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나는 왜 경영학 복수전공자가 되었는가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대학생의 이야기
내가 경영학을 복수전공한 이유는 간단하다. 흐릿한 미래에 좀 더 선명한 터치로 윤곽선을 그리고 싶었던 거다. 회사 업무 전반에 필요한 포괄적 학문을 수학하는 경영학 학위로 나를 예쁘게 포장하고, 여기저기 슬금슬금 간 보면서 발을 뻗어야 한다. 영업, 마케팅, 인사, 재무, 회계, 서비스를 막론하고 닥치는 대로 이력서를 뿌려야 겨우 하나 걸릴까 말까 한 취업난이니까.
종국엔 본전공도 복수전공도 살리지 않는 새로운 길을 트기로 했지만, 경영학을 복수전공한 건 후회하지 않는다. 경영학과에서 배운 건 나중에 어떻게든 써먹는다고들 하니까. 졸업장 모퉁이 ‘경영학 학사’ 다섯 자, 치열하게 얻은 이 복수 학위가 어떻게든 쓰일 날이 오겠지 뭐.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국문과 전공책을 책상 한 켠에 두고 대차대조표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회계원리 과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나와 같은 처지로 보이는 저 동문은 어떤 사연으로 경영학 단과대 건물에서 나와 마주하게 됐을까? 그들의 사연을 들어 보기로 한다.
종국엔 본전공도 복수전공도 살리지 않는 새로운 길을 트기로 했지만, 경영학을 복수전공한 건 후회하지 않는다. 경영학과에서 배운 건 나중에 어떻게든 써먹는다고들 하니까. 졸업장 모퉁이 ‘경영학 학사’ 다섯 자, 치열하게 얻은 이 복수 학위가 어떻게든 쓰일 날이 오겠지 뭐.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국문과 전공책을 책상 한 켠에 두고 대차대조표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회계원리 과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나와 같은 처지로 보이는 저 동문은 어떤 사연으로 경영학 단과대 건물에서 나와 마주하게 됐을까? 그들의 사연을 들어 보기로 한다.

사랑하는 음악만으로는 미래를 계획하기 어려워
김서현 / 숙명여자대학교 작곡과 19학번
어릴 때부터 음악을 사랑해 작곡과를 선택했지만, 음악만으로는 미래를 계획하기 어려웠다. 무조건적 사랑보단 실용적 접근이 필요했다. 경영학을 공부하면 예술 공연 기획 등 음악 산업 전반에서 더 가시적으로 꿈에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평소에는 별로 경험하지 못했던 분석적이고 실용적인 사고를 할 기회가 자주 생겼다.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전공을 함께 배우면 지루할 틈도 없다. 다만, 겹치는 분야가 전혀 없는 새로운 과목에 적응하는 게 꽤 힘든 일이었다. 시간 관리나 과제 수행에도 어려움이 더러 있었다.
과거로 돌아가 다른 복수전공도 선택할 수 있다면 미디어 관련 학과도 경험해 보고 싶다. 콘텐츠 창작 활동을 워낙 좋아하는데,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콘텐츠 마케터가 되기로 했다
박지원 / 단국대학교 중국어학과 21학번
누가 “너 왜 경영학 복수전공 해?” 물어보면, "마케팅에 관심이 있어서"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중국어 전공자로서 상경계열 복수전공은 취업에 필수다.
중국어와 경영학은 학문 성향 자체도 다르지만, 공부하는 방법과 강의 방식이 판이하다. 경영학은 중국학과와 달리 조별과제 수업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팀플 경험(그게 좋든 싫든)을 할 수 있었다. 다른 성향의 학문을 동시에 배우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두 학문 각자의 매력을 골고루 느낄 수 있어 학교를 더 재밌게 다닐 수 있었다.
물론 조금의 아쉬움은 있다. 마케팅 중에서도 콘텐츠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데, 경영학에서 배우는 마케팅은 콘텐츠 갈증을 해소해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광고홍보 전공이나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에서 배우는 콘텐츠도 더 깊이 배우고 싶은 생각이 남아있다. 대학교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즐기는 것만큼 좋은 경험은 없으니까.

