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가천대에는 19학번이 운영하는 수선집이 있다?
저렴하고 못하는 수선이 없다는데?
가천대학교에는 학생들의 옷을 저렴하게 수선해주는 ‘무주인 수선집’이 있다. 이곳의 주인은 조소과에 다니는 19학번 조예은 학생이다. 학업과 알바, 수선을 병행하느라 수면 시간이 하루에 40분밖에 안 되지만 매일 행복하다는 그녀의 수선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리폼 전과 후
안녕하세요 예은님,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무주인 수선집을 운영하는 가천대학교 조소과 19학번, 패션디자인을 복수전공하는 enfp 조예은입니다 : )
‘무주인 수선집’이 무엇인가요?
가천대 학생을 대상으로 급하게 수선이 필요하거나 수선집에서 받아주지 않는 옷을 저렴한 가격에 수선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지난 4월 에타 자유게시판에 홍보 글을 올리며 시작했어요.
가천대 에타에 올린 무주인 수선집 홍보 게시글 운영한 지 세 달밖에 안 된 거네요?
사실 처음 시작은 2년 전이에요. 그때는 무주인 수선집이라는 이름 없이 자취생게시판에 홍보했죠. 자취생 집에는 다리미나 바늘 같은 수선 도구가 없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휴학하며 중단했다가 이번에 다시 시작한 거죠.
무주인은 무슨 뜻인가요? 혹시.. 무주 사람?
반려묘 이름이 ‘무’입니다 : ) 무의 주인이라 무주인 수선집이 됐죠. 무주와는 관련 없는 서울 토박이입니다.
무주인 수선집의 모티브가 된 반려묘 ‘무’ 작업은 어디에서 하나요?
조소과는 학년별로 작업실이 있어서 내부 공간을 학생들이 나눠서 쓰고 있어요. 제 공간에 스팀다리미, 공업용 미싱기 등의 수선 기계를 구비해놓고 작업하고 있죠.
수선 요청은 많이 오나요?
에타 쪽지로 연락이 하루에 15건, 많으면 30건까지 와요. 옷의 상태와 수선 요청 사항, 옷이 필요한 시점에 따라 수선 진행 여부가 달라지죠.
온종일 수선만 해도 시간이 부족할 거 같아요.
21학점 들으며 아르바이트도 두 개나 했어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니 잠을 줄였죠. 최근에는 하루에 40분 자거나 아예 자지 않는 날도 많았어요. 그래도 시간이 부족하니 아르바이트 쉬는 시간에 손바늘 수선 같은 쉬운 작업을 하면서 시간을 활용했어요.
리폼 전과 후 잠을 줄여서까지 하는 수선집을 이유가 있을까요?
수선할 때가 제일 행복해요. 시간 가는 것도 모르고 무아지경에 빠지죠. 꿈을 이루고 있는 시기라서 멈추면 안 돼요. 잠을 못 자니 계속 몽롱한 상태지만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그래도 힘들지 않나요?
사실 지병 때문에 약을 먹고 있는데, 부작용으로 손 떨림 증상이 있어요. 조소와 수선을 하는 사람에게 사망선고나 다름없죠. 같은 작업을 해도 남들보다 시간을 서너 배 더 쏟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복학 후 패션에 관심을 끊고 재봉틀도 팔려고 했어요. 그런데 우연히 수선 부탁을 받아서 재봉틀에 실을 연결하고 작업을 시작하는 순간 심장이 막 뛰었어요. 그때 ‘이거구나, 나는 이걸 못 멈추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 )
이 정도면 수선비를 비싸게 받아도 되겠어요. 보통 수선비가 얼마인가요?
좋아서 하는 일이라 수선비는 저렴하게 받고 있어요. 가장 흔한 단수선은 3000원, 허리 수선 5000원, 크롭 리폼은 8000원이죠. 바지 단수선을 왼쪽만 하게 되면 1500원으로 받고 있어요. 수선집에서 거절당해 오는 옷들은 난이도에 따라 가격을 측정해요.
가끔 수선비를 더 주거나 간식을 챙겨주는 분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제 노력이 인정받는 느낌이라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재룟값도 남지 않을 것 같아요
수선에 필요한 재료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괜찮아요. 재료를 새로 사야 한다면 미리 고객에게 말씀을 드리죠. 원하는 재료가 없으면 3D 펜으로 직접 만들어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부자재가 탄생하는 것이죠.
원하는 부재자가 없을 시 사용하는 3D프린팅 펜 기억에 남는 의뢰품이 있나요?
발레복이 생각나요. 수선집에서 거절당한 옷을 제가 멋지게 수선했을 때 엄청나게 큰 성취감을 느꼈어요.
구제 불능의 구제 옷도 많이 받았어요. 좋아 보여서 구매했는데 막상 받아보니 수선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진 옷들이죠. 그래도 수선을 다 해드렸어요.
술 마시고 시원하게 찢어먹은 옷이나 신발도 재밌어요. ‘얼마나 열정적으로 놀았으면 옷이 찢어질 정도일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청춘을 공유하는 느낌이 들어요.
수선집을 하며 패션쇼 기회를 얻었다고 들었어요
삼성서울병원에서 진행하는 패션쇼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디자이너로 참여했어요. 백혈병과 소아암으로 입원 중인 아이들을 디자이너와 매칭하여 아이만을 위한 옷을 디자인하는 컨셉트였어요. 아이들이 그린 패션 일러스트도 구현해야 했죠. 2주라는 촉박한 시간이었지만 뿌듯했어요.
이번 패션쇼는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분이 제게 지원하면 좋겠다고 정보를 주었어요. 수선집 운영하며 패션쇼를 알게 된 것은 맞지만, 디자이너로 뽑힌 건 그동안 만들어둔 착장과 포트폴리오가 풍성했던 결과라고 생각해요.
모델과 소통하며 의상을 만들었던 삼성서울병원 패션쇼 내년이면 4학년입니다. 졸업 후에도 무주인 수선집은 계속되나요?
졸업 후에는 수선집을 종료하고 하이트 진로 영업팀에서 일하고 싶어요. 제 모토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걸 하자’라서 하이트 진로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어요.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학점관리도 열심히 해요. 지금은 평균 학점 4.38을 유지하고 있죠.
대신 학교에 있는 동안에는 수선집을 확장할 예정이에요. 학교 주변에 빈 가게를 봐두었고 부동산 계약을 위한 자금도 모아두었죠. 24시간 무주인 수선집이 올해 정식으로 오픈할 예정입니다.
예은님처럼 수선집을 운영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옷을 많이 보는 게 가장 중요해요. 다양한 옷을 뜯어보는 작업도 도움이 되죠. ‘이게 전공병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의상을 보다 보면 옷을 만드는 공장이 다르다는 것까지 알아차려요.
수선은 온전히 수선인의 실력으로 결과가 좌우되기 때문에 자신의 실력을 객관화하는 과정도 중요해요. 과대평가도, 과소평가도 하면 안 되죠.
말로만 듣던 갓생을 사는 것 같아요. 갓생을 꿈꾸는 대학생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을까요?
타고 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욕심이 많아야 하죠. 가장 좋은 방법은 진짜 원하는 것을 찾는 건데 이게 어렵죠 : )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으면 쉴 수가 없어요. 잠도 안 와요.
물론 저도 과제 같은 것은 하기 싫어서 미루기도 해요. 그래도 그 안에서 재미를 찾아보려고 노력하죠. 재미를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다 보면 내 시간을 온전히 투자하고 싶은 걸 발견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무주인 수선집 주인 가천대 조소과 19학번 조예은

