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자취하는 대학생, 유튜버 이욜

어떤 궂은일을 겪어도 자취방에 오면 다 회복이 돼요
'자취 브이로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채광 좋은 집에서 커튼을 치고 요거트 볼에 담은 그릭요거트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삶. 현실은 냉동 볶음밥을 후라이팬에 볶아 플레이팅도 없이 그대로 먹기 일쑤다. 그들의 브이로그를 보며 로망만 쌓여 간다.

36만 유튜버 '이욜'도 처음엔 우리 같았다. 인스턴트 음식만 먹다가 이제는 베이킹까지 섭렵한 그녀를 만나, 자취 로망을 실현하며 사는 삶에 관해 물었다.   


자취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왕복 3시간이 걸리는 대학에 다녔다. 아침마다 지하철을 타니까 진저리가 나더라. 반수를 해서 원하는 대학에 붙으면 무조건 자취를 시켜달라고 부모님께 제안을 했다. 다행히 고려대학교에 합격하여 스물 한살부터 자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왜 기숙사가 아닌 자취를 선택했는가? 
혼자 보내는 휴식 시간이 매우 중요한 타입이다. 남과 함께 산다는 상상만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웃음). 고려대의 기숙사 경쟁률이 높기도 했다.  

자취 브이로그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직접 만든 여행 영상을 친구에게 공유할 만큼 영상 편집하는 걸 좋아했다. 당시 유명했던 유튜버인 ‘온도’님의 브이로그를 재밌게 봐서, 그를 따라 브이로그를 찍고 싶었다. 마침 자취도 시작했으니 좋은 소재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영상 편집에 많은 시간이 들 것 같은데, 귀찮지는 않은가?귀찮음을 이기는 즐거움이 있다. 36만 구독자들이다.
평범한 대학생일 뿐인데, 내 일상을 궁금해해 주시는 게 항상 감사하다. 스스로 보지 못한 내 장점을 댓글로 알려주시기도 한다 (웃음). 인생 다큐멘터리 같다고 할까? 나의 성장 스토리를 구독자들과 함께 복기하는 재미가 있다. ‘21살에 저런 생각을 했다고?’라며 놀라기도 한다.  

‘브이로그’라는 평범한 소재로 36만 구독자를 보유한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60%는 운이다. 알고리즘을 잘 탔다(웃음). 또 다른 이유를 찾자면, 직접 다는 영어 자막이지 않을까? 한국어로는 진짜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면서, 영어로는 차분하게 설명하는 자막이 재밌다고 하더라.  

어쩌다가 영어 자막을 넣게 되었나?
알고리즘을 타기 직전, 외국인 구독자의 부탁 때문이었다. 어머니께서 영어 선생님이셔서 어린 시절부터 영어를 조금 하는 편이었다. 작고 소중한 구독자의 부탁이라서 ‘한번 해볼까’ 하고 시작했는데, 이제는 채널의 독보적인 특징이 되었다(웃음).
 

자취생에게는 로망에 가까운 베이킹까지 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작년에 교환학생으로 독일에 갔는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중고 플랫폼을 통해 오븐을 사서 베이킹을 시작했다. 한창 진로를 고민하던 중이라 자존감이 떨어져 있었는데, 2~3시간만 투자해도 결과물이 바로 보여서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매력에 빠져 한국에 와서도 계속하고 있다.  

초창기 브이로그에서 계란후라이도 잘 못하던 이욜을 생각하면 가슴이 웅장해진다. 
실제로 과거 이욜은 어디 갔냐는 댓글이 많이 달린다(웃음). 로망을 실현하며 사는 것 같다고 했는데,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그때 영상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냉동 볶음만만 먹더라. 구독자들이 댓글로 제발 인스턴트 좀 그만 먹으라고 했을 정도다. 피드백을 참고하여 브이로그 유튜버가 할 것 같은 행동을 하나둘 실천하다 보니 어느새 그런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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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로그를 찍으며 일상에도 변화가 생겼나?어떤 고난도 유튜브 각이 뽑혔다는 생각으로 극복한다.
접시가 깨져도 일단 카메라부터 들고 있더라. 교환학생 시절에도 말이 안 통해서 막막함에 눈물이 터졌는데 그 순간에도 영상을 찍고 있었다(웃음). 지나고 나면 모든 게 콘텐츠가 된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유튜브가 낳은 괴물이 되었다(웃음). 구독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내 감정에 열심히 이입해 준다. 접시가 깨졌을 때도 이전에 올린 영상을 기억해서 “아끼는 그릇이었잖아요.”라고 댓글을 달아주더라. 구독자들이 이제는 내 성장을 함께하는 국민 프로듀서 같은 존재가 됐다.  

마지막으로 이욜에게 ‘자취’란? 
결과적으로 ‘36만 유튜버’라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뜻깊은 행위다. 드라마 <작은아씨들>에 나온 “좋은 집에 살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져. 웬만한 일은 집에 오면 다 극복이 되니까.”라는 대사를 좋아한다. 밖에서 어떤 궂은일을 겪어도 자취방에 오면 다 회복이 되기 때문이다.  


Assistant 고덕환
#자취#유튜버#이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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