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대면수업하면 만나게 될 교수님 유형 8

직접 만나게 될 교수님들은... 음... 쫌 그래

올해부터 대면으로 바뀌는 애들이 꽤 많아졌다고 들었다. 그동안 사이버 가수 아담 같은 랜선 교수만 보다가 실물 교수를 드디어 마주하게 될 기회가 왔다. 너희들이 드디어! 오프라인 강의의 참맛을! 이제야 보게 될 거라는 생각에 내가 다 설렌다.

하지만 강의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교수들은 정말 야생의 포켓몬처럼 그 개체 성격도 천차만별이다. 혹시나 멘붕에 빠질지도 모를 너희들을 위해서 내가 5년간 겪은 교수들을 8종으로 분류, 도감을 만들었으니 관심 있으면 읽어보기를 바란다.  


TYPE 1. 자유방임주의형 교수

대충 이렇게 생겼다. 잔소리 안 하실 상...  ▶ 고등학교 교수는 너희를 대학에 보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지만, 대학 교수는 사실 너네가 취업을 하든 말든 별로 관심이 없다.

▶ 하지만 그런 교수들일지라도 강의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어느정도 주의를 주는 편인데, 이 ‘방임형 교수’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 이들은 강의력도 좋고, 매너도 좋으며, 싫은 소리를 잘 안한다. 뒷자리 구석에서 스위치를 하든 넷플릭스를 보든 다른 애들 듣는 데 방해만 하지 않으면, 제자리에서 똥을 싸도 뭐라 안 할 분들이다.

▶ 음 근데 쌌더니 뭐라고 하긴 하더라.

▶ 강의는 생각보다 재밌다. 근데 애들이 안 듣는다. 앞자리에서 집중하고 들으면 수업 내용도 쏙쏙 들어오고, 시험도 잘 볼 수 있기 때문에, 집중만 잘 하면 학점 올리기 좋은 수업이라 할 수 있겠다.  


TYPE 2. 지방자치형 교수

항상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고 토론에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한  
▶ 토론 수업 맹신자. 주로 문화/역사 쪽 토론 수업하시는 교수님들 특징이다.

▶ 조별 과제는 기본이요, 수업 자체를 조별활동으로 하기 때문에 큰 사회성이 요구된다. 때문에 아싸 혹은 찐따들은 친구와 함께 청강할 것을 추천한다.

▶ 내가 겪은 방임형 교수의 일일 커리큘럼은 이랬다.
  •      수업 시작하면 칠판에 대문짝만하게 오늘 토픽을 써 놓는다
    •      자, 이 주제로 20분간 토론을 시작한다
  •      20분이 지나면 조장이(이것도 번갈아가면서 시킴) 토론한 내용을 발표함
  •      모인 내용으로 교수와 다대 일로 토론

▶ 이렇게 종일 말하고 듣는 수업이다보니 생각할 여지도 많고, 배워가는 것도 많다. 대부분 이런 수업은 시험을 과제로 대체하기 때문에 수업 난이도는 높으면서도 정작 학점은 높게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TYPE 3. 고등학교 학생주임형 교수
흔히 좀 빡쎈 다혈질, 혈기 넘치는 느낌이고 좀 꼰대 같은...  
▶ 가깝지만 한없이 거리감이 느껴지는, 바로 그 고등학교 담임선생님 같은 사람이다. 이 교수들은 교수들 중 최’악’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일단 특이하게도 학생들 이름을 죄다 외우고 있다. 출석 부를 때마다 아이컨택을 열심히 하는데, 자기 두뇌에 입력하는 중인 거다. 와 저러니까 서울대 나오고 교수까지 하는구나 싶었다.
 
▶ 이 교수들은 교탁 앞에 가만히 서 있지를 못한다. 교재를 들고 강의실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니며 조는 애들의 뒷목덜미를 주무르거나, 떠드는 애들에게 “내가 방금 뭐라고 했지?”라고 묻기도 하며, 심지어 전공책 안 가져온 애들을 강의실 뒤로 내보낸다. 

▶ 한 번은 어쩌다 책을 안 가져와서 옆 사람이랑 책을 같이 보는 복학생에게 “너 뒤로 나가 있어”라고 했다가 역으로 시비털리고 폭주한 걸 본 적이 있다. 그 대담하고 거친 복학생은 “아뇨, 그냥 나가겠습니다”라고 말하고 강의실을 나갔기 때문이다.
 
