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F학점을 받은 대학생에게 일어난 일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F학점. 그저 막 사는 이들의 점수로 치부되기 쉽지만, 그 뒤에는 각자의 사연이 있다. 누군가에겐 무너진 멘탈의 흔적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순간의 실수 혹은 예기치 못한 사고의 결과다. 물론,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F를 맞이하는 태도 역시 각양각색이다. 불가항력으로 받아들여 순응을 택하는 이도 있고, 패배를 디딤돌 삼아 도약을 꿈꾸는 이도 있다. (자랑은 아니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대학생들이 F학점을 받은 이유.
F를 맞이하는 태도 역시 각양각색이다. 불가항력으로 받아들여 순응을 택하는 이도 있고, 패배를 디딤돌 삼아 도약을 꿈꾸는 이도 있다. (자랑은 아니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대학생들이 F학점을 받은 이유.

전남친과의 쓰레기같은 이별
YN / 서울여자대학교 22학번 국어국문학과
1학년 2학기 때, 처음 대학에 입학해서 사귄 남자 친구와의 이별로 마음이 힘들었다. 안 좋게 헤어졌는데도 미련이 남아, 한 달 만에 체중이 8kg이 빠지는 극강의 이별 다이어트(자의 아님)도 했다.
결국 그가 ‘환승이별’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학교생활을 쏘쿨~하게 놓아버렸다. 하필 중간고사 기간이었는데,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망해버려서 기말고사 때 복구는 시도조차 못 했다. (참고로 한 과목만 F 학점이… 아니었다.)
‘사실 F 학점이야 한 번쯤은 받을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꼼꼼한 성격이 아니라서 지금도 매사 열정적인 학우들과 경쟁하는 게 쉽진 않다. 오히려 F를 받고 난 직후에는 “다음 학기 열심히 살면 복구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복구하면서 느낀다. “F 학점까지 선사한 그 남자는 진짜 X자식이구나”
학점이 부족한 만큼 다른 외부 활동에서라도 경쟁력을 쌓자고 생각해서, 실제로 이후 많은 걸 이뤄내긴 했다. F 학점을 극복하기 위해 복구하는 쾌감(?)도 느끼고 있고. 다만,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F 학점도, 그 남자도 만나고 싶지 않다.

교수님의 배려, 근데 저 4학년인데요
H / 영남대학교 기계공학과
4학년 2학기 마지막 시험에서 F 학점을 받았다. 과제 점수와 시험 점수로 학점이 결정되는 전공 수업이었다. 과제의 경우 제출만 하면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걸려 있었는데, 두 차례나 과제 제출일을 잊어버려 점수가 반토막이 났다.
시험 점수 역시 좋지 않았다. 실제 점수는 D 학점이었는데, 우리 학교의 경우 재이수를 하면 최대 학점이 A0까지 가능하고 F를 받고 성적 포기를 하면 A+까지 받을 수 있는 구조라 교수님께서 ”D를 받느니, 더 열심히 공부해서 A+을 받아라.”라는 따뜻한(?) 응원과 함께 F를 확정 지어주셨다.
하지만 문제는 4학년 2학기였다는 것. 교수님은 아마도 내 학년을 보지 않으시고 나를 배려하신 것 같다.
지금은 졸업 예정이라 재이수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혹시 면접 자리에서라도 해당 전공 관련 질문이 나올 것을 대비해 전공 자격증까지 준비하고 있다. 어쩌면 그 F 학점 덕분에(?) 전공 자격증을 도전하게 됐으니 잘된 일이라고 생각해야겠지.

