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어느날, 환승이별을 당했다
이건 좀...
어제까지 내 눈을 바라보며 "사랑한다"고 말하던 그가, 오늘은 다른 사람의 손을 잡고 있다면?
수많은 이별의 유형 가운데서도 가장 악명 높은 이별, '환승 이별'을 당한 대학생들의 사연을 모았다.

전여친에게 돌아간 그 XX
사연
나와 알게 된 시점에 이미 여자 친구가 있었다. 나에게 관심이 있었다고, 단둘이 보는 첫날에 전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고 얘기를 하더라. 그렇게 썸을 타는 기간을 거쳐 연애를 시작한 지 약 2주 정도가 지났을 무렵, 갑자기 전화로 이별 통보를 받았다. “우린 잘 안 맞는 것 같다”라는 말에 포기하는 심정으로 슬퍼하고 있었는데, 인스타그램을 보니 전 여자 친구로 보이는 사람과 함께 있던, 예전에 보관해 둔 피드가 올라와 있었다. 그때 알았다. 아. 다시 돌아갔구나 ^^
감정
배신당했다는 사실에 너무 충격을 받았다. 아마 그 사람은 내가 결국 눈치를 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다. 이런 상황을 겪고 나니 ‘장기 연애’를 했다가 이별한 사람들은 절대로 연애 상대로 생각하지 않게 됐다. ‘언제 다시 돌아갈지 모른다…’
후유증
분해서 며칠 동안 밥도 잘 못 먹고, 샤워하면서 몰래 눈물(…)도 흘렸지만 엄청나게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감정이 조금 추슬러졌다.
재회 시도
연락을 해 볼 생각조차 못 했던 것 같다. 그때 이별도 이별이지만 연애 자체에 너무 미숙했던지라 이별을 통보받고 나서 ‘아… 이제 끝이구나.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라는 생각만 했다. 최근 모종의 이유로 그를 다시 만날 일이 생겼는데 그냥 인사 한마디만 던졌고, 그렇게 그 연애의 진짜 마침표를 찍었다.
극복
결국 새로운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것 같다. 새로운 사람이 마음속에 들어오면 생각보다 쉽게 잊어버릴 수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의 경우엔 그런 새로운 사람이 쉽게 생기지 않는 타입이라, 한동안 마음고생에 시달렸다.

안일했던 곰신커플
사연
2학년이 된 3월, 새 학기 때 학교 학생회를 통해 선후배 사이에서 연인으로 발전했다. 1학기를 마치고 10월에 입대하는 바람에 장거리 - 곰신 커플이 됐다. 그렇게 점차 장거리 연애를 하다 보니 다투는 일도 잦았고, 결국 휴가 나오기 직전에 이별 통보를 받았다. 휴가를 나와서 만나 붙잡았으나 “나를 미워하지 마”라는 마지막 인사를 듣고 부대로 복귀했다. 부대로 복귀 후 알게 된 사실인데, 헤어지기 전날 SNS에 다른 남자와 함께 다정하게 찍은 프로필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원인
군 생활을 하며 하루 3시간 남짓한 자유시간 동안 이것저것 많은 걸 했다. 게임도 하고 친구와 연락하거나 자격증 공부도 하면서 지내다가 많이 다투기도 했다. 헤어졌다가 화해하는 걸 계속 반복하면서도 “전화하거나 휴가 나가서 다시 만날 테니 걱정하지 말자”라는 안일함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후유증
‘환승 이별’은 확실히 달랐다. 사실 확인을 위해 집착하며 자기 부정을 하기도 했다. 하필 당시 코로나19에 걸려, 며칠을 격리당하며 우울감에 시달렸다. 거의 9kg 가까이 감량을 했다. 전역 후에도 연애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기까지 거의 1년이 넘게 걸렸던 것 같다. 이별을 겪은 지 벌써 3년 6개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다.
재회
그녀의 친구가 학과 조교를 하고 있었기에 아마 복학하고 잘 산다는 걸 알고 있었을 거다. 아니면 아예 날 신경 쓰지도 않았거나. 이런 생각 때문에 더는 그녀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갖고 있는 게 별 이득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연락하면 지는 거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대 후에도 감정이 남아 있던 터라,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재회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
극복
군인이었고, 격리를 당하는 기간이었기에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친구, 지인들과 전화하면서 외로움과 아픔을 극복했다. 흔히들 “시간이 모든 결 해결해 준다”고 하지만, 결국 새로운 인연으로 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당장은 감정을 정리하며 본인에게 집중하고,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좋은 사람들은 늘 곁에 있는 법. 전 애인에 대한 마음이 완전히 정리되면 또 좋은 사람을 만나면 된다. 청춘은 짧고, 시간은 멈추지 않으니까.

