 나눌 수 있다. 반면 온라인에서는 각자 여유 있는 때 대화를 할 수 있고, 메시지를 읽고 답장을 전송할 시간대를 자신이 의도적으로 설정할 수 있어 편리하다.
문제는 답장을 보낸 뒤 상대방이 내 답장을 읽지 않는 긴 시간 사이를 쓸데없는 상상이 채운다는 것이다. 나는 이 사람과 더 친해지고 싶은데 이 사람은 그렇지 않은 걸까? 특히나 긴 텀이 지나고 상대가 보내는 친절하고 내용이 제법 긴, 글자를 꾹꾹 눌러쓴 답장은 나의 마음을 무언가 불편하게 했다. 배려하는 마음이 묻어나는 텍스트 속에서 정작 친밀함은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DM을 주고받다가 지역 커뮤니티에서 진행하는 작은 영화제에 초대 받았다. 그 친구가 프로그래머로 참여하는 영화제여서 열정을 갖고 임하는 것이 엿보였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짬을 내어 직접 진행하는 섹션에 관객으로 참여했다. 멀리서 그 친구가 입구에 서있는 것이 보여 서로 가볍게 고갯짓으로 인사를 했는데, 그러면서 그 친구가 옆에 있던 동료에게 나를 가리켜 “인스타 친구”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렇구나…. 두 단어로 관계가 정립되는 기분을 느꼈다. 나는 이 관계를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고 싶어서 이번에도, 그리고 그전에도 노력했지만 상대방은 나를 그저 인스타 친구라고 생각하는구나. 사실 우리는 인스타 친구가 맞고, 어디에도 틀린 구석이 없는 정의지만 그 말에서 느껴지는 쌀쌀함이 서운함을 한가득 몰고 왔다. 결국 해당 영화 섹션이 끝나고 나는 그 친구와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은 뒤 도망치듯 황급히 자리를 떴다. 그 후로 더 이상의 DM은 주고받지 않게 되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손쉽게 각자의 근황을 확인할 수 있고,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과도 스토리 답장을 통해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인맥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영역을 내어주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두며 다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걸 여태껏 장점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 장점은 내가 아쉽지 않은 관계에만 해당되는 것이었다. 내가 아쉬워하는, 더 가까워지고 싶은 관계가 생기자 이 지점은 선명한 단점이 되어버렸다. 덕분에 인스타그램에도 정이 떨어져서 앱을 삭제했다. 하지만 무서운 점은 서로의 일상을 노출하고 관음하는 일에 길들여진 내가 머지않아 앱을 다시 설치하고 인스타그램 속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Writer 가을밤
마음속에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는 INFJ
#대학생에세이#인스타친구#인간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