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현직 석사생이 들려주는 대학원 이야기
눈물 나오는 감동 실화
‘멀리서 보면 비극, 가까이서 보면 더 비극’. SNS 밈으로 본 대학원생의 삶을 요약하면 이런 느낌이다.
대학원생은 전생에 죄를 지어 행복해지면 안 되는 형벌을 받는 것처럼 힘들고 불행해 보인다. 그런데 그게 정말 사실일까?
석사 과정을 밟으며 겪는 일들을 인스타툰으로 그리고 있는 현직 석사생 뿌뿌 @master_bbubbu 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래서, 대학원 가요? 가지 말아요?”
현재 석사 과정 중이다. 전공 분야가 어떻게 되는지?
이공 계열 대학원은 실험실이 있는 웻 랩(Wet Lab)과 실험실이 없는 드라이 랩(Dry Lab)으로 나뉜다. 드라이 랩에서 공부 중이며, 학부 때와 같은 단과대 소속이라 학업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익명으로 활동 중이라 자세한 전공은 비밀이다.
웻 랩과 드라이 랩의 차이가 큰지?
웻 랩은 흔히 생각하는 시약이나 세포, 동물 등을 이용해 실험과 연구를 하는 곳으로 실험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출퇴근 시간을 예측하기 힘들고, 실험 시간에 15시간이 소요된다면 15시간을 실험실에서 보내는 경우가 흔하다.
드라이 랩은 설문조사 결과나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활용하여 컴퓨터 기반 모델이나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분석을 진행하는데, 교수님을 잘 만난다면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고 재택근무도 가능하다.
원래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웻 랩 대학원생의 삶을 꿈꿨으나, 학부 시절 한 학기 동안 15개의 실험 부품을 깨트린 후 꿈을 접고 드라이 랩의 길을 걷게 되었다.

대학원생을 주제로 한 인스타툰은 어떻게 그리게 되었는지?
친구들과 “유튜브나 릴스를 해볼까?”라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gen Z로서 소셜 미디어를 자기 PR의 도구로 쓰지 않는 것은 낭비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대학원 생활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았고, 다른 대학원생의 이야기도 궁금하여 집에 오자마자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뿌뿌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대학원생의 일과가 궁금하다
보통 주 5일 9시부터 18시까지 연구실에서 온종일 다양한 일을 한다. 조교 업무, 행정 업무, 프로젝트 업무, 교수님 수발들기, 박사들 비위 맞추기, 연구실 잡무, 과제 및 발표 준비, 틈나면 나의 연구 잠깐 확인하기까지.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간다.
물론 교수님 스타일과 진행 중인 연구 내용에 따라 일정은 달라진다. 새벽이나 주말에도 할 일이 생기면 학교로 달려와야 한다.

인류애가 사라지는 에피소드가 많다. 대학원은 정말 안 좋은 곳인지…?
좋은 교수님과 연구실 사람들을 만나면 행복한 대학원 생활도 가능하다. 나는 스스로 지옥 길로 걸어 들어왔기 때문에 견뎌내는 중이다. 여러분은 대학원 입학 전 꼭 충분한 정보를 모아 행복한 연구실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대학원 생활 만족도에서 중요한 건 학업이나 연구보다 사람과 환경이다.

좋은 교수님도 있겠지만 다양한 빌런(?) 교수님의 유형을 툰으로 그렸다. 실제로 많이 존재하는지?
상당히 많다. 예전보다 대학원생 대우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말을 줄이겠다. 물론 전문적이고 책임감 있는 교수님도 많다. 사람은 입체적이기 때문에 나쁘면서도 좋은 면이 공존한다. 그래서 교수님에게 맞춰 빠르게 적응하고 그 속에서 배울 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교수님 자녀가 10대 후반이라면 그 연구실은 피하는 게 좋다. 자녀의 입시 문제는 다정하고 따뜻한 교수님도 예민하게 만든다.
석사 과정 중 교수님께 들었던 가장 좋은 말과 나쁜 말은?
가장 좋은 말: 우리 연구실에서 네가 제일 똑똑한 거 알지?
가장 나쁜 말: 멍청한 XX
그럼에도 ‘대학원 오길 잘했다!’라고 느꼈던 때가 있는지?
대학원에 오지 않았다면 만날 기회가 없었을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다. 특정 분야 국내 1등 학자나 유명한 연구자, 기업인 등 능력 있고 성공한 사람들과 교류할 때마다 대학원생 생활에 큰 동기부여가 된다. 이런 분들은 학생이 먼저 다가가면 흔쾌히 대화에 응해주신다.
반대로 ‘대학원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연구실 빌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다. [연구실 빌런썰] 중 기린 선배 이야기를 보면 자세히 나와 있다. 사람을 싫어할 때도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을 이 선배를 통해 알게 되었다.

직접 경험해보니 어떤 사람에게 대학원 진학을 추천하는지?
완벽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대학원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 자신의 연구를 갈고 닦고 끝까지 도전할 의지가 있다면 강력 추천이다. 물론 나처럼 60%의 노력으로 적당한 결과만 얻는 사람도 대학원 생활을 버틸 수 있다.
눈치가 빠르고 무던한 것도 도움이 된다. 매시간 바뀌는 교수님의 마음을 읽고, 혹독한 피드백에 무너지지 않고 버텨야 해서 적당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스킬도 필요하다.
대학원 진학 희망자를 위한 꿀팁이 있다면?
연구실 선정에 많은 시간을 들이길 바란다. 교수님의 최신 논문, 실적, 성향이나 연구실 분위기, 출퇴근 패턴, 월급, 졸업생 진로 등 최대한 많은 정보를 캐내고 연구실을 정하는 게 좋다.
학부생 때 꼴찌를 한 적이 있다고 했는데, 대학원 진학에 학부 성적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지?
중요하다! 재수강을 들어서라도 학점을 올리길 권한다. 물론 대학원은 교수가 학생을 선별하는 방식이라, 교수님이 내가 마음에 들었다면 학점이나 다른 스펙이 중요하지 않게 된다. 그래도 학점이 너무 낮으면 애초에 대면의 기회조차 없을 수 있으니 주의하자. 이공계 교수님들은 보통 3.5 학점 이상이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낮은 학점은 연구 관련 경험, 근무 경력, 자격증, 기타 활동 등으로 보완할 수 있다
대학원 진학을 고민 중인 대학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대학원만큼 나의 노력을 인정받고 얻어갈 게 많은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힘들고 괴로운 순간도 있지만 그만큼 내가 이루어낸 성과를 직접 느낄 수 있다. 대학원에 오기로 마음먹었다면 최선을 다해 값진 경험을 얻길 바란다.
참, 대학원 생활의 퀄리티는 교수님과 연구실 구성원에 따라 달라진다. 직접 느껴보기 전까지는 아무 말도 믿지 말고 늘 의심하고 또 의심하길.
#대학원#인터뷰#뿌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