▶ 그 때 그 교수는 딥빡쳐서 책 내던지고 강의실 앞문을 열더니 “너 임마! 이리 안 와!?”라고 사자후를 내뱉으며 온 복도를 울려댔다. “끝나고 교수실로 와라”라고 했는데 저러다 부모님 모시고 오라고 하는 거 아니냐며 수군댔던 게 생각난다.
 
▶ 여튼 이런 교수님들은 평소 애들이 인사하면 “어~그래 철수야~”하면서 인사도 잘 받아주고, 이름도 얘기해주면서 친한 척 오지게 하는데, 막상 면담 신청하거나 수업 내용 관련해서 깊게 물어보려고 하면 성가셔하며 잘 안 받아 준다.  


TYPE 4. TMI형 교수

다 이런 느낌이라는 건 아니고, 그냥 그 교수님이 이렇게 생겼었다 

 

▶ 말이 많은 편은 아닌데, ‘쓸데없는 말’이 많다는 게 핵심이다.

▶ 수업시간 내내 교재보다는 풀 토킹으로 수업을 하는 실력자이긴 하다. 다만 자꾸 살이 붙고 붙어서 그렇지... ▶ 주로 사회/어문계열 교수님들 중에 이런 분들이 많다.

▶ 내가 겪은 레파토리는 다음과 같았다.
  • “이 부분에서 18세기 문학 사조를 알아볼 수 있는 블라블라 어쩌구”
  • “이 당시 사회상을 살펴보면, 젊은 노동인구층이 블라블라 어쩌구”
  • “근데 지금도 똑같죠?”(아 ㅅㅂ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라는 생각이 듦)
  • 현대인들이 봉착한 사회 문제와 젊은 대학생들의 문제에 대한 열변을 토함
  • 약간 당황한 채로 ‘어쩌라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동공을 마구 흔드는 학생들
  • 그걸 보고 다시 현실로 급하게 복귀함. “자, 어쨌든~”

▶ 이 사이클이 한 번 돌면 15분이 뚝딱 날아간다. 그래서 정작 수업시간동안 목표한 챕터 하나를 채 나가기 어렵다.

▶ 그리고 늘 수업시간 시작할 때 이런 얘기를 한다 “오늘은 꼭, ~챕터까지 나갑시다~” 

▶ 시험이 다가오면 갑자기 초스피드로 질주 → 그래도 부족하면 결국 시험 직전 수업시간에 밑줄 긋기로 급하게 시험범위를 요약해 준다.  


TYPE 5. 불성실한 형님형 교수

이런 느낌이긴 했는데 총은 안 들고 다니셨다 

 

▶ 지각과 휴강을 밥 먹듯이 한다. 그래서 학기중에 급 공강이 자주 생긴다. 휴강 공지도 꼭 수업 시작 직전 혹은 수업시간 지나고 하기 때문에, 시간 관리가 어려워진다.

▶ 수업시간 시작시간 딱 됐는데 안 들어온다? 갑자기 두근거리기 시작. “야, 뭐 시켜먹을까” → 근데 꼭 자동 휴강처리 되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들어옴 

▶ 왜 이렇게 바쁜고 하니, 학생들 모르게 하는 일이 굉장히 많거나 혹은 개인적인 약속이나 일이 많은 인싸라서 그렇다.

▶ 그래서 학과장 출신이거나 총장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 중에 이런 교수들이 많다고 한다. 심지어 교수실에도 잘 출몰하지 않는다.

▶ 드물게 학생들과 엄청 친하게 지내는 교수님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주로 이런 부류에 속한다. 복학생 혹은 졸업생들과 술자리를 엄청 자주 가진다. 당구, 노래방 등 학교 앞 유흥시설에서 자주 뵐 수 있다.

▶ 근데 학점은 또 되게 후하게 주더라. 절평일 경우 진짜 꿀임.  


