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티라미수 케익>은 대체 왜 유행했을까?

시대를 앞서갔다는 콘텐츠들 왜 유행했는지 알아봤습니다
여러분이 올해 가장 많이 소비했던 ‘밈(meme)’은 무엇인가요? 다소 뜬금없는 질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콘텐츠 플랫폼의 트렌드는 밈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숏폼 역시 마찬가지죠. 올해 1분기를 강타했던 ‘잘자요 아가씨 챌린지’처럼요.  

2024년 2분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밈이 활발하게 생성되었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부터 <마라탕후루 챌린지>, 그리고 비교적 최근 유행한 <티라미수 케익>까지, 틱톡에서 시작된 밈들이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장되어 숏폼 트렌드를 형성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밈은 대체 어디에서, 누가 시작한 것일까요? 우리는 2분기에 만들어진 수많은 밈의 출처, 그리고 해당 밈이 유행하게 된 계기와 이유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밈이 여러 요소의 ‘혼합(MIX)’으로 생산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게다가 여러 요소들이 혼합되는 과정에서는, 어떤 복잡한 동기나 공식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심플믹스(Simplemix)라고 정의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트렌드 레터에서는 전문가 세 분과 함께 심플믹스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다뤄 보려고 합니다. 매거진 대학내일의 트렌드 크롤러들도 함께요.  
     

1. 어울리지 않는 다양한 요소의 조화

심플믹스 트렌드의 핵심은 바로 ‘심플’에 있습니다. 두 가지 이상의 요소를 섞는 과정에서 어떤 맥락이나 이유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는 지난 5월 유행하기 시작한 <사랑했나봐> 챌린지에서 가장 선명하게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인데요. 2005년 가수 윤도현의 히트곡 <사랑했나봐>에 맞춰 곰돌이 푸가 강남스타일 댄스를 추는 영상이 밈으로 돌면서, “아직 인류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영상”이라는 댓글도 함께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05년 유행한 국내 가수의 노래 + 디즈니 캐릭터인 곰돌이 푸 + 2배속 강남스타일 댄스’라는 조합이 전혀 조화롭지 않았기 때문이죠.
 
틱톡 크리에이터 ‘터헌터헌’가 일으킨 <티라미수 케익> 유행의 시작 

 

비슷한 시기에 유행한 <티라미수 케익> 밈도 유사한 사례입니다. 2015년 인디밴드 ‘위아더나잇’이 발매한 이 노래는, 올해 6월부터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요. ‘터헌터헌’이라는 국내 틱톡 유저가 애니메이션 <헌터헌터>의 캐릭터 ‘곤’이 노래에 맞춰 춤추는 7초 짜리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유행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댄스는 외국의 뮤지션 듀오인 ‘젓가락형제’의 노래 안무에서 따 왔다고 해요.  

이 영상 역시 ‘국내 인디밴드의 노래 + 외국 애니메이션과 안무’로, 전혀 조화롭지 않게 구성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2분기에 틱톡 유저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사실 처음 봤을 땐 ‘이게 뭐지?’ 싶었어요. 그래도 계속 보니까 웃기긴 하더라고요. 맥락이 있는 웃음이라기보다는 캐릭터 영상에 뜬금없이 등장한 노래와, 은근히 춤을 잘 추는 곰돌이 푸의 모습이 더무 황당해서요. 많은 사람들도 저처럼 이질적인 요소들이 합쳐져 만드는 황당함(?)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바이럴이 된 게 아닐까 싶어요. – 김리아, 21세

임희윤 음악평론가는 기존의 패러디(문화 리믹스)가 ‘소비자 다수의 문화적 맥락 혹은 콘텐츠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필요로 했던 반면, 숏폼에서는 이런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덜 요구된다고 말합니다. 숏폼에서는 제작자의 의도가 더 직관적이고 간단한 방식으로 전달되며, 소비자 역시 깊은 이해보다는 빠르고 간단하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를 원하기 때문이죠. 그는 이런 이유 때문에 전혀 다른 장르의, 혹은 전혀 다른 맥락에서 튕겨나온 어떤 콘텐츠 파편도 충분히 믹스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한편, 김지현 교수는 최근 ‘동영상(숏폼)’을 위주로 소통 과정 전반이 재편된 것을 이러한 믹스 트렌드 현상의 원인으로 꼽습니다. 이전 세대까지의 SNS에서는 ‘좋아요(like)’나 댓글 등을 통해 이용자 간 소통이 주로 이루어졌다면, 숏폼 열풍을 가져온 틱톡에서는 다른 이용자가 만든 콘텐츠를 보고 다시 동영상으로 반응합니다. 플랫폼 내에서 다른 이들의 콘텐츠를 재생산할 수 있는 ‘이어찍기’, ‘듀엣’ 같은 추가적인 기능이 제공되기 때문이죠.  
때문에 <사랑했나봐>, <티라미수 케익> 챌린지를 주제로 한 숏폼들 역시, 원본 영상을 기반으로 각자가 가진 재능과 아이디어를 섞어 독창적인 스타일로 완성되었기에 유행이 된 사례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2. 지나간 유행과 최신 트렌드의 결합

