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여행은 언제든 떠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다시 이곳에 갈 수 있을까?’
당연했던 많은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됐다. 여행도 그중 하나다. 특히 내게는 더욱 그렇다.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까지 나는 빈번하게 여행을 유예해왔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할 줄 알았다. 그리고 때때로 여행은 내게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꿈 찾아 삼만 리’를 외치며 유난히 또래보다 휴학을 많이 하고, 자연스레 졸업도 늦어졌기에 조급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던 여행이 이제는 참 어려워졌다. ‘그때 어떻게든 비엔나행 비행기 티켓부터 끊는 건데…’ 가장 가고 싶은 해외 여행지였던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촬영지를 떠올리며, 후회를 거듭한다. 이제는 미뤄왔던 수많은 여행들이 더 먼 것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마지막 해외여행은 언제였을까?’라는 질문에 다다른다. 바로 대학교 4학년을 앞둔 겨울방학, 학과 해외탐방으로 다녀온 ‘인도네시아’가 마지막 해외 여행지였다. 몇 개월 후면 4년 전 일이 되니, 그 여행길에서 돌아온 지도 제법 오랜 시간이 흘렀다.
며칠 전, 잠이 오지 않아 인도네시아 곳곳을 다녔던 순간을 촘촘하게 기록한 일기장, 그곳에서 남긴 수백 장의 사진과 몇십 개의 동영상을 살펴봤다. 싱긋 미소가 지어지면서 이 모든 것들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다시 이곳에 갈 수 있을까?’
오랜만에 그 여행길에 올랐던 네 명의 멤버들에게 메시지를 건네본다. “다들 건강하게 잘 지내죠?” 안부 인사를 건네다가 불쑥 여행 이야기를 꺼냈다. “곧 있으면 우리 인도네시아 다녀온 지 4년이나 되는 거 알아요? 다들 그 여행하면 어떤 기억이 먼저 떠올라요? 좋았던 추억 같은 거 말이에요.” 그리고 이어지는 각자의 대답.
묘사하는 방법은 조금씩 달랐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순간은 놀랍게도 같았다. 으레 짐작할 만한 유명 유적지, 현지에서만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 미쉐린 가이드에 오른 맛집 방문 등이 아니었다. 우리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여행에 대한 남다른 추억은, 바로 여행 이틀째 날 아침 식사 풍경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 멤버의 말, “우리 근처 마트에서 이것저것 장보고 그 다음 날 숙소에서 아침 만들어서 먹었잖아. 난 그게 가장 좋았어. 네가 선곡한 음악 틀어놓고 한쪽에서는 인스턴트 미고랭 라면 볶고, 또 한쪽에서는 계란 프라이 만들고.”
나이는 물론 참 다른 성격, 성향을 가진 네 명의 사람들이 다녀온 여행인데 어떻게 우리의 마음속 깊숙하게 자리 잡은 기억은 같을 수 있는지, 또 그 순간이 어쩜 이렇게 사소한 것인지 놀랍기만 했다. 조금씩 불편함을 감수하며 머물렀던 공유숙박 숙소에서 함께 준비한 그 간결한 아침 식사가 우리 모두에게는 참으로 의미 있게 남아 있었다.
4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우리에게 머물러 있는 그 반짝반짝한 기억을 헤아려보니 여행이 그리워지면서 동시에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건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걸 또 한 번 깨닫고 만다. 낯선 여행지를 누빌 생각을 하며 설렌 마음으로 준비한 그 날 아침 식사 풍경을 나와 같은 마음으로 떠올려준 그때 그 여행의 동반자들에게 새삼 고마움도 밀려왔다. 그리고 이렇게나 작고 일상적인 무언가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여행의 힘이구나 싶었다.
자유롭게 여행할 날을 기다리며 작은 다짐을 해본다. 여행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말이다. 아주 사소한 순간도 애틋하게 간직하도록 만드는 여행, 그 여행이 주는 에너지가 몹시 그립다.
