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첫 만남부터 자취방에 초대받는 남자

『자취의 맛』 저자 유튜버 자취남 인터뷰
집은 가장 사적인 공간이다. 그래서 집주인의 초대를 받은 사람만이 집 안에 발을 디딜 수 있다. 낯선 집에 갈 일이 생각보다 적은 이유다. 그래서 다른 사람은 나와 똑같은 평수에서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진다.  

유튜버 자취남은 이런 궁금증을 없애주었다. 300여 곳이 넘는 자취방에 스스럼없이 들어가서 신발장부터 화장실, 수납장까지 거침없이 열어본다. 집주인은 화를 내긴 커녕 “이건 꿀템이다” “이건 사지 마라”며 오히려 거든다. 오늘도 전국의 1인 가구에게 자기 집을 촬영해달라고 초대받는 남자, 유튜버 자취남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자취남님 
안녕하세요. 다양한 1인 가구의 삶을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 <자취남>을 운영하는 정성권입니다. 이번에 『자취의 맛』을 출간했습니다 : )  

책도 1인 가구 이야기인가요? 
맞아요. 그런데 유튜브 콘텐츠와는 내용이 달라요. 유튜브가 자취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책은 300곳이 넘는 자취방을 방문하며 느낀 제 생각을 담았습니다.  
  
가장 사적인 공간인 자취방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처음에는 제가 자취하며 궁금했거나 경험한 것을 공유하는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렸어요. 그러던 중 친구가 자취를 시작해서 친구 집을 소개하는 영상을 찍었는데 구독자 반응이 좋았죠.   일반인의 집을 자세히 보는 것이 구독자에게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지인 몇 명을 더 섭외하여 자취방 소개 영상을 올려보니 조회수가 괜찮게 나왔죠. 그때부터 ‘1인 가구 자취방 소개’라는 주제로 채널 방향성을 틀어, 구독자에게 촬영 신청을 받기 시작했어요.  

자취남 채널의 방향성을 바꾼 첫 번째 자취방 소개 영상 


신청이 많이 오나요? 자취방 선정 기준도 궁금해요. 
하루 4~5통의 신청 메일이 와요. 두세 줄의 짤막한 요청부터 PDF 10장 분량으로 정성스럽게 신청해 주시는 분까지 다양하죠. 정성이 담긴 신청에 눈길이 가는 것은 맞지만, 최대한 편견 없이 다양한 집을 보여드리기 위해 선정은 무작위로 해요.  


남의 집을 들여본다는 건
마치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일처럼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25p


대학생 자취방도 자주 올라오는 것 같아요. 20대 자취방의 특징이 있을까요? 
나이가 어릴수록 벽에 붙은 인생네컷 사진이 늘어나요 : ) 30대 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테리어 소품이죠. 태블릿으로 공부를 해서 생각보다 책도 없어요. 대신 친구들과 마시고 남긴 술은 정말 많아요.  
30대와 비교하면 집에 취향이 드러나지 않는 것도 특징이에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 유행하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집을 꾸미죠. 대학생의 자취방은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공간에 애정을 갖게 되는 순간은
스스로 가꾸고 규칙을 부여했을 때라고 한다. -38p

 
기억에 남는 대학생이 있나요? 
자취가 처음인 숙명여대 체대생이요. 월세를 벌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아르바이트를 해요. 바쁘게 사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릴 때부터 생존하는 법을 익혀나가는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 대화의 깊이가 다른 느낌이 있어요. 최근에 촬영해서 아직 영상은 올라가지 않았어요.  

영상을 내려 달라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많아요. 한 번은 군인을 촬영한 적이 있는데 그분은 상부에 허락을 맡았기 때문에 영상에는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영상을 본 어떤 분이 “나라를 지켜야 할 사람이 저런 영상을 찍었다”라고 국민 신문고에 신고했어요. 결국 영상을 내려야 했죠.  

편집까지 다 마쳤는데 업로드가 안 되기도 하나요? 
가끔 있어요. 인터뷰이에게 편집 초안을 보냈을 때 과도한 수정 요청이 올 때가 있는데, 서로 내용 조율이 안 되면 영상을 올리지 않아요.  

자취생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자취 꿀템이 있나요? 
미니 건조기의 경우 2020년 자취방에서는 보기 힘들었는데 지금 촬영하러 가면 절반 정도가 사용하고 있어요. 식기세척기도 자주 보이죠.

올해 떠오르는 꿀템은 스마트 쓰레기통입니다. 사람이 쓰레기통에 다가가면 자동으로 쓰레기통 뚜껑이 열려요. 반려동물 꿀템으로는 카메라가 달린 자동 급식기 후기가 좋았어요.
  
다들 사놓고 후회하는 자취템도 있을 것 같아요. 
감성 브이로그에 자주 등장하는 특정 브랜드의 토스터와 커피머신은 추천하지 않아요. 디자인은 예쁘지만 활용성이 떨어지고 비싸죠. 특정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생각보다 사용하지 않는 제품이니 고민하고 구매하면 좋겠어요.  

여유가 없는 대학생은 어떤 집들이 선물을 사면 좋을까요? 
쓰레기봉투 다발을 추천해요. 쓰레기봉투는 내가 사기에는 아깝지만 자취 필수품이죠. 쓰레기 버릴 때마다 친구가 생각나면서 고맙지 않을까요? 참고로 디퓨저는 사지 마세요. 친구 절반이 사 옵니다.  

집은 사적인 공간이잖아요? 그럼에도 자취방을 유튜브에 노출하려는 심리는 무엇일까요? 
공들인 인테리어를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보통은 추억을 만드는 것 같아요. 나의 삶을 기록하는 새로운 방식이죠. 당근마켓에 곧 이사를 하는데 자취남처럼 집을 찍어줄 분을 구한다는 글이 올라온 적도 있어요.  


똑같은 레이아웃을 가진 공간인데도
어떤 성향을 가진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느냐에 따라서 그 안의 모습은 각기 다르다. -42p


다양한 집을 경험하면 살아보고 싶은 집이 생길 거 같아요 
해남에 마당 포함 100평 정도 되는 집을 무상임대로 거주하는 분을 촬영하러 갔어요. 공간이 넓어서 좋은 점도 있었지만 사람이 만들어낸 소리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서 인상 깊었죠. 지금 제가 여의도에 사는데, 시끄러운 도심 한복판에 있다가 조용한 자연 속으로 가니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도시를 벗어나 조용하고 여유로운 자취방을 보여주었던 해남 편 

책의 수익을 월세 지원 프로젝트에 사용한다고 들었어요. 
정식 명칭은 ‘대국민 월세 지원 프로젝트’입니다. 구독자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1인 가구의 현실적인 부담을 덜어주자는 생각에 계획하게 되었죠. 최대 10명에게 한 명당 천만원의 월세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1인 가구는 늘어나는데, 사회적 관심이나 정보, 인프라가 부족해요. 그래서 월세를 지원하게 될 분들과 집을 구하는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만들 예정이죠. 자취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에 있는 자취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최근 촬영 때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어두운 방에서 혼자 하는 생각은 가짜다."

혼자 살수록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기가 쉽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을 끊어낼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죠. 제 콘텐츠에 나오는 다양한 1인 가구를 보며 부정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채워가며 더 재미있는 자취의 맛을 즐기면 좋겠어요 : )
  

Photographer 안용길 Studio Nomal
#유튜버인터뷰#자취남#1인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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