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틱톡에서 영화를 찍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형식의 한계를 깨뜨린 틱톡의 1분기 숏폼 트렌드
2024년에도 틱톡은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숏폼 플랫폼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영상 분야에서 숏폼의 비중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면서, 롱폼 영상이 활발하던 과거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현상들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올해 1분기는 숏폼 영상의 활용도가 크게 확장된 시기로, 플랫폼을 막론하고 참신한 기획과 형식으로 무장한 숏폼 영상이 꾸준히 제작되었습니다.

조금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올 1분기 틱톡에는 다양한 형태의 영상이 등장했습니다. 꾸준히 사랑받았던 ‘챌린지’ 형태의 숏폼 뿐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담은 유용한 콘텐츠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캠페인, 그리고 영화를 방불케 하는 고퀄리티의 숏필름 등이 주목받았습니다. 틱톡 플랫폼이 활용되는 범위도 넓어졌습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아일랜드의 사이먼 해리스 부총리처럼, 틱톡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국민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정치인들도 생겼을 정도입니다. 이제 틱톡은 크리에이터가 단순히 콘텐츠를 제공하기만 하는 일방형 플랫폼이 아닙니다. 구독자와 크리에이터가 상호작용하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진화했습니다.

이처럼 틱톡은 숏폼의 한계를 넘어 더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 트렌드를 이끌고, 사용자들과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올해 1분기 틱톡의 핵심 트렌드를 보더리스(Borderless)로 정의한 이유입니다. 보더리스란 ‘경계가 없는’, ‘국경이 없는’이라는 뜻의 형용사입니다. 세대와 국가 간 경계를 허물고, 형식과 내용의 제약을 뛰어넘은 콘텐츠가 2024년 1분기 숏폼 트렌드를 장악한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는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는 틱톡의 플랫폼 파워, 그리고 경계 없이 빠르게 확산하는 숏폼이라는 콘텐츠의 특성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분야별 전문가 세 분, 그리고 매거진 대학내일의 트렌드 크롤러들과 함께 이번 1분기 틱톡의 ‘보더리스’ 트렌드를 짚어보려 합니다.
      

1. 이게 AI로 만든 영상이라고? 가과 현실이 공존하는 콘텐츠

최근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등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AI 이미지 생성 툴이 콘텐츠에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ChatGPT가 상용화되면서 AI에 대한 사용자들의 접근 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미지뿐 아니라 영상 콘텐츠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한 작업물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특히 기존에 있던 캐릭터를 AI로 재구성하거나, 상상에 그쳤던 텍스트 콘텐츠 속 인물 혹은 장소를 이미지로 구현하는 식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비주얼뿐 아니라 AI 음성 학습 모델이 널리 쓰이면서 음악, 음성을 활용한 ‘AI 커버’ 같은 영상 콘텐츠도 유행입니다. 틱톡에서는 만화 캐릭터가 부르는 아이돌 노래라든지(짱구가 부르는 밤양갱), 특정 연예인의 음성을 합성해 다른 배우의 성대모사를 하는 식으로(AI 유재석 성대모사) AI를 적극 활용한 콘텐츠들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틱톡에서 AI로 춤추는 영상을 만드는 걸 보고 웃겨서 친구 사진으로 영상을 만들어 줬어요. 각자가 서로를 AI에 활용하는 데 동의만 한다면 재미있게 사용할 수 있을 거 같아요. AI가 제공해주는 컨텐츠들이 꽤 고퀄이기도 하고요. - 김리아(대학생, 21세)

재밌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드는 것 같아요. 요즘 가수 목소리를 활용한 AI 커버가 되게 핫한데,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을 해소해줘서 좋더라고요. 다른 가수의 목소리를 입히니 그 가수만의 분위기로 새로운 노래가 탄생하니까 찾아서 듣는 재미가 있어요. - 박지원(대학생, 21세)