Writer 박유민
다소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말은 ‘해피엔딩’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대학생활을 마치고, 현재는 브랜드를 알리는 일에 매진 중인 스물아홉![]()
그런데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던 여행이 이제는 참 어려워졌다. ‘그때 어떻게든 비엔나행 비행기 티켓부터 끊는 건데…’ 가장 가고 싶은 해외 여행지였던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촬영지를 떠올리며, 후회를 거듭한다. 이제는 미뤄왔던 수많은 여행들이 더 먼 것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마지막 해외여행은 언제였을까?’라는 질문에 다다른다. 바로 대학교 4학년을 앞둔 겨울방학, 학과 해외탐방으로 다녀온 ‘인도네시아’가 마지막 해외 여행지였다. 몇 개월 후면 4년 전 일이 되니, 그 여행길에서 돌아온 지도 제법 오랜 시간이 흘렀다.
며칠 전, 잠이 오지 않아 인도네시아 곳곳을 다녔던 순간을 촘촘하게 기록한 일기장, 그곳에서 남긴 수백 장의 사진과 몇십 개의 동영상을 살펴봤다. 싱긋 미소가 지어지면서 이 모든 것들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다시 이곳에 갈 수 있을까?’

오랜만에 그 여행길에 올랐던 네 명의 멤버들에게 메시지를 건네본다. “다들 건강하게 잘 지내죠?” 안부 인사를 건네다가 불쑥 여행 이야기를 꺼냈다. “곧 있으면 우리 인도네시아 다녀온 지 4년이나 되는 거 알아요? 다들 그 여행하면 어떤 기억이 먼저 떠올라요? 좋았던 추억 같은 거 말이에요.” 그리고 이어지는 각자의 대답.
묘사하는 방법은 조금씩 달랐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순간은 놀랍게도 같았다. 으레 짐작할 만한 유명 유적지, 현지에서만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 미쉐린 가이드에 오른 맛집 방문 등이 아니었다. 우리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여행에 대한 남다른 추억은, 바로 여행 이틀째 날 아침 식사 풍경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 멤버의 말, “우리 근처 마트에서 이것저것 장보고 그 다음 날 숙소에서 아침 만들어서 먹었잖아. 난 그게 가장 좋았어. 네가 선곡한 음악 틀어놓고 한쪽에서는 인스턴트 미고랭 라면 볶고, 또 한쪽에서는 계란 프라이 만들고.”
나이는 물론 참 다른 성격, 성향을 가진 네 명의 사람들이 다녀온 여행인데 어떻게 우리의 마음속 깊숙하게 자리 잡은 기억은 같을 수 있는지, 또 그 순간이 어쩜 이렇게 사소한 것인지 놀랍기만 했다. 조금씩 불편함을 감수하며 머물렀던 공유숙박 숙소에서 함께 준비한 그 간결한 아침 식사가 우리 모두에게는 참으로 의미 있게 남아 있었다.
4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우리에게 머물러 있는 그 반짝반짝한 기억을 헤아려보니 여행이 그리워지면서 동시에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건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걸 또 한 번 깨닫고 만다. 낯선 여행지를 누빌 생각을 하며 설렌 마음으로 준비한 그 날 아침 식사 풍경을 나와 같은 마음으로 떠올려준 그때 그 여행의 동반자들에게 새삼 고마움도 밀려왔다. 그리고 이렇게나 작고 일상적인 무언가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여행의 힘이구나 싶었다.
자유롭게 여행할 날을 기다리며 작은 다짐을 해본다. 여행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말이다. 아주 사소한 순간도 애틋하게 간직하도록 만드는 여행, 그 여행이 주는 에너지가 몹시 그립다.
Writer 박유민
다소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말은 ‘해피엔딩’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대학생활을 마치고, 현재는 브랜드를 알리는 일에 매진 중인 스물아홉
#대학생에세이#여행의힘#코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