심플믹스 트렌드에서 가장 재미있는 발견 중 하나는, 유저들이 지나간 유행을 다시 소비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앞서 언급한 <사랑했나봐>, <티라미수 케익> 밈/챌린지 역시 발매된 지 10년이 넘은 노래를 재활용한 사례인데요. 최근 틱톡 내 메이크업 영상에서 가장 핫한 음원 중 하나는 이효리의 <10 minutes>입니다. 틱톡 내에서 2000년대 초, y2k 메이크업이 유행을 타면서 당시 트렌드의 아이콘이었던 이효리의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이죠. 심지어 최근에는 2016년 국내에서 붐을 일으켰던 크레용팝의 <빠빠빠> 가 해외에서 챌린지화되며 국내로 역수출돼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무려 58만 개의 영상이 업로드되며 다시 유행하고 있는 이효리의 <10 minutes> 

 

임희윤 음악평론가는 이렇게 과거의 음악들이 다시 조명받는 이유 중 하나로, 해당 음원들이 ‘숏폼 시대 이전에 생산된 콘텐츠’라는 점을 꼽습니다. 게다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히트송은 ‘후크(hook)송’이었기에, <빠빠빠>, <10 minutes> 처럼 훅이 강한 노래들이 ‘10초 안에 사용자들 사로잡아야 하는’ 숏폼에 믹스되기 적합한 콘텐츠라는 것이죠. 그는 “아직 재조명되지 않은 과거 히트작들이 앞으로도 계속 숏폼 트렌드와 믹스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y2k나 레트로 감성에서만 느껴지는 아우라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시절 특유의 투박함? 요즘은 트렌드가 금세 진부해지고, 또 워낙 빠르게 바뀌잖아요. 2000~2010년대를 보면 오히려 ‘저때는 그랬지’하며 지금처럼 수명이 짧고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를 아쉬워해요. 그래서 요즘도 <거침없이 하이킥> 같은 옛날 드라마를 보기도 하죠. – 김중기, 25세

한편, 이렇게 다시 소비되는 과거 트렌드들은 당시 모습 그대로 활용되지 않고, 요즘 트렌드와 자연스럽게 섞인 형태로 나타납니다. y2k 메이크업은 요즘의 스타일링이 결합되어 촌스럽기보다 세련된 모습으로 표현되었습니다. 크레용팝의 빠빠빠 챌린지 역시 옛 안무와는 전혀 다른 안무와 믹스되어 챌린지로 탄생했죠. 김지현 교수는 이런 소셜 미디어 내의 복고 유행이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미디어 창작과 수용에 적극적인 이용자들이 과거 유행한 스타일을 ‘새롭게’ 해석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는 ‘참여문화(participatory culture)’의 확산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틱톡이 '음악’ 중심의 숏폼이라는 데서 기인합니다. 한 번 유행하기 시작한 콘텐츠 속 음원이 계속 재활용될 수 있는 사용환경이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익히 알려져 있지만, 외국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효리의 <10 minutes>을 외국의 틱톡 크리에이터들도 일단 메이크업 영상에 활용하며 다시 퍼지는 것이죠.
 

3. 모든 것이 챌린지가 되는 시대

올해 2분기에 틱톡을 가장 뜨겁게 달군 챌린지를 꼽는다면 역시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다닙니다> 챌린지일 겁니다. 뉴스 보도에 쓰인 기자의 멘트에 율동이 붙어 유행이 시작되었는데요. 귀엽고 단순한 안무로 구성된 이 챌린지는 유명 크리에이터들 뿐 아니라 수많은 아이돌 멤버들까지 참여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해당 뉴스를 보도한 MBN 소속 이시열 기자는 본인의 음성이 밈이 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며 다음과 같은 소감을 전했습니다.  

