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내 취향을 만드는 법
깊은 취향을 가진 20대 4인에게 묻다.
첫 만남, 어색한 자리에서 흔히 묻는 말,
"뭐 좋아하세요?"
멍해진 머리를 더듬어 그럴듯한 하나를 골라 답하지만,
집요한 상대의 질문들에 알고리즘이 골라준 얕은 취향은 금방 바닥난다.
여기, '깊은 취향'을 가진 20대들이 있다.
닮고 싶은 그들에게, '취향'이 뭔지 그리고 어떤 의미인지 물어봤다.
깊은 취향을 가진 20대를 소개합니다.

장민지 / 홍익대학교 독어독문학과 19학번
내 취향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사랑하는 책, 영화, 음악은 온통 타인에게서 온 것들이다. 누군가 아끼고 사랑하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면 어느새 내 것이 되어 있었다. 삶은 결국 타인과 함께하는 것이고 결코 혼자서 취향을 알아갈 수 없다.
'상수동'을 사랑한다.
그 이유는 정말 간단하다. 그곳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분들이 대접해 주는 음식과 술, 그리고 함께 하는 대화가 즐겁다. 그들이 걸치고 있는 옷과 향기, 말투가 나에게 왔고 그렇게 취향의 일부가 되었다.

홍기수 / 홍익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8학번
내 취향은 '동경하는 마음과 실천'이다.
시를 좋아해 학부에서 공부하고 지금도 읽고 쓴다. 사실 시라는 매체 자체보다 시적인 일상과 태도를 좋아한다. 종종 시 속 화자의 사소한 행위에서 무심함을 느낄 수 있는데, 화자가 세상을 대하는 무심함의 연속이 시 전체의 맥락을 나타내고 하나의 당위를 형성한다. 우연이 맥락과 당위로 맺어지는 것이 곧 삶이라고 생각하므로 시 속 삶의 모습을 동경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사진과 영상은 시의 추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연결의 매체다.
일상에서 바라보는 것을 사진으로 남겨 나의 취향을 시각으로 확인한다. 연장선으로 짧은 각본을 써 영상으로 기록하는 것이 내가 지닌 취향의 실천 목표이다.
캐논 EOS 3 카메라가 좋다.
누구든 나의 카메라를 보면 커다랗고 무거워 불편하겠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용하기 가장 편하다. 결정적으로 필름 결과물을 잘 안겨준다. 필름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매체 자체가 지닌 '사물성' 때문이다. 데이터로 기록되는 디지털 사진보다 손에 잡히는 필름 사진이 더 좋다.

윤서현 / 동덕여자대학교 국제경영학과 23학번
내 취향은 '유니크'하다.
옷을 고를 때 독특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인지 검은색이나 무채색 옷이 거의 없다 (웃음). 알록달록하고 패턴이 있는 옷을 좋아한다.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건 남들과 똑같은 게 싫어서, 나만의 색깔을 찾기 위함이다.
'비니'를 쓴 내 모습이 마음에 든다.
다른 모자들과 달리 비니는 얼굴과 시야를 가리지 않고 쓸 수 있어서 좋다. 또 비니는 착장의 분위기를 쉽게 바꿔줄 수 있는 아이템이다. 일주일에 4번 이상 쓸 만큼 좋아한다.

김다나 / 음악가 03년생
일본 시부야 문화에 빠져있다.
예전부터 애니메이션을 즐겨 봐왔지만, 패션이나 음악 장르까지 관심이 확장된 건 최근이다. 다시 유행 중인 '갸루 패션'이나 2000년대 초 촌스러운 일본 잡지에서 유행할 법한 패션에 꽂혀있다.
'코다 쿠미'에게 영감을 받는다.
일본 2000년대 활발하게 활동했던 가수 '코다 쿠미'의 쨍한 태닝 피부와 다소 파격적인 패션과 노래들. 나의 취향을 빼다 박은 인물이다. 또한, 걸 서클 (2006)이라는 일본 드라마에서도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다.
Q1 : 이유, '좋아하는 것'과 '취향'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취향이 되기 위해선 '매료되는 순간'이 필요하다.
단순히 좋음을 느끼기는 쉽지만, 취향이 되기 위해선 매료되어야 한다. 음악도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반복해서 듣고 사랑을 할 때도 한 사람만 사랑하는 것처럼 말이다. 순간적으로 매료되어서 나도 모르게 반복하고 있는 것이 취향이다.