TYPE 6. 천재형 교수

약간 요런 인상임. 뭔가 저런 미소를 항상 띄고 있고 여유가 넘치는 

 

▶ “대학생이라면 무릇 이런 강의를 들어야지”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최강의 교수 

▶ 책을 잘 안 본다. 이미 그 분 머릿속에 책 몇십 권의 지식이 있기 때문

▶ 교탁 혹은 맨 앞자리 책상에 아주 여유롭게 걸터앉아서 인자한 미소를 풍기며, 학생들과 대화를 나눈다. 말투는 또 어찌나 고급스러운지

▶ 이런 분은 연차가 꽤 높음에도 현재까지 연구에 진심으로 열중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한국 버지니아울프 학회장이자 현 고문이셨던 분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교수법 클라스가 걍 차원이 다름;

▶ 대부분 교수님들은 ‘설명’과 ‘토론’ 사이의 밸런스 조절 실패 때문에 수업이 노잼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분들은 황밸임. 적절한 사고를 거쳐 토론하고, 다같이 결론을 내는...

▶ 에타에서 확인해 봐도 이런 교수님은 평이 좋다. “강의 내용이 너무 좋았다”거나 “대학 4년 동안 가장 많은 걸 얻어가는 수업이었다”라고들 말함.

▶ 성적은 진짜 공부한 만큼만 주기 때문에, 절평인 경우 누구나 납득할 만할 점수를 받게 되어 있다.

▶ 결국 본인이 만족할 만한 수업이었다면 점수도 그만큼 잘 나오는 강의라고 보면 된다. “아 진짜 수업이 좋았다” → A~B / “나랑은 안 맞는 수업 방식이다” → C~F  


TYPE 7. 덤블도어형 교수

덤블도어 옹도 사실 실제 고령 교수님들 중에서는 동안이고 쌩쌩한 편임 

 

▶ 인품, 강의력 이런 게 아니라 연세만 덤블도어 

▶ 학문에 대한 열정은 사실 왕년에 다 소진하셨고, 이제는 후임 양성을 향한 열정 하나로 그 연세까지 계속 교수를 하고 계시다. 주로 ‘명예교수’라고 불린다.

▶ 그래서인지 교양은 안 하시고, 전필 위주로 맡으심

▶ 강의력은... 교수법 자체가 굉장히 올드해서 좀 당황스러울 정도다. 약간 배재학당이나 이화학당 출신이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선창 후창 좋아하심. “자, 따라 읽어 봅시다~”

▶ 은근히 로맨틱하다. 노신사/노부인 스타일

▶ 수업 중에 기침을 시작하시면 멈추기가 어렵고, 수업 시작/종료 때 앞문으로 들락거리시는 것도 한참 걸렸다. 때문에 수업 끝날 무렵 ‘오래 사셨으면...’하고 생각하는 일이 많았다  


TYPE 8. 뉴페이스형 교수

젊으신 분이라 인상도 좋고 아직까지는 쩌든 느낌이 없더라고 

 

▶ 신참 교수다. 이제 막 박사학위를 따 온 분이다.

▶ 그래서 학문에 대한 열정이 아직 식지 않았고, “내가 가르치는 이 젊은이들도 그러하리라”라는 오해를 많이 하신다.

▶ 덤블도어 교수님은 우리를 강아지 정도로 보지만, 이 분들은 우리를 사람으로 보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갈등이 생긴다. 저희가 그 정도까지 알 거라고 생각하시면 안 돼요, 교수님.

▶ 강의력은 케바케다. 강의를 이끌어 나가는 능력 자체는 별로인 젊은 교수들도 꽤 있지만, 한창 현역이라 학생들의 ‘질문’에 정말 성심성의껏 만족스러운 답변을 주시는 편.

▶ 딱 처음 고등학교 부임한 초보 교사라고 생각하면 될 듯

▶ 젊다 보니 이런 교수님들이 에타 눈팅을 많이 한다. 에타 힛갤에 교수님 떴다 하면 주로 이런 젊은 30대 교수님이 등장한 케이스라고 보면 된다.

▶ 그래서 자기 강의력에 대한 피드백을 빨리 반영한다. 현타를 느끼고 흑화하기도 하지만, 동기부여가 되어서 더 열심히 자기 발전에 정진하기도 한다고.

▶ 이상하게 성적을 짜게 주는 경향이 있다. 찐 모범생이 아니라면 이런 느낌 많이 받는다.
#개강#교수도감#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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