다만 미래학자 정지훈 박사는 “영상 제작에 AI 기술이 접목되면서 영상이 범죄 등에 악용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말합니다. “자연스럽게 이를 관리하는 기술과 제도도 발전하겠지만, 이런 법적 제도를 마련하는 속도가 AI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걱정”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를 위해 틱톡은 영상 트렌드를 이끄는 플랫폼답게 크리에이터가 AI로 만든 영상에 라벨을 붙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경향신문 양다영 PD는 틱톡이 AI로 만들어진 영상을 구별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 둔 것은 시청자와 제작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크리에이터가 직접 만든 콘텐츠와 AI가 만들어낸 가상의 콘텐츠가 경계 없이 혼재하는 가운데, 플랫폼 스스로 최소한의 내부 안전장치를 마련해 악용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죠.

틱톡 크리에이터들은 AI 생성 콘텐츠 라벨로 AI활용 여부를 공개할 수 있다. 

 

2. 어느 세대의, 어느 나라의 트렌드도 아니야. 트렌드 믹스가 유행 중

처음 틱톡이 국내에서 열풍을 일으킬 때만 해도, 틱톡은 MZ세대만 열광하는 숏폼 플랫폼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점차 플랫폼이 입소문을 타며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틱톡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숏폼 콘텐츠에 익숙하지 않았던 30대, 40대 콘텐츠 이용자들도 자연스럽게 늘어났죠.

요즘은 아이돌이나 연예인, 혹은 제가 팔로우하고 있는 특정 인플루언서들이 쇼츠나 릴스 뿐 아니라 대부분 틱톡 채널을 병행하더라고요. 그렇게 앱을 깔고 이용하다 보니 MZ세대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소비할 수 있게 됐어요. 틱톡 사용량도 이전보다 훨씬 늘어났고요. - 김지용(직장인, 38세)

2023년에는 #부부생활이라는 해시태그로 작성된 콘텐츠 수가 2022년 대비 무려 8,116% 증가했습니다.(틱톡은 10대 놀이터?…”30·40대 확 늘었다”) 이 외에#직장인#워킹맘 등 20대 이상 이용자들의 관심 기반 해시태그도 급증했습니다. 틱톡 이용자들의 전체적인 연령층이 더 높아진 것입니다. 이렇게 틱톡은 세대 간 장벽을 허물고 여러 세대의 트렌드를 한데 모으는 플랫폼으로 진화했습니다.

  여러 세대의 트렌드가 섞이는 틱톡 특유의 ‘보더리스’ 트렌드는 다른 데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트렌드가 국경을 넘은 것입니다. 틱톡은 글로벌 플랫폼이지만, 이용자들은 보통 각자가 익숙한 문화권 내 트렌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틱톡 유저들은 국경을 넘어 해외 트렌드도 함께 소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1분기에 가장 뜨거웠던 챌린지 중 하나였던 닛몰캐쉬와 다나카의 #잘자요아가씨 챌린지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크리에이터 닛몰캐쉬(@needmorecash_vdbh)의 오리지널 영상

 

이 챌린지는 국내 사용자들에게는 다소 낯선 일본의 서브컬쳐 ‘집사’ 문화를 가져와 챌린지 형태로 재구성했습니다. 이어 보더리스 플랫폼 틱톡을 통해 대만과 일본의 이용자들이 이 챌린지로 유입되었습니다. 이들은 댓글로 “이건 J-POP이다 vs. 이건 K-POP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드립을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어느 나라의 노래인지를 묻는 비아시아 국가 유저들의 댓글도 많이 달렸죠.

