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너넨 밴드부 보컬이랑 사귀지마라

무대에선 멋져 보였겠지

워우예, 워워워-워어- 

<그대에게> 도입부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어깨가 펴지고 
'청춘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1988 대학가요제 대상에 빛나는 이 노래가 가진 낭만,
겨우 중딩이던 내가 대학에 들어가면 
꼭 밴드를 해야겠다고 다짐한 이유였다. 

그러나... 
밴드 생활은 기대와 다르게 흘러갔다. 
세션 멤버들과 원하는 곡이 달라 말다툼도 하고 
합주 당일까지 연습해오지 않은 친구 때문에 
곡을 포기해야 했다.
낭만과 현실의 괴리,
지금부터 가입하지 않은 당신은 몰랐을 -
'밴드부'의 '리얼한' 비하인드를 공개해보겠다. 

p.s  지극히 개인적이고 얕은 경험에 비추어 쓴 글입니다. 반박 시 당신이 전적으로 옳습니다. ʚ̴̶̷́.̠ʚ̴̶̷̥̀
모든 일엔 예외가 있는 법! 웃으면서 읽어주세요 :)


‘보컬’이랑 ’기타 세션‘과 사귀지 마라


내가 제일 잘 나가

환한 조명이 비추는 무대 위, 사랑 노래를 속삭이는 청순한 그녀가 보인다. 그 옆엔 피크를 입에 문 채 기타를 터프하게 연주하는 섹시한 남자가 있다. 무대 위 섹시한 기타리스트만 바라보는 자신을 발견했다면 정신차려라. 그 모습이 다가 아니니까.

프론트맨으로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고 무대 전체를 이끌어 가는 보컬! 솔로 파트에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는 기타! 이 둘은 대부분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좀 더 좋게 말하자면, 자기애가 엄청 강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아마 애인이 생겨도 그 누구보다 자신이 우선일 사람들이다 (일단 밴드 보컬 7년차인 나는 그렇다).

또 무대에서 떨지 않고 포포몬스-를 보여줘야 하기에 관심을 즐기는 성향을 가졌을 것이다. 그래서 선곡 회의에서 큰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술자리에 항상 끝-까지 남아있다. 애인으로선 적합하지 않을걸...(/-᷄ ᴗ -᷅\ *)


베이스? 네 줄 기타 아니야…?


베이스의 특권

베이스를 맨 사람에게 절대 해선 안 되는 말이 있다. "베이스가 기타랑 다른 거야?" 혹은 "너 기타는 왜 줄이 4개야?" 이런 말을 뱉는 순간! 당신은 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평생 그 친구에게 미움을 받을 수도…!

박자는 드럼이, 코드는 기타가 그리고 멜로디는 보컬이 담당한다. 그럼 베이스는 뭘 맡고 있을까? 사실 베이스는 정말 중요하다. 이 세가지를 모두 해내고 조화롭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름대로 ‘Base’, 기반이 되는 악기다. 그래서 관객 귀엔 잘 띄지 않지만, 밴드를 해보면 베이스를 잘하는 사람이 너-무 귀하다는 걸 알게 될 거다. 곡의 분위기를 좌우하니까. 

낮은 저음으로 둥둥-. 라쿠나의 <far away>나 쿠보타의 <la la la love song>, 백예린의 <popo>. 베이스의 매력이 돋보이는 노래들이다. 멜로디 밑에 잔잔히 깔리는 소리를 찾아 귀를 기울여 보라. 당신도 아마 베이스의 끈적하고 중후한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 틀림없으니! 


체감 40도에 기타까지 매면..? ㅠ.ㅠ


태양을 피하고 싶었어 ~

먼지 가득한 퀘퀘한 동방에 일렬 종대로 헤쳐 모여있는 주인 모를 기타들. 그렇게 모인 기타가 족히 한 트럭은 될 것이다. 기타는 무겁다. 베이스는 더- 무겁다. 악기를 들고 다니는 게 번거로우니 줄 잡는 세션들(줄쟁이)은  동아리 방에 기타를 모셔둔다. 기타는 습도에 예민해서 그런 음침한 곳에 오래 있으면 소리가 먹먹해진다. 