동창 모임에서 알게 된 환승 소식
사연
고등학교 2학년 말부터 1년 반 정도 연애한 남자 친구가 있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사소한 걸로 많이 질투하고 다투다가 결국 헤어졌다. 헤어진 지 한 달 후,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내가 환승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듣자 하니, 전 남친은 같은 과에서 마음에 담아 둔 여자가 둘이나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남자 친구가 있다고 해서 다른 한 명을 선택했고, 그렇게 나로부터 갈아탔다는 사실.
후유증
환승 소식을 들으면 펑펑 울 줄 알았는데 너무 허탈해서 웃음부터 나왔다. 오히려 모든 것으로부터 해탈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이별 후 한참 힘들었을 때 갈아탔다는 사실을 알게 된지라 ‘너한테는 우리 사랑이 한없이 가벼웠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좋았던 시간도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전조 증상
헤어지자마자 바로 인스타그램 언팔을 하고 스토리를 못 보게 하려는 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나와 잠깐 헤어졌을 때(완전히 이별하기 전) 내가 남사친과 연락했다며 “변한 건 너야”라는 말과 함께 내 문제를 빌미로 헤어지자고 했다.
재회
헤어진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환승한 여친과 강릉 여행을 가려고 역에서 기다리는 모습을 직접 마주했다. 당시 시험 기간이었는데, 그 여파로 시험을 모조리 망쳐버렸다. 너무나도 좋아했던 첫사랑이었던지라 배신감이 너무 컸다. 술 먹을 때마다 걔 얘기를 하기도…
극복
빨리 더 좋은 남자를 만나서 복수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헤어진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복수는 못 했다. 당시엔 하루하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결국은 시간에 몸을 맡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극복이라기보다는 조금씩 무뎌지는 느낌이다.

환승했다가 환승이 되…
사연
재수학원에서부터 사귀던 여자 친구가 있었음에도, 나는 1학년 때 학과 동기로 환승을 했다. 친하던 동기들 무리 안에서 사귀게 된 거라, 합의 하에 ‘비밀 연애’를 하며 관계를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연말, 그녀가 크리스마스이브에 가족 여행을 간다고 하길래 할 일이 없던 나는 동기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누군가가 “OO(당시 여친) 오늘 남친이랑 놀러갔다던데?”라는 말을 꺼냈고, 당연히 나는 그 ‘남친’이 나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말
멘탈이 털려서 그 말을 한 동기에게 집요하게 캐물었다. 알고 보니 그녀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동시에 썸을 타고 있었던 것. 그것도 모자라 여러 선배와 데이트를 즐기고, 클럽을 드나들고, 소개팅까지 하고 다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너랑 사귀고 있었다고?”도 밝혀졌다.) 멘탈이 나간 나는 그 자리에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쌍욕을 박았다. 당연히 ‘비밀 연애’도 끝. 지금 생각하면 스스로 공인 호구 인증을 한 셈인데 굳이 거기서 왜 그랬나 싶기도 하다.
전조
‘비밀 연애’를 제안한 건 그녀였다. 사실 비밀 연애를 빌미로 사귀는 중에도 여러 차례 문제를 만들긴 했다. 내일모레 입대한다는 잘생긴 선배와 술 마시다 만취해서 거의 노숙할 뻔한 걸 데리러 인천에서 건대 입구까지 간 적도 있다. 무엇보다도, 나도 그녀도 서로에게 환승했다는 게 가장 큰 전조가 아니었을까.
재회
시끄럽던 크리스마스도, 겨울방학도 끝나고 새 학기가 되니 당연히 다시 만날 일이 생겼다. 개강일에 그녀는 함께 모여 있던 동기들 무리로 ‘새 남친’과 팔짱을 끼고 다가왔다. 듣자 하니 지난 크리스마스 때 만나던 그놈이랑은 또 다른 놈이었다고 한다. 정말 난 년이 아닐 수 없다.
극복
슬픈 감정이나 우울감 같은 건 딱히 없었다. 내가 만났던 사람이 실은 조희팔급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슬픔은 없고 분노만 조금 생기다 말았다. 이 정도로 그친 게 어딘가 싶다. 마음을 털어갔을지언정 재산은 안 털어갔으니까. 그 마음도 어차피 지나간 마음이니까 괜찮다.
Designer 김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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