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에디터가 선택한 매력 넘치는 스포츠 캐릭터

당신이 사랑한 스포츠 콘텐츠 속 캐릭터는 누군가요?
운동하는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특히 스포츠 선수가 온갖 역경을 겪은 후 재기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도파민이 샘솟는다. 보통 운동 캐릭터는 성격도 화끈해서 평생 감정을 감내하며 사는 INFP 에디터에게 대리만족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다양한 색을 가진 대학내일 에디터들은 어떤 콘텐츠의 캐릭터에게 매력을 느꼈을까? ‘스포츠 콘텐츠 속 사랑한 캐릭터는 누군가요?’에 대한 수다를 전한다.



<슬램덩크> ‘정대만’

 
조웅재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만 봤다면 정대만에 대해 잘 모를 수 있어요. 원작 만화에서 정대만은 중학생 시절 농구부 에이스였지만, 부상으로 인해 농구를 그만두고 불량 청소년이 되죠. 그러다 고등학교에 와서 농구부와 싸움을 한 후 사실 농구를 하고 싶었다는 속마음을 내비치며 농구부에 합류하게 되는 캐릭터에요.  

<슬램덩크>는 주인공 강백호의 성장이 주된 이야기라 주변 인물의 서사가 별로 없어요. 그런데 유독 정대만에게는 극적인 서사를 부여했죠. 명대사도 많아요. ‘농구가 하고 싶어요’,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등 남자다우면서 젠틀한 이 캐릭터는 아마 원작 내에서 최고의 캐릭터성을 가지지 않았나 해요.  

원작자는 처음에 정대만을 일회성 양아치 캐릭터로 사용하려 했대요. 그런데 캐릭터에 정이 들어서 결국 북산 멤버로 투입시키기까지 한 거죠. 원작자도 그리면서 매력에 빠질 정도면 말 다 한 거 아닐까요? 양아치 엑스트라에서 정규 멤버로 승격, 끝내는 북산 스타팅 멤버까지. 이 성장(?) 서사도 기가 막히잖아요. 강백호에게 은근히 멘토 역할까지 해주는 모습을 보며 현실의 나에게 정대만 같은 선배가 있다면 열심히 따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에서는 100% 느끼기 힘든 정대만의 매력을, 원작을 통해 모두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나희도’


백송은
엔딩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펜싱하는 나희도라는 캐릭터는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제가 닮고 싶은 성격이죠. 나희도는 자기 꿈에 확신이 있고 항상 최선을 다해요. 팬이자 라이벌인 고유림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분석을 많이 해서 결국 승리를 얻어내죠.  

이런 태도는 사랑 앞에서도 똑같아요. 좋아하는 남자에게 고백할 때도 흔들림이 없고, 자신의 생각을 꼬아서 말하지 않고 모두 표현해요. ‘나라도 반하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죠. 나희도가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이 되고 국가대표까지 올라가는 순간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희도처럼 후회 없이 앞만 보고 나아가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겨요. 그게 이 캐릭터의 매력이죠.  

학창 시절에 나희도 같은 사람이 있었다면 좋은 친구가 됐을 것 같아요. 나중에 국가대표가 되었다고 어려워하기보다는, 그 친구가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살고 있어도 항상 동네 친구처럼 재밌게 놀 수 있는 그런 사이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서 나희도라는 캐릭터가 계속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만약 드라마를 본다면 10화까지만 보는 것도 추천해요.



<리얼스틸> ‘찰리 켄튼’


고덕환 
찰리 켄튼은 만년 2~3 등만 하던 실패한 복서예요. 영화에는 로봇 복싱이라는 스포츠가 있는데, 사람이 로봇을 조정하는 복싱이죠. 찰리는 로봇 복싱 세계에서 재기를 노리지만 여기서도 항상 져요. 심지어 로봇을 사겠다고 아들 맥스의 양육권을 포기하는 대신 맥스의 이모에게 큰돈을 받으니 노답캐죠.  

이런 찰리가 우연한 기회로 아들과 로봇 복싱을 하며 부성애가 생기고, 인생까지 변하는 성장스토리가 마음에 들었어요. 스포츠 영화의 매력은 실력이 부족했던 캐릭터가 역경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재미인 것 같아요. 그걸 찰리가 잘 보여주죠.  

찰리의 매력이 극대화되는 장면은 후반부에 나와요. 로봇 복싱은 음성 혹은 컨트롤러로 로봇을 조종하는데, 음성 장치가 고장 나며 본인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모션캡쳐 방식으로 로봇을 조종해요. 이때 무대 밑에서 찰리가 섀도복싱을 하는 장면과 이를 그대로 따라 하는 무대 위 로봇 모습이 나오는데, 결국 복서로서 성공한 찰리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서 통쾌함이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클리셰 범벅인 영화일 수도 있지만, 로봇 복싱이라는 소재도 재미있고, 킬링타임용 영화를 찾는다면 <리얼스틸> 속 찰리를 만나보는 것을 추천해요.



<더 레슬러> ‘랜디 더 램 로빈슨’

 
김학성
스타 레슬러였던 랜디는 과거의 영광을 좇는 모든 것이 망가진 사람이에요. 가족 관계, 신체, 정신이 모두 무너졌죠. 컨테이너에서 살며 월세 낼 돈도 없어 차에서 잠들지만, 그는 불법으로 약을 구매하여 몸을 키우고, 태닝을 하고, 헬스클럽에 다닙니다. 그에게 삶의 목적은 레슬링 무대에 오르는 것이기 때문이죠.  

저는 이 캐릭터에게 연민을 느꼈어요. 주중에는 마트에서 짐을 나르고 주말에는 마을회관에서 레슬링하는 랜디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측은한 마음마저 들죠. 무대에서의 5분 남짓한 시간 이외에 이 남자는 볼품없어요. 아마 제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었다면 피했을 거예요. 자존심 강하고, 술과 여자를 좋아하며 과거의 영광 속에 빠져 현재를 살고 있죠. 피곤할 거 같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랜디의 삶을 욕하면서도 응원하게 됩니다. 강해 보이던 그도 결국에는 나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일까요? 건강 문제로 더 이상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되자 그의 삶에 큰 공허함이 생겨요. 그제야 현실을 깨닫고 인생을 수습하려 하지만 그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죠. 결국 랜디는 다시 링에 오릅니다. 본인의 이름을 불러주는 곳으로, 나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곳으로, 그곳이 삶의 마지막 순간이 될 수 있음에도요.  

영화가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라 호불호가 있을 것 같지만 취향에 맞으면 두고두고 생각날 캐릭터라 몇 년에 한 번씩 관람하고 싶어질 거예요.  
#영화 추천#정대만#나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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