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Ctrl+Z가 불가능한 미대생입니다

금속공예학과에선 뭐 배워? 순금으로도 만들 수 있어?
자기소개 부탁해! 
안녕~ 나는 성신여자대학교 공예과 17학번이고, 올해 2월에 갓 졸업한 조연수라고 해!  

공예학과에서는 어떤 걸 배워? 
공예는 쓰임새 있는 물건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돼.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세부 전공이 나뉘는데, 우리 학교는 금속공예, 섬유공예, 도자공예로 나뉘어. 그중에서 나는 금속공예를 전공했어!  

인터뷰이 인스타그램 @liebe_y.s 

 

혹시… 과에 쇳독 있는 사람 있어?  
가끔 금속 알레르기 반응이 나거나 빨갛게 두드러기가 올라오는 친구들이 있긴 해. 금속공예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최대한 장갑 끼고 작업하면서 꾹 참는 친구들도 있더라. 대부분 1학년 때 금속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깨닫고, 2학년 올라갈 때 섬유나 도자 공예로 세부 전공을 선택하더라고.  

중금속을 많이 다룰 것 같은데 건강에 해로운 건 아니지? 걱정돼서 그래… 
친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우리 과는 짧고 굵게 산다”는 농담을 자주 해 ㅋㅋㅋ. 위험천만한 기계를 많이 다루고, 몸에 해로운 약품을 사용하기도 하기도 하거든. 금속을 불로 가열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가스를 마시기도 하고… 조금 살벌하지? ㅋㅋㅋ. 그래도 요즘 좋은 마스크도 많아서 잘 관리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인터뷰이 사진 제공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다면? 
주전자 만드는 수업이 기억에 남아. 금속공예학과 수업 중에서 최종보스급으로 어려운 수업이거든. 주전자의 높이, 손잡이의 위치, 입구와 뚜껑의 결합 부분 등 세세하게 치수까지 딱 맞춰야 해서 어려워. 불을 사용하기도 하고, 망치로 두드리는 등 금속공예 기법을 총망라해야 해서 고생을 많이 했지.  

교수님들이 직접 시연해주시기도 해? 혹시 유명한 분도 계셔? 
우리 과 내에서 만능해결사로 통하는 교수님이 계셔! 많은 기술을 다룰 줄 아셔서 학생들을 잘 도와주시거든. ‘김종승’ 교수님이신데, 별명이 ‘짐승종승’ 교수님이셔 ㅋㅋㅋ. 신입생들에게 “신처럼 추앙받는 분이다.”고 소개하다 보니 전설처럼 유명해지셨어. 물론 교수님도 본인의 별명을 알고 계시고!

인터뷰이 사진 제공 

 

너무 예뻐서 잘 팔릴 것 같은데, 판매를 목적으로 공예를 배우는 수업은 없어? 
4학년들이 주로 배우는 ‘상업 주얼리’라는 수업이 있어. 처음부터 판매 목적으로 디자인하고 제작해서 실제로 공예 트렌드 페어 전에 출품해보는 수업이야. 판매 계획서도 만들고, 기업 분석표도 작성해보면서 판매 과정에 대해 전체적으로 배울 수 있어. 2020년엔 코로나 때문에 페어에 참여하지 못해서 아쉬웠어.  

과제물도 독특할 것 같아. 수업에서 만들었던 것 중 가장 특이하게 만든 작품도 있어? 
금속공예과인데 금속 없이 나무로만 목걸이를 만들었던 적이 있어. 자작나무 합판에 그림을 그린 다음에 다 잘라서 이어 붙인 목걸이야. 다들 처음엔 나무로 만든 건지 못 알아보더라고. 공예과의 장점은 이런 식으로 여러 재료를 다방면으로 사용해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거야!

인터뷰이 사진 제공 

 

금속공예는 다른 학과보다 재료비가 더 비쌀 것 같아. 보통 어떤 편이야? 
요즘 금, 은 값은 물론이고, 황동이나 적동 값도 올라서 재료비가 엄청나게 깨져. 게다가 우리 과는 Ctrl+Z(실행 취소 버튼)이 없잖아? 한 번 망한 작업은 복구하기가 어려워서 다시 처음부터 만들어야 해. 그럼 재료비가 두 배로 드는 거지……  

혹시 순금으로 만든 작품도 있어? 
금은 너무 비싸다 보니까 학생들이 쓰기엔 조금 무리고, 은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야. 피부에 직접 닿는 쥬얼리나, 브로치 뒤쪽 장식은 무조건 은으로 만들어. 작업하다 보면 은 조각들이 떨어지는데, 그걸 다 모아서 재료상에 은가루를 되팔기도 해.  

게임 같다 ㅋㅋ. “재료상에 은가루를 파시겠습니까? <YES> 500원을 벌었습니다!” 이런 느낌이야. 
“이게 다 돈이다~” 생각하고 열심히 쓸어 담아 ㅋㅋ. 한푼 두푼도 소중한 미대생들… ㅠㅠ. 

광 내기 전과 후 (손이 ㅠㅠ) 

 

수업 배우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어? 
금속 재료로 작품을 만들면, 얼굴이 비칠 정도로 광이 나는지 교수님들이 꼭 확인하시거든? 실제로 거울 보듯이 얼굴을 비춰 보셔 ㅋㅋ. 손으로 낸 광이랑 기계로 낸 광은 차이가 나서 손으로 사포질을 미친 듯이 해서 광을 내야 해. 손으로 광을 내면 스크래치 없이 은은하게 반짝거려서 더 예쁘거든.  

인스타에서 작업물을 보니까, 묘하게 전통미와 현대미가 섞인 느낌이더라고.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어? 
개인적으로 빈티지풍을 좋아해서 아르누보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 막상 작업물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면 동양적인 느낌도 있다는 말을 자주 들어서 놀랄 때가 있어. 그 점을 나만의 아이덴티티로 삼아서 브랜드를 내볼까 해.
 
인터뷰이 인스타그램 @liebe_y.s 

 

판매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 혹시 이미 판매 경험이 있는 거야? 
학교에서 진행했던 플리마켓에 다섯 번이나 참가해 봤어! 매번 매출이 다르긴 했지만, 뭐 소소하게 일주일 내내 플렉스 가능할 정도로 수입이 쏠쏠했지 ㅋㅋ. 지금 창업을 준비 중이긴 한데 1인 창업이라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 준비 기간을 최소 1년으로 잡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중이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예과에 진학하는 걸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막상 학부를 졸업해보니 미술은 어느 과를 가든 결국 다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니까 너무 불안해하거나, 방황하지 않아도 돼. 공예는 세상에 있는 모든 걸 재료 삼아 나만의 방식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게 매력이라고 생각해. 한 가지 재료나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해 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
 
#대학전공#금속공예학과#공예과
댓글 0
닉네임
비슷한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