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진짜 사랑은 상대의 단점이 보일 때 비로소 시작된다

세종대 인기 강의 '성과 문화' 배정원 교수
누구에게나 사랑은 번개 맞듯이 온다. 
내가 호감을 느낀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되는 확률은 일생에 번개를 7번 맞는 것과 맞먹을 정도로 어려운 확률이라고 하는데, 그런 순간이 ‘쾅’ 찾아온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세상은 상대를 중심으로 열렬히 재구성된다. 그 사람을 볼 때면 자신도 모르게 눈빛에 반짝 섬광이 일고, 온종일 그를 생각하느라 몸이 둥둥 떠 있는 것 같다. 현실감을 잃어버리며 일상이 엉망이 되더라도 황홀하고 행복하다.  

그를 생각하면 공연히 눈물이 날 만큼 마음이 벅차고, 그를 만나면 심장 소리가 그에게도 들릴까 봐 신경이 곤두선다. 내게 빠진 그를 보는 것이 즐겁고, 그의 목소리는 천상의 음악처럼 몸을 떨게 한다. 그렇게 상대에 빠져 있을 때가 ‘열정’의 시기이며 사랑의 초기다.  

심리학자들은 사랑을 일종의 정신병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사실 이런 사랑의 과정에는 우리 몸의 호르몬들이 많은 관여를 한다. 그래서 열정에 빠져 있을 때는 각성과 중독 호르몬인 도파민과 암페타민 같은 호르몬들이 뇌를 흠뻑 적셔서는 상대를 볼 때마다 마약에 취한 것 같은 흥분상태가 된다. 상대 같은 멋진 사람이 어떻게 나 같은 보잘것없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냐며 상대를 말도 안 되게 이상화하는 시기도 이때쯤이다. 그 상태는 봄날의 라일락 향기처럼 관능적이고 황홀하지만, 이런 상태가 길어지면 사람이 버티지 못한다.  

그래서 뇌에서는 흥분 상태를 가라앉히기 위해 진통 호르몬인 ‘엔도르핀’을 분비한다. 그러면서 열정을 가라앉히고, 좀 더 이성적인 상태로 만든다. 또 스킨쉽이 시작되면 옥시토신이라는 애착과 안정감을 주는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둘의 관계는 훨씬 안정 되어간다. 이렇게 엔도르핀과 옥시토신이 분비될 때쯤 사랑에 '이성'이 개입한다. 그러면 상대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눈앞의 안개가 개듯이 안 보이던 그의 모습이 보이는 거다.  
 

‘소탈한 게 아니라 게으른 거네.’ ‘이성적인 게 아니라 냉정한 거로군.’ ‘옷을 잘 입는 게 아니라 이상하게 입는 거였어.’ 등 그의 부족함, 이상한 버릇을 알아채며 싸우는 것이다.

그래서 진짜 사랑은 상대의 단점이 보일 때 비로소 시작된다. 상대의 수많은 단점은 상대가 가진 수많은 장점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물론 서로에게 ‘계속 사랑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사랑은 단순히 좋아하는 감정이 아니다. 사랑은 좋은 감정과 싫은 감정 모두를 겪고, 둘이 손잡고 극복하며, 상대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경험이다.  

매번 열정의 단계에서 짧게 사랑을 끝내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는 자신의 안목을 탓하지만, 문제는 관계 맺기에 너무 성급하거나 인내심이 부족해서다. 누군가와 깊은 관계가 되려면 서로의 경계가 부딪히는 시기를 거쳐야 하는 게 당연하다.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그 거리를 좁히고, 긴장을 해소하는 방법을 배우고서야 우리는 신뢰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뜨겁게 사랑을 하고 나면 사람이 달라진다. 만약 내가 그 사랑으로 인해서 더 성숙하고 좋은 사람이 되었다면 진짜 좋은 사랑을 한 것이다. 그대가 사랑하는 이와 드디어 다툼을 시작했다면 이제 시작이다. 신나게 사랑해 볼 바로 그 시작!    
 

 
Writer. 배정원 교수  
대한민국 청소년부터 대학생, 부모,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가 찾는 인생성교육전문가. 
얼마 전 ‘유퀴즈 온더 블록’의 광클교수로 소개된 바 있으며, 세종대 인기 강의 <성과 문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보건학 박사과정 수료, 인제대학교에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성상담자로 25년 넘게 일했다. 현재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대한성학회 명예회장, 세종대 겸임교수이며, <똑똑하게 사랑하고 행복하게 섹스하라><명화 속 성 심리> <십 대를 위한 자존감 성교육>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16만 구독자의 유튜브 <배정원 TV> 운영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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