안녕하세요 예은님,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무주인 수선집을 운영하는 가천대학교 조소과 19학번, 패션디자인을 복수전공하는 enfp 조예은입니다 : )
‘무주인 수선집’이 무엇인가요?
가천대 학생을 대상으로 급하게 수선이 필요하거나 수선집에서 받아주지 않는 옷을 저렴한 가격에 수선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지난 4월 에타 자유게시판에 홍보 글을 올리며 시작했어요.

사실 처음 시작은 2년 전이에요. 그때는 무주인 수선집이라는 이름 없이 자취생게시판에 홍보했죠. 자취생 집에는 다리미나 바늘 같은 수선 도구가 없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휴학하며 중단했다가 이번에 다시 시작한 거죠.
무주인은 무슨 뜻인가요? 혹시.. 무주 사람?
반려묘 이름이 ‘무’입니다 : ) 무의 주인이라 무주인 수선집이 됐죠. 무주와는 관련 없는 서울 토박이입니다.

조소과는 학년별로 작업실이 있어서 내부 공간을 학생들이 나눠서 쓰고 있어요. 제 공간에 스팀다리미, 공업용 미싱기 등의 수선 기계를 구비해놓고 작업하고 있죠.
학교 작업실을 활용한 수선 공간
에타 쪽지로 연락이 하루에 15건, 많으면 30건까지 와요. 옷의 상태와 수선 요청 사항, 옷이 필요한 시점에 따라 수선 진행 여부가 달라지죠.
온종일 수선만 해도 시간이 부족할 거 같아요.
21학점 들으며 아르바이트도 두 개나 했어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니 잠을 줄였죠. 최근에는 하루에 40분 자거나 아예 자지 않는 날도 많았어요. 그래도 시간이 부족하니 아르바이트 쉬는 시간에 손바늘 수선 같은 쉬운 작업을 하면서 시간을 활용했어요.