백석대학교 실용댄스학과 문병순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일본 문화는 전통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요소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 세대 간의 벽이 상대적으로 낮고, 외국인들의 진입 장벽도 낮다.”고 말했습니다. 미래학자 정지훈 박사 역시 “일본에서도 한국과 관련된 콘텐츠가 유행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렇게 문화가 섞이거나 교류할 일이 별로 없었지만, 틱톡이 그 경계를 무너뜨린 것.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여러 문화가 자연스럽게 섞이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라고 말하며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챌린지 등 노래가 중요하게 쓰이는 플랫폼이니만큼, 챌린지에 쓰이는 배경음악에서도 이런 트렌드 믹스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작년에 유행했던 스페드 업 트렌드에 이어, 올해는 두 가지 이상의 음원을 믹스해 새로운 음원을 만들어내는 리믹스 음악이 챌린지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로꼬x펀치의 ‘Say Yes’와 소유x정기고의 ‘Some’을 섞은 ‘Say x Some Arnel Remix’) 전 세계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즐기고 반응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틱톡이 문화 간 경계를 허물고 여러 문화를 믹스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보더리스 플랫폼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죠.

해외의 문화가 밈을 통해 확산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인 거 같아요. SNS를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하기가 쉬워진 만큼 일본 문화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문화를 접하게 됐으니까요! 반대로 K-pop 등 우리나라의 문화 역시 외국인이 밈과 같은 방식으로 소비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은 좀 신기하기도 해요. - 김리아(대학생, 21세)

3. 틱톡에서 상품 홍보까지? 소비자와 생산자가 만나는 비즈니스 공간

올해 1분기에도 정보성 숏폼 콘텐츠는 꾸준히 늘어났습니다. 2023년에 발표한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와 틱톡의 공동 조사에서는 정보검색 채널의 흐름이 텍스트에서 롱폼 영상으로 바뀌었고, 현재는 숏폼 영상으로 넘어왔다는 내용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올해 1분기 역시 #새학기 필수 아이템,#가방추천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숏폼이 많이 늘었습니다.

이렇게 틱톡에서 정보성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정보를 검색할 때 일반적인 포털사이트가 아닌 틱톡을 활용하는 사용자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스크롤을 넘기며 많은 분량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게 부담스러운 MZ세대는 이렇게 틱톡으로 구매를 원하는 물건의 정보를 얻기도 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중요한 정보만 쏙쏙 골라 듣고 싶어서 숏폼을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상품이나 특정 물건을 추천받고 싶을 때보다는, 어떤 걸 해야 하는데(ex. 요리하기, 팁 얻기 등) 블로그나 유튜브 영상은 길게 느껴질 때 숏폼을 찾게 되더라고요. 숏폼의 특성상 빠르게 지나가니까 여러 번 다시 돌려봐야 하는 불편함이 어느 정도 있지만 활용하기 좋아요. - 박지원(대학생, 21세)

숏폼에서 얻은 정보로 신발을 구매한 적이 있습니다. 고민하던 신발이 있었는데 매장에 가긴 번거롭고 그렇다고 긴 영상들을 찾아보자니 시간이 아깝고 해서 검색으로 짧은 영상을 보고 결정해 바로 구매한 적이 있습니다. 짧고 간결하게 요점만 말해주니 시원한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 김중기(대학생, 26세)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정보의 특성에 따라 틱톡 또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쇼핑몰이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구매를 유도하던 공간이었다면 틱톡은 브랜드와 소비자 간 벽이 존재하지 않는, 또 다른 의미의 보더리스 플랫폼입니다.

팔로우 중인 인플루언서가 사용하는 화장품이나 착용한 의류 등의 구매 정보를 문의하는 것은 플랫폼에서 비즈니스가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판매자와 소비자, 즉 크리에이터와 이용자가 제품에 대한 숏폼 콘텐츠를 기반으로 소통합니다. 크리에이터와 이용자는 댓글로 소통하며 판매 시기, 가격 등을 서로 합의하기도 합니다.  

기존에는 블로그, 쇼핑몰에서 일어나던 비즈니스가 숏폼 플랫폼에서도 활성화되고 있다. 

