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일과 사랑은 양립할 수 없나요?
'라라랜드'와 '귀를 기울이면'으로 말하는 일과 사랑
일과 사랑은 두 마리 토끼 같아서, 한 마리를 잡으면 다른 한 마리를 포기해야 할 것만 같다. 영화 <라라랜드>와 <귀를 기울이면>으로 말하는, 일과 사랑의 양립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과 사랑은 두 마리 토끼처럼 여겨진다. 한 마리를 잡으면, 다른 한 마리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화 <라라랜드>가 일과 사랑을 바라보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현실의 자원(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우리는 이 자원을 일과 사랑에 어떻게 분배할지 결정해야 한다.

세바스찬은 미아와의 관계를 위해 ‘꿈’이 아닌, ‘현실적인 일’을 택한다. 원했던 꿈은 아니지만, 사랑을 지키기 위한 타협안이다. 꿈을 좇는 세바스찬의 모습에 끌렸던 미아는, 그런 그의 결정에 실망한다. “사람들이 열정 있는 사람에게 끌리는 건, 바로 그들이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걸 그에게서 발견하기 때문이야.” 꿈과 일, 그리고 사랑은 뒤엉켜 현실마저 꼬아놓는다. 이제 그들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미아와 세바스찬은 결국 꿈을 이루는 데 성공했지만, 사랑에는 실패한 청춘들이다. 최후에는 ‘우리가 이랬다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을 짧은 환상으로 구현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눈을 맞추며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어쩔 수 없었잖아. 너도, 나도 꿈을 이뤘으니 그걸로 된 거야. 라고.

스튜디오 지브리의 1995년 작 <귀를 기울이면>은 조금 더 투명하다. 주인공 시즈쿠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마다 대출 카드에서 항상 같은 이름을 발견한다. “아마사와 세이지… 어떤 사람일까. 분명히 멋진 사람일 거야”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사랑에 빠진 그녀는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재수탱이 남자애’와 인연을 맺는다. (시즈쿠의 예상과 달리) 우리 예상대로 그는 아마사와 세이지였고, 시즈쿠는 그의 정체에 실망하면서도 점차 마음을 열어간다.
세이지는 ‘바이올린 명장’을 꿈꾸는 소년이다. 그는 부모의 간섭을 벗어나 이탈리아 크레모나로 유학을 떠날 계획이다. 세이지는 시즈쿠의 ‘재능’을 알아본다. “참, 너 말이야. 시에 재능 있더라” 시즈쿠는 그런 세이지를 동경한다. “세이지는 대단해. 난 아직 진로에 대해 가늠도 못 하고 있는데, 매일매일 그저 지나갈 뿐인걸” 누군가가 너무도 뛰어난 존재일 때 느끼는 호감과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두 상반된 감정을, 영화는 사춘기 소녀의 목소리로 섬세하게 그려낸다. 동경은 이내 조급함이 되고, 시즈쿠는 세이지가 발견해 준 자신의 재능에 전념하려 한다.

한편, 세이지의 또 다른 목표는 시즈쿠다. 그는 사랑의 양립 가능성에 조금의 의심도 없다. “나랑 결혼해 줘. 나는 꼭 훌륭한 바이올린 제작자가 될 테니까” 마치, 현실의 벽 따위 모르겠다는 “알빠임?” 식 마무리다. 둘은 어쩌면 세바스찬과 미아 같은 결말을 맞을지도. 물론 아직 중학생인 두 주인공에게 <라라랜드> 식 결말은 다소 잔혹하다. 그래서 열린 결말이다. “둘은 아마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을 겁니다”
2022년에 리메이크판 실사 영화가 개봉했다. ‘두 주인공이 성인이 된 이후, 현실에 지친 서로를 마주하는 이야기’를 다뤘지만, 원작만큼 화제가 되진 못했다. “특별했던 것들을 밋밋하게 덧칠하기”라는 평론가 송경원의 혹평처럼, 이야기에 떨어뜨린 현실 한 방울은 불필요한 것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건 현실적인 일과 사랑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아니, 어쩌면 일과 사랑은 양립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현실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언제부터 일을 위해서 사랑을 포기했던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습은, 일을 위해서 사랑을 포기하는 세바스찬보다, 일과 사랑을 두 손에 꼭 쥐고 살아가려는 세이지의 모습을 더 닮았을 테다.
Editor 조웅재




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미아와 세바스찬은 결국 꿈을 이루는 데 성공했지만, 사랑에는 실패한 청춘들이다. 최후에는 ‘우리가 이랬다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을 짧은 환상으로 구현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눈을 맞추며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어쩔 수 없었잖아. 너도, 나도 꿈을 이뤘으니 그걸로 된 거야. 라고.


세이지는 ‘바이올린 명장’을 꿈꾸는 소년이다. 그는 부모의 간섭을 벗어나 이탈리아 크레모나로 유학을 떠날 계획이다. 세이지는 시즈쿠의 ‘재능’을 알아본다. “참, 너 말이야. 시에 재능 있더라” 시즈쿠는 그런 세이지를 동경한다. “세이지는 대단해. 난 아직 진로에 대해 가늠도 못 하고 있는데, 매일매일 그저 지나갈 뿐인걸” 누군가가 너무도 뛰어난 존재일 때 느끼는 호감과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두 상반된 감정을, 영화는 사춘기 소녀의 목소리로 섬세하게 그려낸다. 동경은 이내 조급함이 되고, 시즈쿠는 세이지가 발견해 준 자신의 재능에 전념하려 한다.


2022년에 리메이크판 실사 영화가 개봉했다. ‘두 주인공이 성인이 된 이후, 현실에 지친 서로를 마주하는 이야기’를 다뤘지만, 원작만큼 화제가 되진 못했다. “특별했던 것들을 밋밋하게 덧칠하기”라는 평론가 송경원의 혹평처럼, 이야기에 떨어뜨린 현실 한 방울은 불필요한 것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건 현실적인 일과 사랑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아니, 어쩌면 일과 사랑은 양립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현실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언제부터 일을 위해서 사랑을 포기했던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습은, 일을 위해서 사랑을 포기하는 세바스찬보다, 일과 사랑을 두 손에 꼭 쥐고 살아가려는 세이지의 모습을 더 닮았을 테다.
Editor 조웅재
#일과 사랑#귀를기울이면#라라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