“처음 SNS에서 제 목소리가 화제가 되었다는 걸 알게 된 건 1월 11일, 제 생일이었던지라 기억이 납니다. 이후 3개월 정도 지나고, 틱톡에서 리믹스가 등장하더니 챌린지가 됐죠. 연예인 분들까지 챌린지에 참여하시더라고요. 사실 제 목소리보다는 ‘행복한피자빵’님의 흥겨운 비트와 ‘산고’님의 독특한 안무가 결합되었기 때문에 유명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회부 기자 특성상 비판조의 기사를 쓸 일이 많아, 이런 식으로 주목을 받으니 처음엔 좀 부담이 되었던 건 사실입니다. 다행히 목소리 외에 제 얼굴이나 이름은 잘 모르셔서 취재활동을 잘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제게는 좋은 추억으로 남았어요.”

최근 아시아권에서 가장 핫한 틱톡 크리에이터 ‘데빈 할발’의 <구다사이> 챌린지 역시 의외의 요소가 밈이 되고, 챌린지로 진화한 사례입니다. 길거리에서 “구다사이”를 연신 외치는 그녀의 영상은 무려 1,40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죠. 이를 재미있게 여긴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구다사이’를 챌린지처럼 따라하며 밈으로 재생산되었습니다.  

음원 위주로 챌린지가 구성되던 과거와 달리, 기자의 멘트나 일반인의 음성이 챌린지라는 문화와 믹스되어 재생산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올해 초 유행했던 목소리 챌린지를 비롯해 최근에는 나만의 힐링 포션을 만드는 #데카포도 유행하고 있죠. 틱톡의 핵심 콘텐츠라 할 수 있었던 ‘챌린지’의 범주가 다양한 콘텐츠와 믹스되어 시대의 흐름에 맞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틱톡에서 유행 중인 #데카포챌린지의 원형이 된 게임 <포트나이트>의 파란 물약(데카이 포션)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이연진 교수는 스스로를 표현하고 보여주는 것에 익숙한 MZ세대들은 직접 창작한 콘텐츠로 생각을 기록하는데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때문에 꼭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사람, 즉 ‘범인(凡人)’으로서 만든 작품을 서로 즐기고 지지하는 일종의 공동체가 형성되었고, 이런 공동체가 만든 연대감이 각자가 만든 콘텐츠를 쉽고 빠르게 전파시켰다는 것이죠.

“처음엔 ‘구다사이’를 우연히 알고리즘으로 접했어요. ‘일본 여행 와서 신난 외국인’ 정도로 생각했는데, 재미있는 영상을 모아서 재업하는 SNS 계정에서 업로드한 영상을 보고 난 후부터 재밌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아요. 평범한 콘텐츠가 밈이 되려면 이런 ‘인증’ 절차가 필요한 게 아닐까요? 결국 다수가 이 콘텐츠를 ‘재밌고 힙하다’고 합의하는 순간 리메이크가 되고, 밈이 되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 순이(가명), 22세
 

4.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화하는 챌린지

요즘 뜨는 크리에이터가 갖춰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는, 트렌드를 본인이 가진 아이덴티티와 믹스해 표현하는 능력일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다닙니다> 챌린지 역시 원본 그대로 따라하기보다는 자기만의방식으로섞는 크리에이터들이 많았죠.  

이는 최근 가장 인기를 끌었던 #마라탕후루 챌린지에서도 두드러지게 보이는 현상이었는데요. 크리에이터 서이브가 유행시킨 이 챌린지에 도전하는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은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밈을 믹스했습니다.

확실히 마라탕후루 챌린지가 기억에 남긴 해요.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다가도, 여러 크리에이터가 따라하는 영상을 자꾸 보다 보니 무시할 수가 없더라고요. 중독성 있는 가사와 쉬운 챌린지 댄스까지, 오로지 챌린지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잖아요. 처음엔 낯설기도 했지만, 유행하는 것들을 총집합해 만든 챌린지라 오히려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 김리아, 21세

유사한 사례로 차노을의 <HAPPY>도 있습니다. 수많은 아이돌 멤버들이 참여했던 HAPPY 챌린지는 2016년생 차노을 어린이의 음원을 배경으로 춤을 추는 챌린지인데요. 틱톡 크리에이터 황세훈이 차노을의 원곡에 안무를 붙이면서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HAPPY 챌린지 역시 유행하는 안무가 있긴 하지만, 각 크리에이터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챌린지에 참여합니다. EBS <인간이 되자> 계정에서는, 캐릭터 똘비가 박자를 무시한 HAPPY 커버로 웃음을 자아냈고, 동심 가득한 원본 가사를 360도 개사해 부른 상자부부 버전 HAPPY도 많은 유저들의 반응을 끌어냈습니다.  

