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나의 자취방 연대기 ② 집다운 집에서 살 수는 없을까요
종로5가역, 보증금 88만 원, 월세 44만 원

역시나 최종합격 연락을 받은 지 3일 뒤에 첫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쉐어하우스 업체에서는 12월 말까지 그 집을 사용하기로 계약을 했는데, 집주인은 이미 10월 중에 집을 허물고 그 터를 다른 사람에게 팔기로 했다고. 지금 생각해도 이렇게 어이없는데 그 땐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말이 쉐어하우스지 정말 그냥 모텔방에서 둘이 같이 살게 했다. 방 안에 침대 두개, 책상 두개, 옷장 두개를 데칼코마니처럼 나란히 놓고 그 사이를 접이식 파티션이 가로막고 있는 형태였다.
방에도, 화장실에도 창문이 없어 욕실에는 항상 곰팡이가 폈다. 꿈만 같았던 예쁜 집은 스치듯 사라지고, 또 다시 좁고 습하고 어두운 집에서 살게 됐다.

가정집이라 방문을 열면 바로 거실과 부엌이 있던 이전 쉐어하우스와 달리, 옮겨간 곳은 모텔을 개조한 곳이라 별도 층에 공용 부엌이 따로 있었다.
밥을 해먹으려면 옷을 갖춰 입고 신발을 신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른 층에 가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밥 해먹는 횟수가 줄어갔다.
다시금 삶의 공간을 재단당한 기분이 들었다.

인턴 퇴사 후 방을 빼고 본가로 돌아오는 길에 또 생각했다. 앞으로 다시는 쉐어하우스에 살지 않겠다고.

<3화에 계속…>
illustrator 몽미꾸
#대학생#자취방#쉐어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