수선할 때가 제일 행복해요. 시간 가는 것도 모르고 무아지경에 빠지죠. 꿈을 이루고 있는 시기라서 멈추면 안 돼요. 잠을 못 자니 계속 몽롱한 상태지만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그래도 힘들지 않나요?
사실 지병 때문에 약을 먹고 있는데, 부작용으로 손 떨림 증상이 있어요. 조소와 수선을 하는 사람에게 사망선고나 다름없죠. 같은 작업을 해도 남들보다 시간을 서너 배 더 쏟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복학 후 패션에 관심을 끊고 재봉틀도 팔려고 했어요. 그런데 우연히 수선 부탁을 받아서 재봉틀에 실을 연결하고 작업을 시작하는 순간 심장이 막 뛰었어요. 그때 ‘이거구나, 나는 이걸 못 멈추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 )

이 정도면 수선비를 비싸게 받아도 되겠어요. 보통 수선비가 얼마인가요?
좋아서 하는 일이라 수선비는 저렴하게 받고 있어요. 가장 흔한 단수선은 3000원, 허리 수선 5000원, 크롭 리폼은 8000원이죠. 바지 단수선을 왼쪽만 하게 되면 1500원으로 받고 있어요. 수선집에서 거절당해 오는 옷들은 난이도에 따라 가격을 측정해요.
가끔 수선비를 더 주거나 간식을 챙겨주는 분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제 노력이 인정받는 느낌이라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재룟값도 남지 않을 것 같아요
수선에 필요한 재료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괜찮아요. 재료를 새로 사야 한다면 미리 고객에게 말씀을 드리죠. 원하는 재료가 없으면 3D 펜으로 직접 만들어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부자재가 탄생하는 것이죠.

발레복이 생각나요. 수선집에서 거절당한 옷을 제가 멋지게 수선했을 때 엄청나게 큰 성취감을 느꼈어요.
구제 불능의 구제 옷도 많이 받았어요. 좋아 보여서 구매했는데 막상 받아보니 수선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진 옷들이죠. 그래도 수선을 다 해드렸어요.
술 마시고 시원하게 찢어먹은 옷이나 신발도 재밌어요. ‘얼마나 열정적으로 놀았으면 옷이 찢어질 정도일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청춘을 공유하는 느낌이 들어요.
수선집을 하며 패션쇼 기회를 얻었다고 들었어요
삼성서울병원에서 진행하는 패션쇼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디자이너로 참여했어요. 백혈병과 소아암으로 입원 중인 아이들을 디자이너와 매칭하여 아이만을 위한 옷을 디자인하는 컨셉트였어요. 아이들이 그린 패션 일러스트도 구현해야 했죠. 2주라는 촉박한 시간이었지만 뿌듯했어요.
이번 패션쇼는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분이 제게 지원하면 좋겠다고 정보를 주었어요. 수선집 운영하며 패션쇼를 알게 된 것은 맞지만, 디자이너로 뽑힌 건 그동안 만들어둔 착장과 포트폴리오가 풍성했던 결과라고 생각해요.

졸업 후에는 수선집을 종료하고 하이트 진로 영업팀에서 일하고 싶어요. 제 모토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걸 하자’라서 하이트 진로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어요.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학점관리도 열심히 해요. 지금은 평균 학점 4.38을 유지하고 있죠.
대신 학교에 있는 동안에는 수선집을 확장할 예정이에요. 학교 주변에 빈 가게를 봐두었고 부동산 계약을 위한 자금도 모아두었죠. 24시간 무주인 수선집이 올해 정식으로 오픈할 예정입니다.
예은님처럼 수선집을 운영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옷을 많이 보는 게 가장 중요해요. 다양한 옷을 뜯어보는 작업도 도움이 되죠. ‘이게 전공병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의상을 보다 보면 옷을 만드는 공장이 다르다는 것까지 알아차려요.
수선은 온전히 수선인의 실력으로 결과가 좌우되기 때문에 자신의 실력을 객관화하는 과정도 중요해요. 과대평가도, 과소평가도 하면 안 되죠.
말로만 듣던 갓생을 사는 것 같아요. 갓생을 꿈꾸는 대학생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을까요?
타고 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욕심이 많아야 하죠. 가장 좋은 방법은 진짜 원하는 것을 찾는 건데 이게 어렵죠 : )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으면 쉴 수가 없어요. 잠도 안 와요.
물론 저도 과제 같은 것은 하기 싫어서 미루기도 해요. 그래도 그 안에서 재미를 찾아보려고 노력하죠. 재미를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다 보면 내 시간을 온전히 투자하고 싶은 걸 발견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대학생인터뷰#무주인 수선집#가천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