이렇듯 틱톡 내에서 ‘챌린지’의 영향력은 여전합니다. <마라탕후루><HAPPY>처럼 틱톡에서 바이럴된 음원이 다른 음원 플랫폼 차트 상위권에 오르기도 하죠. 임희윤 음악평론가는 국내 주류 음악계 역시 이렇게 숏폼 내에서 바이럴되는 밈 혹은 음원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작곡가들은 ‘내가 만든 노래도 한 번 쯤은 뜨지 않을까’라는 기대부터 ‘어떻게 하면 숏폼이 원하는 곡을 만들까’ 같은 고민, ‘숏폼 음원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될까’ 같은 궁금증까지 다양한 층위와 양상으로 틱톡을 주목하고 있다고 합니다.


     
트렌드와 밈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믹스해 소화하는 크리에이터들은 많습니다. 자기만의 방식이 유난히 개성있다면 더 큰 주목을 받기도 하죠. 크리에이터 세진은 본인의 아이덴티티인 로봇 춤과 게임 GTA를 섞어 수많은 콘텐츠를 제작해 왔습니다.  

댄스를 메인 콘텐츠로 삼는 수많은 크리에이터 중에서도, 이런 독특한 기획을 가미해 89만 명이라는 팔로워를 확보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는 많지 않습니다. 이런 기획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어떤 운영 노하우가 있었는지, 그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세진님,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틱톡에서 활동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세진입니다. 주로 게임 NPC 패러디 로봇, 문어 댄스 등 다양한 댄스 영상과 기획을 결합해 콘텐츠를 만들어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틱톡 크리에이터로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중학생 때 부터 춤을 좋아해서 여러가지 춤을 춰 왔어요. 고등학생 때부터는 스트릿 댄스, 그 중에서도 팝핀이라는 장르를 계속 해 왔죠. 그러다 틱톡을 시작하게 됐어요. 초반에는 일상 속에서 문워크 댄스를 추는 영상을 주로 올렸죠. 반응이 뜨거워서 한동안은 문워크 영상만 올렸어요.
  
그러다 언제부턴가 NPC와 로봇 댄스 영상을 밀기 시작하셨죠. 
맞아요. 실은 문워크 영상을 계속 올리면서 팬들이 ‘지겹다’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당시 슬럼프가 크게 와서, 뭘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해외에서 NPC를 따라하는 영상이 유행하기 시작했어요. 저도 GTA 같은 게임을 좋아하기도 해서 이것과 로봇 댄스를 한 번 해보자고 생각했죠. 이후 반응이 다시 크게 올라와서, 브랜드와 협업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고, CES(소비자 가전 박람회)에 초대되어서 실제 로봇과 함께 로봇 댄스를 추는 등 좋은 기회를 많이 얻었어요.  

사실 이렇게 특정 장르에 특화된 크리에이터의 경우, 밈이나 트렌드를 그때그때 소화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밈이나 챌린지 같은 걸 되게 좋아해서 꾸준히 챙겨보긴 해요. 하지만 제가 잘 할 수 있는게 뭔지를 먼저 생각하죠. 세상에는 예쁘고 잘생기고 끼가 넘치는 분들이 정말 많잖아요. 그런 분들과 경쟁하며 똑같이 유행하는 걸 따라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대한 장점을 뽑아보자는 생각을 했죠. 그러니 <티라미수 케익> 같은 챌린지를 할 때도 제 시리즈 기획 중 하나인 x100(배속) 댄스와 결합을 한다든지, 로봇 댄스나 NPC스러움을 섞어서 밈을 재탄생시키는 식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보려고 해요.  

맞아요. 챌린지도 요즘은 각자 크리에이터 본인 스타일대로 만드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쵸. 저도 사실 챌린지는 자주 하려고 노력중이에요. 요즘은 옛날 노래로도 챌린지를 만드는 경우가 꽤 있더라고요. 오래 된 노래를 리믹스해서 음원을 다시 만들고, 안무를 변형해서 어려운 부분 대신 쉬운 안무를 대체해 챌린지로 재생산한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올해 유난히 많이 보여서 신기해 했던 기억이 있네요.
  