사회학과 돈 안 돼
H /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19학번
사회학과 신입생으로 입학하자마자 어떤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사회학과 돈 안 돼." 선배들은 대부분 전문직, 공무원 수험으로 빠지고, 아니면 경영학 복수전공을 선택했다. 2학년이 되자 나에게도 선택의 시간이 왔다. 동기들은 하나둘 경영학 복수전공을 시작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다 같은 이야기. 아직 진로도 선택하지 않았지만, 문득 두려웠다. 나도 그들과 같은 길을 가기로 했다. 그저 그거였다. 사회학으로는 돈을 못 번대서.
우리 학교 사회학과는 소형학과다. 맨날 만나는 친구들과 같은 수업을 듣고 같은 생각만 하고 지내다가, 대형학과인 경영학과의 수업을 들으니 다른 세상 같았다. 사실 당시에는 과에서 마음 맞는 친구를 못 찾았는데, 경영학 복수전공을 시작하면서 그런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하지만, 리포트 위주의 사회학과에선 만나기 힘든 ‘팀플 빌런’을 만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취업 후 진짜 사회에 나가면 얼마나 더 특이한 사람들이 있을까 머리털이 쭈뼛 설 정도. 지금은 그냥 맷집을 키워나가는 거라 생각하고 있다.
경영학과를 복수전공하는 타과생들과 친구가 되면 내 세상이 더 넓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길 바란다. 족보는 꼭 만들어 두고.

학교 친구들이 사라졌다
쏘 / 세종대학교 바이오융합공학 전공 19학번
본전공 2학년을 마칠 무렵, ‘애드플래쉬’라는 연합광고동아리에 들어갔다. 반쯤은 호기심에 들어갔던 그 동아리에서 AE라는 새로운 직무를 꿈꾸게 됐고, 관련된 공부를 하기 위해 3학년부터 경영학을 복수전공했다.
경영학을 복수전공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학교 친구들이 사라졌다는 점. 본전공 친구들은 이미 대학원으로 떠나고, 그렇다고 복수전공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엔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아 나홀로 학교생활을 했다.
또다른 변화는 과제에 임하는 마음가짐. 본전공 과제들은 학점 유지를 위해 꾸역꾸역 제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경영학 과제들은 재미있게 했던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바이오융합공학전공에선 경험하기 힘든 조별과제(!)도 팀원을 잘 만나서 즐겁게 수행할 수 있었다.

복수전공은 고민을 해결해 줄 도피처였다
장은영 / 경기대학교 중어중문 전공 23학번
중학교 때부터 승무원이 꿈이었다. 항공과에 가지는 않았지만, 언어 배우는 게 재밌어 중어중문 전공을 선택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불안감은 커졌다. 중국어만 잘해서 취업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고, 문과는 다들 복수 전공을 한다는 말에 휩쓸려 현실에서 도망치듯 경영학과 복수전공을 신청했다.
처음엔 그저 막막했다. 전혀 모르는 용어만 가득했고, 강의 제목도 재미없어 보였다. 처음으로 들었던 과목은 재무관리. 워낙 헬이라고 소문난 과목이라 마음 단단히 먹었지만, 200~300장에 문제 풀이까지 주어진 중간고사 시험 범위는 다른 세상이었다. 경영학과 학생들이 경외스러울 정도.
하지만 그만큼 더 '갓생'을 살 수 있었다. 경영학과는 학생이 많은 만큼 배울 것도 많았다. 많은 수업을 듣고 과제에 치이면서도 공모전과 자격증 준비를 병행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란 생각이 들면서도 덩달아 자극 받아 나 역시도 첫 대외활동과 공모전을 시작하며 갓생을 살기로 했다.

경영학 이중전공이냐, 공기업 인턴이냐
조용백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17학번
2학년 마치고 군대가기 전까진 마냥 멋있어 보여 스페인어를 이중전공했다. 경영이나 경제 같은 인기 과는 학점도 높아야 하고, 시험도 있어 힘들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1학년 학점이 2.53이었다!).
군대 다녀오니 슬슬 취업이 걱정됐다. 이때부터 스페인어 이중전공을 포기하고 경영학 이중전공을 선택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이중전공 필수학점인 42학점을 정규학기인 8학기 안에 채우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답은 단 하나, ‘후기 이중전공’.
후기 이중전공 제도는 1년에 한 번 매년 4월에 신청할 수 있는데, 이때 신청하지 못하면 1년을 통째로 날려야 했다. 그런데, 마침 그때 면접을 봤던 모 공기업 인턴에 합격했고, 휴학이냐 이중전공이냐 선택의 갈림길에 서야 했다.
무엇을 선택했냐고? 결말부터 말하면 2025년도 2월에 경영학 학사 학위를 들고 졸업했다. 그리고 후회는 없다.
Designer 김밝음
#경영학과#복수전공#부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