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오펜하이머는 조장 자질이 있을까?

그의 MBTI는 INFP?

관람이 끝나면 유독 수다를 떨고 싶은 영화들이 있다. 최근 개봉한 <오펜하이머가>가 그렇다. 대학내일 편집부도 나와 생각이 같았나 보다. 네 명의 에디터가 각자 <오펜하이머>를 보고 온 다음 날이면 감상을 (일방적으로)말하느라 채팅창이 분주했다. 그래서 에디터들의 소감을 빙자한 수다를 콘텐츠로 만들었다.  
  
Q <오펜하이머> 소감과 별점은?
조웅재(이하 조): 4.5점. 아이맥스로 한 번, 일반으로 한 번 봤는데 연기, 연출, 음악까지 모든 게 조화로운 영화였어요.  

고덕환(이하 고): 4.5점. 5점 주고 싶은데 그러면 너무 완벽한 영화가 되는 것 같아서 깎았어요. <덩케르크>처럼 과거, 대과거, 현재 이렇게 나눠서 표현한 연출이 몰입되며 좋았어요.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가 동시대 사람인 것도 놀라웠어요.  

백송은(이하 백): 4점.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았어요. 핵폭탄 실험에 대한 기대를 높여 놓은 것에 비해 폭발 장면이 실망스러워서 1점 깎았어요. 폭발 장면도 CG가 아니라 굳이 재현하려고 한 부분이 환경오염을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쉬웠고요. 실제로 논란이 된 거로 알고 있고요.  

조: 놀란이 논란이 많군요. 원고 써주세요 ‘환경 파괴에 일조한 놀란, 이대로 괜찮은가?’ by 백송은  

김학성(이하 김): 와우… 저는 4점이요. 오펜하이머라는 사람을 몰랐어요. 모르는 사람의 전기 영화 3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어요.


Q 인상 깊었던 장면은?
고: 핵폭탄 실험이 끝난 후 강당에서 연설하는 장면이요. 연설 도중 환각에 빠져 사람들이 피폭되어 괴로워하는 모습을 핸드헬드 촬영 기법으로 보여주고, 밝은 빛을 이용해서 터지는 순간을 표현해요. 내가 만든 핵폭탄이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기억에 남아요.  

백: 초반 오펜하이머가 타지에서 우울해할 때의 감정을 우주 공간에 비유해서 표현하는 게 시각적으로 인상 깊었어요. 아이맥스 덕분인가? 또 하나는, 계속된 청문회로 지쳐갈 때 아내가 “용서받을 거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계속 벌을 받는 거야?”라는 식으로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핵폭탄을 만든 죄책감 때문에 저항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오펜하이머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어요.  

김: 저도 청문회 장면인데, 불륜 이야기가 나올 때 오펜하이머가 나체로 앉아있는 장면이 나와요. 당시 오펜하이머 사생활까지 탈탈 털어내서 사람을 치욕스럽고 비참하게 만들었다는 걸 강렬하게 표현한 거 같아요.  

조: 트리니티 실험을 빼놓을 순 없죠. 실험 직전까지 이어지는 긴장감과 카운트 다운 후 버튼을 누르기까지의 긴장감 있는 연출이 폭발의 규모와 상관없이 인상적이었어요.


Q 오펜하이머의 MBTI는?
조: 생각이 많은 걸 보니 INTJ 같아요. 아, 그런데 텔러가 나가려고 할 때 붙잡고 공감해 주는 걸 보면 F같기도 하고요? 꾸역꾸역 모임마다 얼굴은 비추지만 왠지 지쳐 보이는 게 E인 척 하는 I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고: INTP. I는 확실해요. 학창 시절 보면 소극적이고 공상에 빠져있거든요. J인 척하는 P였을 거 같아요. 연구를 계획적으로 하기보다는 더 흥미로운 곳에 몰두하는 성향이 영화에서 보였어요.  

백: INFP요. 본능이 말해요, 제 스타일이거든요. 실험 물리학보다 이론 물리학에 관심 있는 점도 S보다는 N에 가까워 보여요. INTP였다면 과거에 내린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요. INFP라 계속 자책하고 후회한 게 아닐까.
   

Q 오펜하이머는 인싸? 아싸?
김: 적당한 사회성을 갖춘 아싸지 않을까요? 대신 한 분야에서 뛰어났기 때문에 인싸 레이더에 계속 걸려서 의도치 않은 명성을 쌓은 거죠. 그러다 핵인싸 그로브스 장군에게 픽 당해서 한 자리까지 맡게 된 아싸.  

고: 저는 인싸 같아요. 캠프에 과학자를 모아서 일을 시키거나 장군을 설득하는 과정,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큰 트러블 없이 성공한 것을 보면 인싸의 자질이 충분했다고 봐요.  

백: 저도 인싸에 한 표요. 제가 생각하는 인싸는 어느 무리에서도 튀지 않으며 자연스러운 사람인데, 제 주변 INFP가 그렇고 오펜하이머도 그래요. 어떤 사람을 만나도, 자기 관심사가 아니더라도 대화를 잘했을 것 같아요.  

조: 저도 인싸 같은데 타의적인 인싸 같아요. 어떤 모임에 누가 오라고 하면 오고, 참여도 잘하는 것 같아요. 연애도 잘하죠. 1:1에 강한 면모를 보아 <나는 솔로> 16기 상철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요?    


Q 오펜하이머가 조별 과제 조장이라면, 텔러를 편애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지?
백: 결과론적으로 핵폭탄 개발 미션을 완료했기 때문에 다른 과학자랑 분위기가 더 안 좋아지기 전에 분리한 게 좋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해요. 조장으로서 모난 돌을 잘 깎아내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을까요?  