아까 배속 댄스 얘기를 하셨잖아요. 명동처럼 사람이 많이 다니는 야외에서 주로 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공공장소에서 찍으려면 마음의 준비를 좀 하죠. 장소 선정도 나름 신경을 써요. 너무 사람이 붐비는 장소에서 출퇴근 시간에 틱톡을 찍고 있으면 눈치가 보이잖아요. 명동같은 경우는 관광객들이 요즘 다시 몰리는 장소고, 관광객이 많다 보니 사람들의 기분이 대체로 좋거든요. 영상 내에 그런 좋은 분위기들이 함께 담겼을 때 반응도 잘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3년 넘게 틱톡 크리에이터로 활동하셨어요. 틱톡이 다른 숏폼과 좀 차별화되는 부분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다른 플랫폼보다 외국인 크리에이터를 더 쉽게 볼 수 있다는 게 차별점이 아닐까 싶어요. 반대로 내 영상에 반응하는 사람들 중에도 외국인이 많죠. 그래서 영상이 더 국제적으로 바이럴되고, 플랫폼 내 밈이나 트렌드의 확장성이 더 넓은 것 같아요. 물론 그만큼 크리에이터의 풀이 커서 경쟁 상대도 많다는 게 단점일까요?(웃음) 국내에서는 어린 친구들이 주로 쓴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저희 아버지를 비롯해 여러 연령대의 사람들이 두루 하는 플랫폼이 된 거 같아요.  

앞으로 세진님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게임과 춤을 접목시킨 형태의 콘텐츠를 좀 더 넓게 시도해 보고 싶어요. 제가 <배틀그라운드> 같은 게임도 좋아하거든요. GTA처럼 현실적이지만, 뭔가 게임스러운 특유의 동작을 따라할 수 있는 그런 3인칭 게임이죠. 최근 들어서는 부담을 좀 내려놓으려고 해요. 내가 막 트렌드를 주도하고, 최고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잘 안 해요. 그런 크리에이터가 되기보다는, 내 채널에 들어온 누군가가 나를 봤을 때 나만의 색깔이 있는 사람으로 보였으면 해요. 그렇게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꾸준히 재미를 주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요. “오래오래 하고 싶다” 이게 제 궁극적인 목표에요.
  

 

트렌드를 섞고, 생산하는 심플믹스(Simplemix)형 크리에이터

여러 요소들이 결합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심플믹스 트렌드를 주도하는 크리에이터들은 틱톡 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심플믹스 트렌드 내에서 주목받는 크리에이터는 대부분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에 속하는데요. 본인 스스로가 밈이 되거나, 기존 밈을 본인 스타일과 결합시키거나, 여러 밈을 섞어 새로운 트렌드로 창조하죠. 아래는 이런 심플믹스 트렌드 내에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사랑받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입니다.
   
깐병(https://www.tiktok.com/@kkanbyeongz)
팔로워 115K / 좋아요 8M
 
한림예고 출신의 댄서 6명이 모여 만든 크리에이터 그룹입니다. 이들이 만든 댄스 챌린지는 항상 트렌드가 되고,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이들의 안무를 활용해 챌린지에 뛰어들죠. 이번 2분기에는 같은 한림예고 출신의 가수 박태훈과 협업해 음원 <Play with me>를 활용한 #도레미챌린지를 내놓아 또 다시 유행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최근 가수와 틱톡 크리에이터가 협업해 음원을 내놓는 사례가 종종 발견되는데요. 챌린지 확산에 용이한 틱톡이 음원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현상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반드시 봐야 할 영상 - 도레미챌린지의 시작


 
박주원(https://www.tiktok.com/@joowon2103)
팔로워 1.4M / 좋아요 33.5M
 
지금 가장 이슈가 되는 콘텐츠와 밈을 본인만의 스타일로 재생산해내는 크리에이터입니다. 연프, K-POP, 성대모사, 댄스, 밈 챌린지 등 유행하는 최신 밈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영상을 제작하는데요. 크리에이터 본인 특유의 쪼(?)와 과한 동작, 그리고 만화스러운 표정으로 밈을 소화해 웃음을 선사합니다. 업로드하는 영상 대부분이 그저 본인만을 담은 평이한 영상임에도, 캐릭터가 워낙 재미있다며 좋아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반드시 봐야 할 영상 - 승헌쓰 슨배림의 마라탕후루 따라하기


 
이승재(https://www.tiktok.com/@leesjae96)
팔로워 2.3M / 좋아요 82.2M
 
크리에이터 이승재는 K-드라마의 거의 모든 장면을 연기하며 패러디 영상을 제작하는 크리에이터입니다. 이번 2분기에는 국내외로 큰 인기를 끌었던 <눈물의 여왕> 패러디 영상을 쏟아내 좋은 반응을 얻었죠. 이승재는 위화감 없는 여장과, 뛰어난 연기력을 기반으로 유행하는 콘텐츠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는데요. 특히 지난 5월에 있었던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까지 연기로 소화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꼭 봐야 할 영상 - “국힙원탑” 민희진  



지금까지 틱톡의 2분기 트렌드 키워드 ‘심플믹스(Simplemix)’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인사이트는 아래처럼 간략하게 정리해 볼 수 있겠습니다.  