 

미래학자 정지훈 박사는 “정보성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사용자층이 생겨났다. 이로 인해 광고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비즈니스 참여도도 늘었다. ‘10대 전용 플랫폼’이라는 인식이 희미해지면서 이제는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들이 비즈니스 모델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4. 숏폼으로 이런 것까지 가능할 줄이야. 한계를 무너뜨린 숏폼 기획

‘숏폼’이라고 하면 주로 15초에서 60초 사이의 짧은 동영상을 말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므로 유저의 눈을 한방에 사로잡는 매력을 갖추면서도, 핵심을 빠르게 전달해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 간결한 콘텐츠 형태는 틱톡의 주요한 매력이면서도, 크리에이터에게는 어려운 요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크리에이터의 기획력과 창작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그동안 숏폼 플랫폼 내에서 등한시되거나 구현하기 어렵다고 여겨지던 기획들이 실제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빠른 템포로 스토리를 풀어내며 영상미까지 탑재한 ‘숏폼 영화’를 찍어내는 식입니다. 경향신문 양다영 PD는 “지금까지는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영상이 틱톡에서 호응이 좋았다면 앞으로는 영상미 넘치고 스토리텔링이 있는 콘텐츠 역시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것들은 사실상 롱폼 영상 플랫폼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던 기획이었습니다. 올해 1분기에는 ‘영찍남’ 같은 크리에이터의 등장으로 틱톡 내에서도 이런 제약을 무너뜨린 숏폼 영상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숏폼 플랫폼 가운데서도 가장 빠르게 트렌드를 주도해 온 틱톡은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2022년부터 틱톡 숏필름 영화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습니다. 올해 2월에도 제3회 틱톡 숏필름 영화제가 개최되었을 뿐 아니라, 부문별 수상작이 칸 영화제에서 상영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롱폼과 숏폼 간의 경계뿐 아니라, 더 나아가 영화 같은 기존 미디어의 형식적 제약까지 무너뜨리는 보더리스 콘텐츠가 틱톡의 주도하에 생산되고 있는 것이죠.

크리에이터 영찍남(@ycn_videographer)의 <호러 스토리즈> 시리즈

 

“이런 류의 영상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너무 흥미진진하잖아요. 숏폼의 경우 영상 극초반에 관심을 많이 끌어야 소비자들이 컨텐츠에 오래 머무는데, 이런 장르는 컨텐츠 극초반이 매우매우 흥미진진해서 관심이 가요. 일인칭에 원테이크, 게다가 한국어로 제작되었죠. 여태껏 이런 콘텐츠를 보기 힘들었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돋보이기까지 하는 멋진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 김고운(대학생, 23세)

이렇게 짧은 영상이 트렌드를 주도하고 유저들에게 선호되는 현상은 최근 몇 년간 국내 영화들의 러닝타임이 줄어드는 결과로도 일부 작용한 듯 보입니다. 최근 국내에서는 블록버스터를 제외한 코미디, 로맨스,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비교적 짧은 상영 시간으로 제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짧은 영상에 익숙해진 관객들이 긴 러닝타임에 피로감을 느끼고, OTT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제작자들 역시 짧고 몰입감 있는 스토리라인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2023년 개봉한 <거미집>, <정이> 같은 작품들의 경우 러닝타임이 90분 내외로 짧은 편에 속합니다.



여기서 잠시 숏폼 한계를 무너뜨렸다는 평을 받는 크리에이터영찍남(@ycn_videographer)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올해 1분기 키워드인 ‘보더리스’에 가장 걸맞은 크리에이터 중 한 명이죠.   

