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입덕부터 탈덕까지, <성덕> 오세연 감독

최애 때문에 상처받은 덕후들을 위한 이야기
오세연 감독은 ‘성덕’이었다. 최애가 그녀를 알고 있었고 팬덤에서는 네임드로 불렸다. 자랑스러운 팬이 되기 위해 학업에도 매진하여 전교 1등까지 했다. 7년에 걸친 덕질 생활은 행복했고 순조로웠다.  

그러던 어느 날 최애 정준영은 성범죄자가 되었고, 더 이상 성덕 타이틀이 자랑스럽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강제 탈덕하게 된 이후 같은 처지인 팬들을 찾아 나섰고, 그 과정을 다큐멘터리 영화 <성덕>으로 만들었다. 요즘은 걸그룹에 입덕했다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18학번 오세연 감독을 만나 덕질과 성덕의 의미를 물었다.


<성덕>은 어떤 영화인가? 
범죄자가 된 최애 때문에 상처받은 덕후들을 위한, 팬이 만든 팬의 이야기이자 나의 성장기다. 정준영 사건 이후 친구들에게 나의 심정을 들려주니 영화로 찍어보길 권했고, 고민 끝에 제작을 시작하여 완성까지 2년 반이 걸렸다.  

최애의 범죄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맥이 풀렸다. 내게는 덕질이 삶의 동기였다. 부끄럽지 않은 팬이 되기 위해 열심히 살며 노력했는데 그 사람은 그러지 않아 원망했다. 불현듯 ‘내가 좋아했던 사람은 누구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을 위해 걸러지고 정제된 모습만 보고 내가 그 사람을 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죄 없는 죄책감’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내 최애가 범죄자가 되었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가져야만 할까? 
사건 이전에 좋아했던 순간까지 후회할 필요는 없다. 그런 모습을 알고 좋아한 게 아니지 않은가? 좋아했던 마음을 깔끔하게 지우는 것도 불가능하니, 사건 이후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의 과거 콘텐츠는 어떻게 소비해야 할까? 
각자 가치관이 다르겠지만, 좋아했던 영화나 음악 등을 다시 소비하고 싶어도 참으면 좋겠다. 그들의 콘텐츠를 소비한다면, 범죄자에게 기부하는 것과 다름없다. 나아가 문제가 있는 사람의 콘텐츠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사회가 제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제작 후 ‘성덕’의 정의가 달라졌는지?
 
제작 전에는 최애가 내 이름을 기억해 주고, 같이 사진 찍고, 사인을 받으면 성덕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계속 행복하게 덕질할 수 있는 사람, ‘나 그 사람 팬이야’라고 부끄럽지 않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성덕이라고 생각한다. 성덕은 나 혼자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오늘도 열렬히 덕질 중인 성덕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지금 마음껏 덕질하길. 나중에 하고 싶어도 못 할 수 있다. (웃음) 굿즈도 고민하지 말고 사라. 그렇다고 앨범 100개씩 구매하지는 말자. 건강한 덕질을 하면 좋겠다.  


Editor 김학성
Photograph 안규림
Designer 몽미꾸
#인터뷰#성덕#오세연감독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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