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우리들의 잃어버린 여름방학을 찾아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나를 생각해 보자.
벌써 햇수로 23번째 여름을 맞았다. 내가 어렸을 때 상상하던 대학생의 여름방학은 ‘청춘’ 그 자체였다.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 속 공유 같은 남자와의 뜨거운 로맨스라던가, 혼자 떠나는 세계 일주라던가, 오지 난민을 구호하는 해외 봉사를 꿈꿨다. 그러나, 현실은 말 그대로 냉혹한 ‘현실 그 자체’였다.
스무 살이 되던 해 여름엔, 난생 들어보지도 못한 전염병이 전 세계에 퍼져 있었다. 사람들은 밖으로 나도는 자를 흡사 ‘범죄자’처럼 여겼기에, 집에서 넷플릭스와 맥주를 즐기며 여름을 보냈다. 21살에는 학교 공부가 맞지 않다는 생각에 다시 수능을 봤고, 재수학원의 빵빵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여름 방학을 보냈다. 그렇게 22살이 되니, 사람들은 더 이상 나를 대학교 초년생으로 봐주지 않았다.

남들보다 늦어졌다는 조급함에 계절학기 수업을 듣고 알바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찾아온 스물셋의 여름, 어느덧 졸업과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를 맞았다. 내가 꿈꾸던 여름방학은 대체 누가 훔쳤을까? 훔친 도둑은 없는데 피해자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꼴, 그게 바로 지금의 내 처지다.
어른들은 대학생이 가장 행복한 시절이라고 하던데, 나의 대학 생활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집에 있는 게 익숙해져 만날 친구도 별로 없고, 침대에 누워 유튜브나 보며 깔깔거리는 게 인생 최대의 낙이 되어버렸다. 그마저도 부모님의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과 졸업과 취업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견디면서 말이다. 여느 때처럼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는데 문득, 잃어버린 여름방학을 되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나는 한 달 전 시행된 만 나이 도입으로 2살이나 어려졌다. 분명 23살은 이미 뭘 하기에 늦은 나이 같았는데, 21살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로 느껴졌다. 그렇게 나이를 되찾은 나는, 잃어버린 여름방학을 하나하나 찾아 나갔다. 먼저 미뤄두었던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언젠가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가겠다는 꿈은 이미 흐려진 지 오래였는데, 꺼져버린 줄만 알았던 열정의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해외 봉사 활동에도 지원했다. 다양한 사람도 만나고, 난민 구호 활동도 해보고, ‘방구석 히키코모리’에서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아마, 나같이 코로나를 겪으며, 시험과 취업을 준비하며 인생을 허비해 버렸다고 자책하는 사람이 많을 거로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2살’이나 어려졌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2년 전의 나 자신을 생각해 보며, 우리 모두 잃어버린 여름방학을 되찾아 보자.
Writer. 이다연
펀하고 쿨하고 힙하게 살고 싶습니다.
스무 살이 되던 해 여름엔, 난생 들어보지도 못한 전염병이 전 세계에 퍼져 있었다. 사람들은 밖으로 나도는 자를 흡사 ‘범죄자’처럼 여겼기에, 집에서 넷플릭스와 맥주를 즐기며 여름을 보냈다. 21살에는 학교 공부가 맞지 않다는 생각에 다시 수능을 봤고, 재수학원의 빵빵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여름 방학을 보냈다. 그렇게 22살이 되니, 사람들은 더 이상 나를 대학교 초년생으로 봐주지 않았다.

어른들은 대학생이 가장 행복한 시절이라고 하던데, 나의 대학 생활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집에 있는 게 익숙해져 만날 친구도 별로 없고, 침대에 누워 유튜브나 보며 깔깔거리는 게 인생 최대의 낙이 되어버렸다. 그마저도 부모님의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과 졸업과 취업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견디면서 말이다. 여느 때처럼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는데 문득, 잃어버린 여름방학을 되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나는 한 달 전 시행된 만 나이 도입으로 2살이나 어려졌다. 분명 23살은 이미 뭘 하기에 늦은 나이 같았는데, 21살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로 느껴졌다. 그렇게 나이를 되찾은 나는, 잃어버린 여름방학을 하나하나 찾아 나갔다. 먼저 미뤄두었던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언젠가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가겠다는 꿈은 이미 흐려진 지 오래였는데, 꺼져버린 줄만 알았던 열정의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해외 봉사 활동에도 지원했다. 다양한 사람도 만나고, 난민 구호 활동도 해보고, ‘방구석 히키코모리’에서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아마, 나같이 코로나를 겪으며, 시험과 취업을 준비하며 인생을 허비해 버렸다고 자책하는 사람이 많을 거로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2살’이나 어려졌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2년 전의 나 자신을 생각해 보며, 우리 모두 잃어버린 여름방학을 되찾아 보자.
Writer. 이다연
펀하고 쿨하고 힙하게 살고 싶습니다.
#20's voice#대학생에세이#여름방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