영찍남은 그동안 롱폼 영상에서만 가능했던 영화 혹은 필름형 스토리텔링 영상을 숏폼 영역으로 옮겨 와, 정형화되어 있던 틱톡 문법의 한계를 깨뜨렸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전부터 이런 시도를 해 온 크리에이터가 몇몇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영찍남을 필두로 이런 숏폼 기획이 힘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박진감 넘치는 영상과 놀라운 스토리로 여러 플랫폼에서 주목을 받은 영찍남은 70만 팔로워를 보유한 틱톡 크리에이터입니다. 그가 어떻게 콘텐츠를 시작하게 됐는지, 왜 그리도 어렵다는 ‘원테이크’ 기법으로 촬영하는지 등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본인과 채널 소개를 간단히 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영상 또는 영화를 찍는 남자, 영찍남 이대건입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간단한 인터뷰와 함께 시네마틱한 영상을 만들어 드리는 <영상 찍어드릴까요?>라는 콘텐츠와 스마트폰을 사용한 원테이크 형식의 숏폼 스릴러 영화 시리즈 <호러 스토리스> 두 가지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호러 스토리스>는 숏폼답지 않은, 혁신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는 시리즈인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영찍남을 시작하고 나서 다른 아시아 국가에 숏폼 드라마 시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아직 이런 숏폼 드라마 시장이 한국에는 없었거든요. 내가 직접 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대본을 써서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처음 대본을 써봤어요. 출연진들은 배우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섭외하고 있고요.

이런 숏폼 드라마 콘텐츠를 연출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무조건 1인칭으로, 그리고 원테이크로 찍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렇게 찍으면 화면으로 영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 눈으로 상황을 직접 보는 느낌이 들거든요. 틱톡 영상을 보는 나는 영상 밖에 있지만, 영상 속 인물과 시점을 일치시켜 몰입감을 부여하는 거죠.
   
<영상 찍어드릴까요?> 역시 참신한 기획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점에 집중하려고 했나요? 
이 시리즈에서는 정갈한 결과물만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비하인드 장면을 함께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려고 했어요. 섭외 현장 혹은 영상 촬영 중에 일어나는 웃긴, 혹은 예상치 못한 사건 등을 그대로 담는 식으로요.

어쩌면 ‘경계를 허문다’는 점에서 두 시리즈 모두 보더리스 콘텐츠의 특징을 지녔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호러 스토리스>가 원테이크와 1인칭 시점 기법으로 현실과 콘텐츠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몰입감을 부여한다면, <영상 찍어드릴까요?>는 멋진 영상 뒤에 실은 이런 노력과 고생이 있었다는 식으로 이용자들과 크리에이터 사이의 거리감을 좁히는 거죠.

영상 제작자면서 동시에 틱톡 크리에이터잖아요? 틱톡에 대한 영찍남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틱톡은 대세 숏폼 플랫폼이죠. 앞으로도 쭉 유행할 거라고 생각해요. 스마트폰 유저들이 어디서든 콘텐츠를 즐기는 시대잖아요? 편집 앱도 사용하기 쉬워져서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숏폼을 만들 수 있어요. 무엇보다 9:16 세로 비율의 짧은 영상이라는 점이 틱톡 콘텐츠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제작자 입장에서도 기존 롱폼 제작 과정 대비 수월한 부분이 많거든요. 배경 세팅이 필요 없다든지, 전신이 나오니까 인물에 집중할 수 있다든지.  

이런 숏폼 콘텐츠에 대해 느끼는 장단점도 확실할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쉽게 볼 수 있고, 누구나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점이 확실한 장점이죠. 단점은 휘발성이 강하고, 주로 가로 영상을 봐 온 시청자들에게는 낯설 수 있다는 정도일까요? 짧은 시간 안에 스토리를 압축해서 넣어야 하므로, 제작자가 많이 고민해야 한다는 점 역시 어려운 요소로 작용하죠.

영상이 짧기 때문에 만드는 과정도 롱폼 대비 훨씬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네요. 
저는 숏폼이 항상 쉬우면서도 어렵다고 말해요. 짧다고 해서 노력이 덜 들어가는 게 아니거든요. 예컨대 기획한 게 8분짜리 영상이었다면, 숏폼은 단순히 여기서 1분만큼 잘라내는 게 아니고 압축시켜서 1분으로 만드는 거예요. 1분 안에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보여주려면, 장면(컷)을 고를 때도 훨씬 신중해야 하죠.
   