직관이 모여 습관이 되고, 습관이 굳어져 취향이 된다.
직관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일시적인 감정과 유희에 불과하다. 다만 그러한 직관을 불현듯 자신의 습관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때 비로소 '내가 좋아하는 것'의 범주에 이를 수 있다. 이후 습관이 삶의 방향성으로서 일상을 이룬다면 나만의 단단한 취향이 되는 것이 아닐까.

Q2 : 정의, 자신을 '취향'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취향'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를 공부하는 것'이다.
확고한 취향을 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지속했다는 증거다. 내 취향은 수없이 많은 변화를 거쳤지만, 지금은 꽤 견고해졌다. 때때로 새로운 취향을 선사해 주는 존재가 나타나는 행운이 찾아올 때도 있다. 취향은 나를 알기 위한 공부이자 드물게 찾아오는 행운이다.
긴 말 없이 나를 소개할 수 있는 요령이다.
스스로 말수가 적은 사람이 되길 원한다. 다만 열심히 무언가를 끊임없이 하고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더 간단히 말하자면, 글과 사진 그리고 영화는 어떠한 외력이 다가와도 안정적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공간 혹은 동력이다.
나만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조각들이다.
누군가를 선망하고 취향을 빌려오던 시기에서 벗어나 나의 감각과 경험으로 스스로를 만들어가고 있다. 요즘 '취향'이 대중적인 화두가 되면서 모두가 잘 정돈된 취향을 가져야만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SNS 속 취향을 가진 사람들도 어느 순간 비슷해 보이고 진짜 나를 찾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 것 같다. 오히려 '더 개인적인 취향'을 지키고자 한다. 일상을 채우는 사소한 것들 속에서 개성을 드러내는 방식을 고수하는 거다.

Q3 : TIP, 아직 자신의 취향을 깨닫지 못한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좋아하는 매체를 항상 몸에 가까이하자.
글을 시각적인 매체로 확장하는 것을 좋아한다. 글을 취향으로 삼고자 한다면, 글이 지닌 추상성을 어떤 매체로 구체화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유와 실천, 연결과 확장의 과정이 취향을 찾는 데 가장 기본이다. 이 과정을 삶에 적용하기 위해 좋아하는 매체를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항상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가방에 책을 두세 권 넣어 놓거나 산책할 때 카메라를 어깨에 늘 메고 다니거나.
나의 자연스러운 반응에 집중해라.
어떤 것에 끌리는지 그리고 무엇에 마음이 반응하는지에 귀를 기울이자. 싫어하는 것도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그게 쌓이다 보면 취향의 테두리가 그려진다. 또한,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취향은 나 자체를 설명하는 것이다. 조금씩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자랑스러운 순간이 온다.
내가 바라는 것들을 용기 있게 실현하자.
남들의 시선에 대한 생각을 잠시 내려두고 온전히 자기 뜻과 생각으로 실천하자. 자신을 거울처럼 바라보았을 때 어떤 모습이면 만족스러울지 상상해 보라. 만약 이런 상상이 어렵다면, 기초적인 것부터 시작해도 좋다. '어떤 옷을 자주 사는지' 그리고 '어떤 취미를 할 때 마음이 즐거운지' 차근차근 고민하다 보면 '취향'을 발견할 수 있다.

한 철 유행 말고, 평생 함께할 '진짜 내 취향'을 찾는 건 쉽지 않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다양한 것을 경험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취향 #인터뷰 #감도