심플믹스(Simplemix)

두 가지 이상의 콘텐츠가 결합되어 새로운 트렌드가 생성되는 현상


1)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요소의 맥락 없는 조화 
  • 콘텐츠 혹은 밈을 섞는 과정에서 유저들이 맥락이나 개별 콘텐츠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음. 
  • <사랑했나봐>, <티라미수 케익> 밈처럼 음악과 무관한 춤, 그리고 캐릭터가 조합된 영상을 소비하고, 챌린지로도 재생산함.   

2) 지나간 유행도 다시 끌어올리는 '재활용&믹스' 
  • y2k, 밀레니얼 시대에 유행했던 음원이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다시 끌어올려지며 활용되고 있음. 
  • <10 minutes>를 활용한 y2k 메이크업, <빠빠빠>를 활용한 챌린지가 생성되는 과정에서 요즘 트렌드와의 결합이 이루어짐.   

3) 셀러브리티가 아닌 일반인이 '밈'이 되는 시대 
  • 방송사 기자의 보도 음성, 여행 블로거의 말투를 재미있어하는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일반인 발' 밈이 생산됨. 
  • 해당 밈을 리믹스해 새로운 챌린지를 만들거나, 독특한 말투를 따라하는 '챌린지'로 재생산하며 콘텐츠 믹스가 일어남.   

4) '따라하는' 챌린지가 아닌, 커스터마이징된 챌린지의 시대 
  • <마라탕후루>, <HAPPY> 챌린지처럼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자기만의 색깔과 방식을 녹여서 챌린지에 뛰어듦. 
  • 트렌드와 밈을 크리에이터 본인이 가진 아이덴티티와 믹스해 표현하며 차별화를 두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음.  

이번 레터에서는 두 가지 이상의 밈 혹은 콘텐츠가 결합되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심플믹스(Simplemix)’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기존 SNS에서는 댓글과 좋아요로 소통했지만, 최근 트렌드가 ‘숏폼’으로 이동하면서 소통하는 방식 역시 변화를 맞았습니다. 콘텐츠를 소비하기만 했던 사용자들이 직접 숏폼 영상을 만들어 소통하기 시작한 것이죠.  

사용자들은 이제 스스로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어 콘텐츠 생산에 참여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들은 서로 뒤섞이며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현상은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고, 지는 듯 싶으면 금세 또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지는 최근의 흐름과 만나 더욱 가속되고 또 강화됩니다. 틱톡이 콘텐츠 시장 전반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이 때문입니다.
 
매체의 변화는 늘 음악 구조 자체의 변화를 추동합니다. 19세기에는 악보 판매가 유명 작곡가들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시기가 있었죠. 1880년대 브람스는 자신의 <헝가리 춤곡>이 악보 판매에서 대박을 친 뒤 아끼는 후배인 드보르자크에게 <슬라브 춤곡> 같은 걸 써서 자신처럼 악보 판매로 인한 고수익을 거둬보도록 권유합니다. 악보의 시대는 음반의 시대로, 음반의 시대는 음원의 시대로 이행하면서 음악, 특히 수익을 내야 하는 대중음악의 구조 역시 변혁을 거쳤습니다. 현재의 숏폼 역시 히트곡 제작자의 뇌구조를 바꾸고 있죠. 매체에 따라 히트곡의 공식은 영원히 바뀌어 갈 거라고 봅니다. – 음악평론가 임희윤

실제로 틱톡은 전 세계 음악 시장 트렌드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현재 숏폼은 곡이 히트하는 데 있어 첫 번째 고려 사항입니다. 다른 산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틱톡은 음악뿐만 아니라 패션, 뷰티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으며, 기업들이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숏폼 플랫폼이 아직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은, 앞으로 보여줄 새로운 트렌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앞으로 틱톡에서 어떤 트렌드가 생겨나고 또 유행할지 기대해 봅니다. 다음 트렌드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숏폼#틱톡#심플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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