다른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틱톡이 가지는 특별한 점은? 
타 플랫폼에 비해 훨씬 글로벌하다고 생각해요. 틱톡은 자동 캡션이 있잖아요. 언어 장벽이 사라져서 국내와 해외 구독자들 간 콘텐츠 교환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대표적인 보더리스 콘텐츠 플랫폼이죠. 다른 한 가지는 틱톡이 ‘음악에 민감한 플랫폼’이라는 거예요. 저 역시 <영상 찍어드릴까요?> 콘텐츠를 위해 음악을 정말 많이 고민해요. 리스트에 여러 곡을 두고 몇 번이고 들으면서 고심해서 정해요.

현재 틱톡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영상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짧은 시간에 몰입할 수 있는 콘텐츠가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있어요. 몰입시키는 방식은 크리에이터마다 다르겠지만요. 예컨대 닛몰캐쉬라는 크리에이터는 부캐를 만들어서 시트콤처럼 영상을 만들었잖아요? 저는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몰입시키는 콘텐츠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숏폼 콘텐츠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인기를 끌 것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모바일 사용이 증가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거고요. 또 숏폼 콘텐츠의 제작 기술도 점점 발전하면서 숏폼이라는 제약에 구애받지 않는, 더 다양하고 퀄리티가 높은 보더리스 콘텐츠가 많이 나올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지 궁금해요. 
새로운 채널을 준비 중입니다. ‘영찍남’ 팬 중에는 호러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앞으로 운영할 새로운 채널에서는 1분에서 2분 사이의 짧은 드라마를 제작할 계획입니다. 이번에는 호러나 스릴러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로 진행하려고요.


 

보더리스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

영찍남 외에도 올해 1분기에는 수많은 크리에이터가 ‘보더리스’ 트렌드를 주도했습니다. 이들은 영찍남처럼 연출에 스스로를 갈아 넣기보다는 독특한 기획으로 구독자-크리에이터 간 벽을 허물거나 특정 국가의 밈을 글로벌 콘텐츠의 소재로 활용하는 등, 자기만의 방식으로 보더리스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입니다. 앞으로 더 성장해 나갈 아래 크리에이터들을 주목하고, 새롭게 꾸려질 숏폼 트렌드의 흐름을 지켜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iamluluboi - 팔로워 136.7K / 좋아요 14.5M

외국인 유동 인구가 많은 홍대, 신촌 등지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K-POP 관련 인터뷰를 진행하는 크리에이터입니다. 특히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능숙하게 인터뷰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K-Pop이라는 글로벌한 소재를 다루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 틱톡 유저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iamluluboi의 틱톡 채널 댓글 창에서는 K-Pop으로 대동단결한 국내 및 해외 유저들이 열심히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해외 K-Pop 팬들이 소비하는 K-Pop 밈이 국내로 역수출되는 현상도 발견할 수 있죠. 트렌드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보더리스 콘텐츠 크리에이터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이렇게나 많은 외국인이 K-POP을 빠삭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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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핑콩 - 팔로워 29.4K / 좋아요 1.8M

전핑콩 역시 해외 MZ세대들의 특징을 가져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특”이라는 기획으로 믹스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입니다. ‘국가별 OOO 특징’이라는 키워드로 각종 공감 및 문화별 특징 영상이 주력 콘텐츠입니다.

