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내 인생은 어쩌면 애매한 덕질의 연속이었을까
사랑하는 것들이 많은 만큼 나의 색은 다채로울 것이다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연예계에 관심이 많았지만, 11살에 전학생 친구를 따라 본격적으로 ‘덕질’이라는 것을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내가 특정 이성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서 부모님께 숨겼고, 때로는 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못해 혼자 방에서 눈물을 훔친 적도 있었다. 그러다 일 년 정도가 지나니, 주변 애들 사이에서도 덕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그 분위기와 부모님의 지원이 필요하여 자연스레 내 취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나의 덕질 기간은 항상 길지 않았다. 처음으로 좋아했던 아이돌을 3년간 좋아한 것을 제외하고, 길면 1년, 대부분 몇 개월을 흠뻑 빠졌다가 식어버리는 ‘금사빠’, ‘금사식’이었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관심사가 다양해서 뮤지컬, 야구, 드라마 등 가리지 않고 좋아해, 잡지식만 많은 사람이었다. 어느덧 대학교 고학년이 된 최근에는 나의 이러한 취향이 방향성 없는, 줏대 없는 사람인 것 같아 회의감이 들어왔다. 내가 동경하고 눈길을 주는 사람들은 각자만의 취향과 분위기가 확고해서 좋아하는 건데, 정작 나는 다른 사람들이 보았을 때 어떤 사람일지 정리하기 힘들었다.

누군가 무엇을 좋아한다고 밝히면 나는 “저도 그거 좋아해요!”라고 맞장구쳤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에요.”라고 대답하는 사람이었다. 내 인생은 내 덕질인생과 꽤 닮지 않았는가. 이제는 덕후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넓고 얕은 ‘덕력’으로,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덕질을 따라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친구들이 덕후로 여기는, 항상 무언가에 빠져있는 아이였다. 하지만 작년부터 과거에 취미였던 야구 직관과 공연 관람을 덕후인 친구를 통해서 따라갔다. 한동안 그 분야 ‘머글’이었던 나는 팬들의 지나친 열정이 무모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었으나, 현장을 함께 느끼며 익숙했던 감각을 되찾았다. 그들의 열정은 무모한 것이 아니라 누구도 평가할 수 없는 개인적인 소중한 감정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보답하는선수들의 경기와 아티스트의 무대, 더운 날씨를 더 뜨겁게 데우는 수많은 관객의 발걸음이 만들어낸 현장이었다. 그 현장에선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자신만이 찾을 수 있는 영감과 원동력, 깨달음이 있다.
이십 대 초반과 대학생 때,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라는 조언은 주저 없이 사랑하라는 말이 아니었을까. 대상이 무엇이든 애정을 쏟아 보고, 그것을 통해 내 애정을 확인하는 과정은 인생의 방향을 찾을 수도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의기소침해지지 않기로 결심했다. 나는 이 세상에 사랑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지만, 그것들을 모두 좋아해 줄 것이고, 그만큼 나의 색은 다채로울 것이다. 그리고 나의 다채로움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Writer. 최현수
사랑가득한 삶을 살겠습니다.
#20's voice#대학생에세이#덕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