보컬은 '목' 그리고 드럼은 '스틱', 건반은 '악보'만 있으면 합주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줄쟁이는 자기 악기를 가져와야만 한다.  한여름 날, 회색 티셔츠를 입고 기타를 들고 온 오빠의 등이 푹 절여져 있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 

또 그들은 '이펙터'를 사 모으는 경우가 많은데,  알바하고 밥을 굶어가며 돈을 모아 전부 기타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펙터'가 많아지면 '페달보드'에 세팅해서 캐리어에 아기 다루듯 가지고 다닌다. 기타에 캐리어까지…'아 너무 무거워' 하면서도 소리에 진심인 그들이 멋있기도 하다. 


첫 합주는 너무 어려워! 계획대로 되는 게 없어서 @-@


이게 뭔 소리냥...

첫 합주 날 당일, 두근두근... 기분 좋은 긴장감이 정신을 또렷하게 하는 느낌을 받으며 연습실 문을 연다. 끼익- 함께 술에 취해있을 땐 너무나 친근했던 사람들이지만 오늘은 왠지 어색하다고 느끼며 인사를 나눈다. '준비됐으면 한 번 맞춰볼까?'라는 말에 잔뜩 얼어있던 사람들이 드럼의 신호에 맞춰 연주를 시작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보컬은 멜로디를 자꾸만 헷갈리고 드럼은 계속 박자를 틀린다. 또 기타는 마디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총체적 난국이다. 우리가 내는 소리는 어떤 음악이 아닌 ‘소음’이다. 엉성한 첫 합주가 끝나고 가라앉은 분위기. 누구라도 쉽게 입을 떼기 어려운 순간, '아 집 가고 싶다'.

‘처음치곤 괜찮은데?‘라는 말로 애쓴 서로를 위로한다. 이럴 때일수록 누군가를 비난하기보다 서로를 격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부족한 점을 서로에게 미루면 끝이 없다. 밴드는 합을 맞춰가는 "팀"이다. 많은 시간을 함께 쌓아가다 보면 나중엔 서로의 표정만 보고도 어떤 상태인지 알게 되는 짜릿한 순간이 온다. 


첫 공연... X망했다 (괜찮아... 딩딩딩딩)


흑흐흐규..ㅠ

5...4...3..2..1 수업 끝! 유독 공연 날엔 교수님의 말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 공연장으로 가는 설레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불 꺼진 공연장에선 리허설이 한창이다. 

'아 진짜 오늘이구나' 
실감이 나면서 심장이 두근대고 장이 꼬이기 시작한다. 텅 비었던 공연장이 객석을 채운 사람들의 소리로 가득하다. 

'가사...가사만 틀리지 말자'
어느새 순서가 다가오고, 정신 차리면 환한 빛 속에 사람들의 얼굴이 드문 보인다. 경직된 몸과 달달 떨리는 목소리,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모르겠는 시선까지 모든 감각이 낯설다. 

'하 망했다' 
잔뜩 실망스러운 얼굴을 숨기지 못하고 무대를 내려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는 말이 있다. 무대도 그랬다. 공연을 거듭할 수록 여유가 생기고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법을 터득해갔다. 밴드 활동을 하지 않는 지금! 무대가 너무 그립다. 무대에 서면 행복하다. 신이 나고 즐겁다. 이런 담백한 말이 그 기분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생 밴드를 꿈꾸며 이 글을 읽는 새내기! 당신도 이 행복을 꼭 느껴보길. 


#동아리#밴드#공연
댓글 3개
하이
2025.04.06 16:45
4학년이지만 밴드 가입하고 싶게 만드는 글이네여 ᕕ( ᐛ )ᕗ 둠칫둠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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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은
2025.04.06 17:13
일러스트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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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니
2025.04.12 10:30
일러스트 직접 그린거예요??? 넘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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