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혼밥, 어디까지 해 봤니? 레벨 별 혼밥 체험기
극한의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는 식당까지
그동안 친구가 많은 건 아니었지만 웬만해선 혼밥은 안 했다. 식당에서 “혼자 왔어요”라고 말하는 것도 부끄러웠다. 주위에서 자꾸 나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도 싫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신경 쓰지 않고, 음식을 먹는 고고한 행위. 이 행위야말로 현대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치유”.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가 말하는 혼밥의 정의다.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가 드라마에서 혼자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다 문득 궁금해졌다. ‘나도 혼밥하면 주인공의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그렇게 고독한 미식가로 빙의한 에디터 고덕환 미식가가 퇴근 후 3일간 3번의 저녁을 혼자 먹어보았다. 혼자 여유를 느끼며 먹기에 좋은 식당부터 극한의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는 식당까지.
나처럼 아직 혼밥이 두려운 사람들에게 소소한 가이드가 되길 바라며.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신경 쓰지 않고, 음식을 먹는 고고한 행위. 이 행위야말로 현대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치유”.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가 말하는 혼밥의 정의다.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가 드라마에서 혼자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다 문득 궁금해졌다. ‘나도 혼밥하면 주인공의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그렇게 고독한 미식가로 빙의한 에디터 고덕환 미식가가 퇴근 후 3일간 3번의 저녁을 혼자 먹어보았다. 혼자 여유를 느끼며 먹기에 좋은 식당부터 극한의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는 식당까지.
나처럼 아직 혼밥이 두려운 사람들에게 소소한 가이드가 되길 바라며.
1. 라멘 전문점 | 혼밥 난이도 (하)

처음은 몸풀기 차원에서 혼밥으로 유명한 식당을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자리를 안내하는 직원 대신 일본에서 볼법한 낯선 키오스크가 놓여 있었다. 메뉴를 고르고 결제한 뒤 식권을 챙겨 앉을 곳을 탐색했다. 반겨주는 이가 없으니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한창 저녁 시간인 오후 7시였는데도 주변에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독서실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와 오로지 혼밥을 위해 꾸며진 공간 덕분에 편안함을 느꼈다. 적당히 어두운 분위기에 감성 있는 낙서를 보며 음식을 기다렸다. 주변 의식 따윈 하지 않고 편하게 기다림을 즐겼다.


식권을 책상에 올려놓으면 직원이 음식을 가져다준다. 사방이 막혀있는 공간 속에서 음식을 먹으니, 미각에 온전히 집중하며 먹을 수 있었다. 홀로 라멘 맛을 음미하다 보니 어느새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말았다. 맛있는 라멘 덕분에 기분도 적당히 좋다. 이 정도면 혼밥 나쁘지 않은데?
2. 양식집 | 혼밥 난이도 (중)
성공적인 첫 번째 혼밥을 마치고 의기양양해졌다. 자신감 충만한 상태에서 분위기 좋은 양식집을 찾았다. 하지만 가게 문을 여는 즉시 후회했다.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내부는 기념일 식사나 상견례를 해야 할 것 만 같은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들어왔으니 눈을 질끈 감고 자리에 앉았다.
“일행분 있으신가요?” 직원의 말에 “아뇨, 저 혼자에요”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 뒤 주위를 둘러보니 가게엔 나 빼고 모두 커플이었다. 사람이 없길 바랐건만.. 묘한 긴장감 속에 멀찌감치 자리에 앉았다. 눈치는 보이지만 이왕 분위기 좋은 곳 온 김에 배부르게 먹고 가자는 마음으로 세트 메뉴를 시켰다.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이 제일 힘들었다. 탁 트인 공간에서 혼자 덩그러니 앉아있는 모습이 어색하기도 했고 외로웠다. 하지만 정말 맛있어 보이는 해물 파스타와 스테이크 리소토가 나오자마자 다른 건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같이 먹는 상대방이 없으니 오로지 음식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맛있을 때만 나오는 진실의 미간이 오랜만에 보여 기분 좋게 세트 메뉴를 다 비우고 식당을 나섰다. 다음에 또 와야지.



3. 곱창집 | 혼밥 난이도 (상)
이제 어디서든 혼밥을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붙었다. 세 번째 혼밥은 회사 근처 맛집이라 알려진 곱창집으로 결정했다. 아니나 다를까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가득 있었고 직원은 가게 구석 좁은 자리로 안내했다. 앉자마자 보이는 식사 시간 제한 문구. 나도 모르게 눈치가 보여 모듬 곱창 2인분을 시켰다.

앉자마자 반찬과 곱창이 나왔고 직원이 와서 곱창 굽기를 도와줬다. 곱창을 굽는 동안 직원은 맛있게 쌈을 싸 먹는 방법을 추천해 줬지만, 어서 먹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시끄럽고 좁은 공간에서 혼자 먹는다는 생각에 부끄러워 곱창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그동안의 혼밥과는 차원이 다른 분위기에 압도당해 순식간에 음식을 비웠다. 직화로 구워진 곱창 맛이 좋았지만, 다음엔 꼭 누군가와 함께 먹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혼밥이 두려웠던 건 남들의 시선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을 이상하게 쳐다보지도, 수군거리지도 않았다. 먹는 동안 오히려 내가 더 그들을 신경 썼을지도 모른다.
주위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음식에 집중하게 된다. 재료 하나하나를 유심히 보고, 한 입 먹을 때마다 맛을 더 음미할 수 있으니 잃어버린 식욕을 되찾을 수도 있다.
아직 혼밥이 낯설거나 두렵다면 혼밥에 도전해 봐도 좋겠다.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가 말하듯, 혼밥하는 고고한 행위가 지친 우리에게 최고의 힐링이 되어 줄지도 모르니까.
주위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음식에 집중하게 된다. 재료 하나하나를 유심히 보고, 한 입 먹을 때마다 맛을 더 음미할 수 있으니 잃어버린 식욕을 되찾을 수도 있다.
아직 혼밥이 낯설거나 두렵다면 혼밥에 도전해 봐도 좋겠다.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가 말하듯, 혼밥하는 고고한 행위가 지친 우리에게 최고의 힐링이 되어 줄지도 모르니까.
#혼밥#고독한미식가#곱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