훌륭한 연기력과 속도감 있는 영상으로 특정 국가의 특정 집단 문화(ex. 한국인 부모님 특징, 미국인 남학생 특징, 사이비 특징)를 재치 있게 설명합니다. 특히 미국 감옥 문화, 미국인 엄마 특징 등 실제로 체험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을 것 같은 내용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게 신기하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어설프게 따라 했다간 자칫 어색하거나 오그라들 수도 있는 외국인 연기가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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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 - 팔로워 1.5M / 좋아요 55.8M

시네는 ‘급하게 준비하기’라는 콘셉트로 메이크업 영상을 주로 제작하는 크리에이터입니다. 생얼인데 30분 후에 남친이 도착한다든지, 약속 장소로 가는 길에 급하게 화장한다든지 하는 상황을 설정하고 빠른 속도로 메이크업하는 영상이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쓰이는 대형 퍼프, 대형 패드 등 메이크업 소품들은 실제 출시된 제품을 협찬받아 쓰기도 하고, 특정 기업에서 크리에이터 시네를 위해 직접 커스터마이징해 준 제품도 있습니다. 댓글 창에는 이런 소품들이 신기하다며 구매처를 묻는 유저들이 가득하죠. 틱톡에서 구독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성공적인 비즈니스 사례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보더리스 크리에이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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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rang - 팔로워 105K / 좋아요 7.2M

특유의 말발과 텐션으로 유저들이 만든 ‘순위 매기기’ 필터를 활용해 영상을 제작하는 크리에이터입니다. 1위부터 10위까지 하나씩 채워지는 항목이 궁금해서라도 영상을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4rang의 경우엔 특정 제품이나 광고를 게재하는 크리에이터는 아니지만, 소통하기 좋은 콘텐츠 시리즈를 꾸준히 연재하며 팔로워와 인터랙션을 활발하게 주고받는 보더리스 콘텐츠 크리에이터입니다. 업로드된 영상마다 의견이 같거나 다른 팔로워들의 댓글이 줄줄이 달리는 식으로 소통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추천 입문 영상 - 과일 순위 매기기  



지금까지 틱톡의 1분기 트렌드 키워드 ‘보더리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트렌드 인사이트는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겠습니다.  

보더리스(Borderless) - 경계가 없는, 국경이 없는 트렌드

1)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AI 콘텐츠의 유행 
  • 비주얼로 구현이 어려웠던 콘텐츠를 AI 이미지 생성기를 통해 구현하는 콘텐츠가 다수 생산됨 
  • 연예인, 성우의 목소리로 원하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술을 적극 활용함   

2) 연령과 국가 간 경계가 없는 트렌드 믹스 콘텐츠의 유행 
  • MZ세대뿐만 아니라 3040 사용자가 늘어나며 플랫폼 내에서도 세대 블렌딩이 이루어짐 
  • 두 개 이상의 국가별 트렌드가 합쳐진 콘텐츠가 생산되면서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짐   

3) 소비자와 생산자 간 경계를 허무는 콘텐츠가 비즈니스를 주도 
  • 틱톡의 숏폼 콘텐츠가 브랜드, 인플루언서와 팔로워 간 쌍방향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됨 
  • 정보성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됨   

4) 롱폼과 숏폼 간 경계가 무너진 콘텐츠 트렌드 
  • 제작 역량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영상미와 스토리를 모두 잡은 콘텐츠가 숏폼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함 
  • ‘숏필름 영화제’ 등 틱톡의 주도하에 기존 영상 미디어 분야에서도 기존 제약이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음  


 
올해 1분기, 틱톡은 경계를 허무는(Borderless) 플랫폼으로 진화했습니다. 상상의 영역을 현실로 구현하는 기술을 반영하며, 연령과 국가, 소비자와 생산자라는 개념을 넘어 모두가 제약 없이 콘텐츠를 만드는 세계를 구현해 냈습니다.  

틱톡과 크리에이터들은 숏폼 콘텐츠의 무한한 가능성을 통해 새로운 방식을 개척하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틱톡이 숏폼 트렌드를 주도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겠죠. 앞으로 더 변화무쌍해질 틱톡의 모습을 기대해 보셔도 좋습니다. 다음 트렌드 인사이트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틱톡#보더리스#숏폼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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