미룬이가 된 자, F를 받으라
신채연 / 한양대학교 24학번 연극영화학과
반수에 성공하고, 2024년 원하는 학교로 옮기면서 ‘학점을 열심히 챙기자’라고 다짐했다. 첫 번째 학기는 계절학기까지 병행하며 열심히 학점을 챙겼다.
하지만 2학기가 되어 팀플, 과제, 전공 워크숍으로 바쁜 일상이 이어진 데다 건강 문제까지 겹치며 학점 관리가 슬슬 뒷전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특히 대면 수업 외에 필수로 들어야 했던 온라인 강의들을 ‘나중에 듣자’라며 미뤄두었던 게 화근이었다.
기말고사 기간이 되어 건강도 회복하고 시간적 여유도 생겨, 마음을 고쳐먹고 밤을 새워가며 기말고사 공부에 몰두했다. 동기들이 어려웠다고 한 시험문제도 척척 답을 써 내려갔기에 좋은 점수를 기대했다.
그리고 받은 학점은 F. 성적 오류겠거니 싶어 교수님께 이의제기했다. 하지만 그제야 ‘나중에 들어야지’하고 미뤄두었던 온라인 강의를 듣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매주 대면 수업이 있었기에 온라인 강의가 출결 산정에 포함될 줄 몰랐던 거다.
에너지 드링크를 부어가며 밤을 지새웠던 지난날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마치 고백을 받고 두 달 넘게 고민하다 승낙했는데, 사귄 지 하루 만에 차인 기분이랄까.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불성실한 태도로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고 나니, 순간의 귀찮음을 피했던 것보다 더 큰 후회와 속상함이 남았다.
결국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을 더 사랑하는 방법이지 않나 싶다.

예상치 못한 파업, 그리고 지각
이서원 / 인하대학교 23학번 의류디자인학과
2023년도에 1학년 필수 교양수업인 ‘크로스오버’라는 수업을 들었다. 웹 강의와 현장 강의를 동시에 하는 3시간짜리 수업이었고, 3번 초과 결석 시 F 학점을 받는다는 규칙이 있었다. 기말 전 마지막 수업 직전까지 3번 결석을 꽉 채워서 결석했는데, 하필 마지막 수업 당일 수인분당선 열차 파업으로 30분을 지각했다.
강의실에 들어가는데 교수님께서 "자네 이름이 뭔가. 지금 오는가?”라고 물으셔서 “넵! 죄송합니다!”하고 자리로 들어갔는데, 하필 마지막 수업을 단축수업으로 진행하시는 바람에 앉은 지 2분 만에 수업이 끝나 결석 처리됐고, 그렇게 모두가 보는 앞에서 F를 맞았다.
그 후로 2년에 걸쳐 열심히 학점을 복구했다. 그 F로 인해 학점이 그야말로 ‘아작’ 나서, 복전 신청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어쨌든 학교생활을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되어 열심히 산 결과 4점대로 복구에 성공했다.
이전까지 F는 절대 받을 수 없는 학점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받고 나니 누구나 한 번쯤은 받을 수 있는 학점이겠구나 싶다.
(후기)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얘기했는데, 다른 친구들이 ”응…나도 결석해서 F야”, “오 나도 F인데”라며 공감을 받았고 그렇게 친구들과 에프 쓰리(F3)를 결성했다.

약간의 억까와 버킷리스트, 입원
서동윤 / 연세대학교 23학번 치의예과
2024년 12월 27일, 학점이 나왔다는 친구들의 카톡에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 사이트에 로그인했다. 무려 세 과목에 F가 떠 있었다.
운동을 하다 손을 다쳐, 입원하는 바람에 중간고사를 제대로 준비할 수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도 없었다. 그 영향이 크긴 했다만, 더 큰 문제는 치과대학의 경우 F 학점을 받으면 유급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학업보다는 운동, 여가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이러다 나 유급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는데, 정말 현실로 다가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주변 동기들이 많이 위로해 주기도 했고, 이후로 오히려 조급함이라든지 강박 같은 것이 많이 사라졌다. 사실 F 학점과 유급은 압도적인 공포의 대상이었는데, 막상 받고 나니 오히려 커리어 고민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다.
지금은 나만의 인생, 나만의 하루로 인생의 페이지를 채워 나가려고 한다. 조금 늦어진다고 얼마나 큰 일이 생기겠는가? 조급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더 건강해진 내가 될 수 있다면, F 학점을 받은 경험 또한 큰 배움으로 남겠지.
#학점#F학점#성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