고: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텔러가 그냥 나갔으면 기밀이 유출될 수도 있었어요. 편애가 아니라 조율이라고 생각해요.  

조: INFP 리더의 특징 같아요. 사람을 쉽게 못 내치고 형평성보다는 우쭈쭈 해주면서 서운함을 챙겨주는 거죠. 좋은 조장인지는 모르겠네요. 다만 영화만 봤을 때는 다른 과학자들에게 사기나 의욕에 영향을 주지 않아서 편애까지는 아닌 거 같아요.  

김: 저만 다르네요. 제가 과학자면 텔러가 같은 돈을 받으며 다른 프로젝트를 하는 모습이 성가셨을 거 같아요. 위급한 상황이니만큼 본인 생각이 다르더라도 함께 해야 하지 않았나 싶죠. 다른 과학자들도 본인들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었을 텐데 핵폭탄 실험에 모든 힘을 쏟았으니까요.
    
Q 대학이라면, 사상과 연애 문제가 복잡한 사람과 다음 조별 과제를 할 수 있는가? (ex. 종북주의자, cc바람둥이 등)
조: 전제가 확실해져야 할 것 같아요. 정말 종북주의자, 사회주의자 인지 아니면 그런 의심을 받는 사람인지. 오펜하이머가 바람둥이는 맞죠. 하지만 다른 윤리적인 부분에서 그저 ‘의심되는’ 수준이라면 그냥 같이 할 것 같아요.  

고: 팀플을 자주 하면 다양한 사람의 평판을 듣게 되는데요, 능력이 좋더라도 한 사람으로 인해 팀 전체 분위기가 흐려질 수 있으니 평판이 좋지 못한 사람들은 경계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일단 다른 사람을 먼저 찾아볼 거 같아요.  

백: 대학교 조별 과제라면 저는 무조건 안 해요. 굳이 그런 사람과 섞여서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싶지 않아요. 추후 취업에 영향을 주더라도 저는 차라리 2등을 하겠어요.  

김: 저도 안 해요. 문제가 있는 사람은 괜히 다른 곳에서 나에 대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다닐 것 같아요.  

Q 도덕적이지만 C+ 받는 조장 vs. 비도덕적이지만 A+ 보장된 조장
조: A+를 받는 과정이 비도덕적인 게 아니라면, 개인의 도덕성과 성적을 연관 지을 필요가 있을까요? 성공한 CEO 중 20%가 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얘기가 있듯이요.  

백: 아… 앞에 답과 다르게 보장된 조장과 조별 과제하고 A+ 받고 싶어요. 싸가지 없는 데 일은 잘하는 직원과 착한데 일 못 하는 직원 느낌이네요.
   

Q 오펜하이머는 다루기 좋아서 책임자가 됐을까?
김: 그로브스 장군은 프로젝트를 이끌어야 하니까, 자기가 다룰 수 있는 사람을 책임자로 고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고집이 세거나 이상이 크면 자기 말을 안 들을 테니까요. 핵폭탄을 개발할 때는 둘이 동등한 책임자로 보이지만, 개발이 끝나자 오펜하이머는 장군의 소식을 기다리는 한 명의 과학자가 되죠. 고집 센 사람이었다면 바로 워싱턴으로 가지 않았을까요?  

조: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는 성격보다는 오펜하이머의 명성과 물리학계에서 미치는 영향을 듣고 제안했을 거 같아요. 그래서 이용당하거나 다루기 좋아서 뽑혔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고: 말을 잘 들어도 일머리가 없으면 성공하지 못하는 프로젝트였어요. 오펜하이머가 장군 입장에서 다루기 좋았던 것은 맞지만 책임자가 된 것은 그의 명성 덕분이었다고 생각해요.


Q 오펜하이머가 책임자가 아니었다면 프로젝트 결과는 달라졌을까?
백: 영화만 보면 완전히 달라졌을 거 같아요. 연구의 중요한 장소인 로스 앨러모스도 오펜하이머가 추천했으니까요. 만약 텔러가 책임자가 됐다면 수소 폭탄 프로젝트로 바뀌지 않았을까요?  

고:
연구소의 위치나 과정은 달라졌겠지만, 결과는 같았을 거로 생각해요. 당대의 과학자들이 모두 모여 이룬 성과니 누구라도 리더가 돼서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었을 것 같네요.  

백: 핵폭탄을 만드는 결과로만 보면 동의해요. 그런데 시간이라는 측면으로 보면 오펜하이머라서 가능했던 거 같아요. 연구소 지역 선택과 과학자들을 모으는 일종의 뼈대 작업을 오펜하이머가 잘했기 때문에 원하던 시간 내 실험에 성공한 거죠.
   

Q 오펜하이머는 조장의 자질이 있을까?
백: 너무 있어요. 외모도 제 스타일이라 조장이랑 CC하고 싶을 것 같아요. 제가 텔러처럼 날뛰면 “일주일에 한 번씩 나도 날뛰어 줄게”라고 해줄 것 같아요.   조: 물렁물렁한 리더라는 생각은 들지만 어쨌든 프로젝트를 끝까지 완수했고 자기중심이 잡힌 리더라고 생각해서 자질이 있는 거 같아요. 바람둥이라는 것도 나한테 영향을 끼칠 문제는 아니니까요.  

고: 오펜하이머가 공산주의자라고 의심받고 바람을 피웠지만 프로젝트에 피해를 끼친 것은 없어요. 팀원과 마찰과 불화도 크게 없었고요. 당연히 조장의 자질이 있지 않을까요?  

김: 여러 조장 후보가 있다면, 오펜하이머는 첫인상이 매력적인 사람일 것 같지는 않아요. 덕환님 말처럼 사생활이 일에 영향을 주지 않았으니 저도 조장의 자질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Editor 김학성
#오펜하이머#조장#조별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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