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으로 채우자

대학생들이 ‘시간의 주인’이 되는 방학이다.
“종강 주세요.” 를 되뇌던 학생들이 기다리던 방학이다. 
새벽 팀플을 겨우 마무리하고 나서 오늘 제출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던 순간 밀려오는 짜증과 피곤함. 종강하면 하고 싶었던 것, 가고 싶었던 곳,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원 없이 잠 좀 자보겠다던 다짐. 모든 것이 한 학기 열심히 살았다는 뿌듯함과 함께 이제 과거의 기억이 되었다. 딱히 열심히 살지 않았더라도, 끝없이 이어지는 과제와 시험으로부터의 해방은 분명 신나고 기쁜 일이다. “방학 때 뭐해?” 학기 말, 지친 얼굴이지만 한 학기의 끝이 드디어 보인다는 희망이 깃든 학생들에게 던지게 되는 질문이다. 자기 계획을 신나서 이야기하는 학생도 있지만, 특별한 계획이 없다며, 이제 찾아봐야 한다며 답을 흐리는 학생도 있다. 특별한 계획이 없으면 교수가 뭐라 할지도 모른다는, “내가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드는 모양이다.  

“꼭 계획이 있어야 하나?” 물론, 경쟁 사회 속에서 팍팍한 삶을 살아야 하는 우리 대학생들에게 방학 때 편안하게 쉬라는 말은 사치스럽다. 돈도 벌어야 하고, 외국어, 현장실습, 공모전 스펙도 쌓아야 한다. 다들 뭔가 특별한 활동을 할 것 같은데 나만 뒤처질 수 없고, 이번 방학에야말로 나를 확실하게 업그레이드할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았잖아?” 종강하면 해보겠다고 다짐했던 것들이 많았을 것이다. 집에서 실컷 자보고 싶었고, 오랫동안 못 만난 친구들도 만나고 싶었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싶었다. 배워보고 싶은 것도 있었고, 여행도 가고 싶었다. 시간이 없어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못 했던 것들은 차고 넘친다.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으로 채우면 된다. 게으름을 피워도 된다. 인생이 꼭 생산적인 시간으로만 빈틈없이 꽉꽉 채워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사람과의 만남으로 채워도 된다. 평생 의지할 친구를 만날 수도 있고,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인연이 경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내 경험으로는, 항상 좋은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 속에서 새로운 일과 기회가 만들어졌었다. 그저 마음 내키는 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해볼 수도 있다.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절대 하기 싫은 일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간 약자’였던 대학생들이 ‘시간의 주인’이 된 방학이다. 시간의 주인으로서 ‘무엇을 이룰 것인가?’ 보다는 ‘내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줄 것인가?’가 중요했으면 좋겠다. 채워 넣을 것은 여유로움일 수도 있고, 즐거움일 수도, 경험일 수도, 만남일 수도 있다. 우리는 무엇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 인생이라는 그릇을 그런 다양한 것으로 채우면서 성장해 가는 것 아닌가?  

 

Writer. 김영재 교수
김영재 교수는 삼성전자, 제일기획, 파라마운트영화사 라이선싱 에이전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동우A&E 부사장을 거치면서 광고 마케팅, 영화, 캐릭터, 애니메이션, 뮤지컬 산업을 경험했다. 지금은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에서 콘텐츠 마케팅과 비즈니스를 가르치고 있다.
#방학#김영재교수#한양대학교교
댓글 0
닉네임
비슷한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